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에 '혁신'될 수 있을까? 출시 임박한 탈모 신약

탈모 치료제는 미녹시딜,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세 가지 약이 전부다. 마지막으로 승인받은 약은 2009년 등장한 두타스테리드다. 17년 만에 신약이 나왔다. 미국 베라더믹스사의 경구용 서방형 미녹시딜이다.
바르는 형태의 치료제인 미녹시딜은 대부분의 탈모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약품이다. 그러나 꾸준하게 사용하지 못하거나 끈적이는 사용감과 두피가 가려워지는 증상에 시달리다 사용을 중단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고혈압 치료용으로 나온 미녹시딜 정제를 조각으로 쪼개서 복용하도록 처방하기도 했으나 환자와 의사에게 늘 아쉬움을 남겼다. 때문에 미국의 베라더믹스사의 신약(경구용 미녹시딜) 개발 소식에도, '혁신'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신약은 단순히 도포형 약을 경구용 약으로 바꾼 제형 변경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신약은 '서방형' 기술을 통해 고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오프라벨 경구 미녹시딜 처방의 아킬레스건은 복용 직후 혈중 약물 농도가 빠르게 오르고 빠르게 사라지는 스파이크 현상이다. 심장 두근거림이나 전신 부종 같은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성이 적지만 존재한다. 효과를 더 내고 싶어도 용량을 높일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좋은 약도 환자가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베라더믹스는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서방형 제형 기술로 고질적인 문제를 영리하게 해결했다. 마치 댐의 수문을 아주 조금 열어 일정한 수량을 꾸준히 흘려보내듯 혈중 약물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심혈관에 가해지는 충격을 덜면서도, 안전성 문제로 시도하지 못했던 하루 최대 17mg이라는 압도적인 용량을 체내에 안정적으로 투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탈모 치료에 5mg 정도를 추천했던 것에 비하면 3배가 넘는다.
6개월간의 추적 관찰 결과, 하루 2알(8.5mg씩 총 17mg)을 복용한 환자군은 cm²당 평균 37.7개의 비연모가 증가했다. 비연모란 충분한 굵기와 색을 가진 실질적인 모발을 뜻하는데, 이것이 늘어나야 비로소 환자가 머리숱이 풍성해졌다고 체감하게 된다. 위약군이 자연적인 변동 폭인 7.3개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다. 또한 8.5mg을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한 그룹에서도 평균 30.3개의 모발 증가가 확인되어, 기존의 오프라벨 저용량 복용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치료 반응 속도다. 대개 탈모 약은 최소 6개월은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를 본다고 말하지만, 이 고용량 서방형 제제는 투여 단 2개월 만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환자들이 치료 초기에 겪는 지루한 기다림과 불안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은 의사에게도 무척이나 반가운 대목이다. 또한, 519명의 대규모 환자군에서 심각한 심장 관련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번 발표는 보도자료 형태인만큼, 향후 정식 논문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탈모 치료제 신약 역사의 오랜 공백 때문이다. 이번 약은 완전히 새로운 성분은 아닐지라도,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제형 변화를 통해 극복했다. 17년 만에 '공식 신약 탄생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깊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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