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미빵 700개 주세요"…'노쇼' 공포에 靑도 신고 당했다

류병화/이소이 2026. 5. 6. 17: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영업자를 노리는 '노쇼(예약 부도)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상 주문을 하고도 오해를 받아 청와대가 경찰에 신고된 사례까지 나왔다.

기관을 사칭한 피싱 사기가 잇따르면서 현장에서는 공공기관 주문조차 선뜻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며 거래 신뢰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항 베이커리 업체, 청와대 주문에 "피싱 사기 의심" 신고
정상 거래 확인 후 납품…노쇼 기승에 거래 신뢰 떨어져
보이스피싱 단속에 노쇼 사기 올해 벌써 작년 절반 '육박'
포항 장미빵. /사진=해쌀담


자영업자를 노리는 ‘노쇼(예약 부도)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상 주문을 하고도 오해를 받아 청와대가 경찰에 신고된 사례까지 나왔다. 기관을 사칭한 피싱 사기가 잇따르면서 현장에서는 공공기관 주문조차 선뜻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며 거래 신뢰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쇼' 횡행에 청와대 정상 거래도 112 신고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달 23일 오전 11시31분께 “청와대를 사칭한 피싱 전화가 의심된다”는 112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자는 포항시 송도동에 있는 지역 제과업체 해쌀담이었다. 이 업체는 자신을 청와대 직원이라고 소개한 이의 전화 주문을 받았는데 별도 공문이 오지 않아 피싱 조직의 범행 시도로 의심했다. 주문 이튿날 입금됐는데도 계좌가 피싱에 연루된 것으로 오해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전화번호 대조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이 주문은 청와대 직원이 한 정상 거래였다. 노동절을 앞두고 행사용 베이커리를 준비하기 위해 지역 업체를 물색하던 청와대는 포항 업체인 해쌀담에 장미빵 700개(105만원어치)를 주문했다. 장미빵이 대표 제품인 해쌀담은 2016년 포항에서 청년 창업으로 시작된 제과업체다.

해쌀담 관계자는 “주변에서 피싱 피해 사례를 많이 들어 확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라며 “청와대 주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혹시 계좌가 동결될까 봐 다방면으로 확인하다가 경찰에 신고했다. 진짜 주문임을 확인하고 청와대로 직접 배송까지 하고 왔다”고 말했다.

노쇼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상 거래마저 의심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쇼 사기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사칭해 특정 업체에 물품 대금을 선결제하게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챙겨 잠적하는 피싱 범죄 수법을 말한다. 이에 따라 업체간에 거래 확인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서류를 주고받는 과정이 길어져 업무 지연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교육업체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처음 걸려 온 전화는 의심부터 하게 돼 여러 차례 재확인 절차를 거친다”며 “피싱에 연루될 경우 금전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에도 지장이 생길 지경”이라고 말했다.

 활개 치는 노쇼 사기에 사회적 비용 증가

노쇼 사기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수사기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싱 조직이 사기 범죄 수법을 더욱 정교하고 다양한 형태로 뻗어나간 결과다. 군부대 관계자를 사칭해 단체 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시작됐던 노쇼 사기는 최근 들어 소방서·지자체·학교·기업 등으로 사칭 범위를 넓히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노쇼 사기 피해금액은 614억9000만원으로 벌써 지난해 피해금(1256억7000만원)의 절반에 육박했다.

범죄 조직은 공공기관 행사나 회식, 훈련, 세미나 등을 이유로 단체 주문을 넣은 뒤 특정 업체 물품 구매나 선결제를 요구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 실제로 군 간부나 소방 공무원을 사칭해 도시락·빵·음료 등을 대량 주문한 뒤 특정 납품업체 결제를 유도하거나 연락을 끊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진 점 역시 피해 확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대량 주문이 들어올 경우 이를 놓치기 어려워 선입금 요구를 쉽게 거절하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신뢰는 대표적인 사회적 자본인데, 이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거래 과정에서 확인 절차와 검증 비용 같은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며 “노쇼 범죄를 근절하려면 기관 사칭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류병화/이소이 기자 hwahwa@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