혹등고래 구조 헛수고 되나?...추적기 고장에 생사확인 안돼

김나윤 2026. 5. 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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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선에 실린 혹등고래 티미 (사진=AP연합뉴스)

독일 발트해 연안에 한 달 넘게 갇혀 있던 혹등고래 '티미'를 북해로 방사시키는 구조작업은 성공했지만 위치추적장치 고장으로 사흘째 행방과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디언과 독일 현지매체에 따르면 '티미'는 지난 2일(현지시간) 특수 바지선에 실려 덴마크와 노르웨이 사이 스카게라크 해협을 통해 북해로 이동됐다. 스카게라크 해협은 발트해와 북해가 만나는 해역이다. 구조팀은 티미를 원래 서식지인 북대서양 넓은 바다로 방사하기 위해 물을 채운 바지선에 실어 이동시켰다.

그러나 방사 이후 티미의 위치와 건강상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티미의 몸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했지만,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 자금을 지원한 독일사업가 카린 발터-모메르트는 독일 언론을 통해 추적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앞서 이 장치가 위치뿐 아니라 고래의 생체정보까지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이 주장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티미는 지난 3월 23일 발트해 연안인 독일 북부 티멘도르프 해안 모래톱에서 처음 발견됐다. 혹등고래의 일반적인 서식지가 아닌 발트해에 들어온 데다 일부 해안 수심이 30㎝에 불과해 몸길이 12.35m의 티미는 움직이기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한 차례 스스로 빠져나온 뒤에도 얕은 물가를 맴돌며 여러 차례 다시 좌초했고, 독일 북부 비스마르 인근 해역에서 건강 상태가 점차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당국은 초기에 준설선과 굴착기를 동원해 티미가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물길을 만들었다. 그러나 티미는 깊은 바다로 이동하지 못하고 얕은 해역에 머물렀다. 결국 지난달 28일 포엘섬 앞바다에서 물을 채운 바지선에 티미를 실어 북해와 연결되는 스카게라크 해협까지 옮긴 뒤 방사하는 방식이 택됐다. 전체 구조 비용은 약 150만유로, 우리 돈으로 약 22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구조 방식이 적절했는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환경장관 틸 바크하우스는 과학계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구조 시도를 승인했다. 하지만 고래 전문가들은 발견 초기부터 티미가 이미 방향감각을 잃었고, 건강 상태가 나빠 깊은 바다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티미는 발견 당시 어선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밧줄이 입 안에 걸려 있었고, 호흡도 불규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트해의 낮은 염분 농도 탓에 피부 상태가 악화됐고, 갈매기들이 등에 내려앉아 쪼아대는 모습도 포착됐다.

고래연구자 파비안 리터는 독일 언론에 "추적장치가 아무 정보도 제공하지 못한다면 고래와 구조팀 모두에게 전면적인 재앙"이라며 "고래가 죽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면 전체 작전은 헛수고가 된다"고 비판했다. 독일 슈트랄준트 해양박물관도 성명을 내고 티미가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구조작업을 평가할 수 있도록 추적장치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방사 과정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구조선 두 척 중 하나인 '포르투나 B'에 탑승했던 수의사 키르스텐 퇴니스는 최종 방사 시도에 입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래가 바지선에서 뒤쪽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고, 방사전 의료적 확인을 할 기회도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포르투나 B의 선박 추적 신호도 꺼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작업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다.

민간 자금 제공자들도 방사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발터-모메르트와 공동 후원자인 전자제품 유통업체 창업자 발터 군츠는 공동 성명을 통해 "고래가 버려진 방식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에 명백히 거리를 둔다"며 "포르투나 B와 로빈후드 선박의 소유자, 운영자, 선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덴마크 당국의 입장도 논란을 키웠다. 덴마크 측은 티미가 이후 다시 위험에 처하더라도 구조하지 않겠다고 사전에 밝혔다. 해양 포유류의 좌초는 자연적인 현상이며,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티미는 방사 후 스카게라크 해협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촬영됐지만, 이후 위치추적이 되지 않아 넓은 바다로 이동했는지, 다시 좌초했는지, 사망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구조작업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티미가 방사된 해역이 유럽에서 선박 통행이 매우 많은 바다라는 점을 지적하며 "고래를 도우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파비안 리터 역시 "고래는 소리에 극도로 민감하다"며 구조작업 과정의 소음과 선박 이동이 티미의 건강을 더 악화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은 독일 사회에서 동물 구조와 자연 방치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독일 환경당국은 한때 티미를 살릴 가능성이 낮다며 구조 포기를 결정했지만, 여론이 커지자 민간 주도 구조작업을 승인했다. 그러나 대규모 장비와 선박, 실시간 중계, 현장에 몰려든 시민들의 관심이 오히려 티미에게 스트레스를 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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