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풀꽃, 문도연 그림책으로 다시 피었다[신간]

전 국민이 사랑하는 ‘풀꽃’ 1은 시인이 초등학교 재직 시절 풀꽃 그리기 수업 중 아이들에게 들려준 말이 시로 굳어진 작품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주변을 향한 시선을 일깨우며 많은 이들에게 다독임을 주었다. 그림책에는 시의 뒷이야기인 ‘풀꽃’ 2와 3을 모두 담아 관계 맺음에 대한 통찰과 움츠린 영혼을 향한 격려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림책의 배경은 풀꽃을 그리는 아이들이 가득한 교실이다. 김하늘, 한바다, 노윤서 등 저마다의 꽃을 들여다보는 아이들 사이에서 얼굴이 발개진 채 제 그림을 꼭 안고 있는 이하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혼자 쪼그려 앉아 있던 아이의 시선 위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시구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혼자 철봉에 매달려 놀던 하나가 친구들과 이름을 알고 색깔을 익히며 이웃과 친구가 되는 과정도 섬세하게 묘사했다. ‘풀꽃’ 2의 핵심인 관계에 대한 통찰이 아이들의 학교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친구들이 하나에게 꽃반지를 선물하며 비밀을 공유하는 모습은 시가 가진 본연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마지막 ‘풀꽃’ 3의 이야기에서는 하나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그림을 솜씨자랑판에 붙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라는 응원은 책 속 아이들은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향한다. 나태주 시인의 문장과 문도연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추위를 이기고 피어난 풀꽃 같은 아이들의 생명력을 부각한다.
나태주 시인은 43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수천 편의 시를 써온 한국 시단의 원로다. 그림을 그린 문도연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걸어요’, ‘강물과 나는’ 등을 통해 자연과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책 제작에는 춘천서상초등학교 오은주 선생님과 11명의 어린이가 참여해 현장감을 더했다.
세상의 모든 작고 소박한 존재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연인이 되는 기적 같은 순간을 보여준다. 짧은 시구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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