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일본관 ‘동파이프’로 접속하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격년제 작품 잔치다. ‘2년마다 열리는 미술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이 비엔날레 61회 행사가 6일(이하 현지시각) 한국관을 비롯한 국가관들의 전문가·언론 초청 공개 행사를 시작으로 여섯달 동안의 대장정에 올랐다.

이날 오전 베네치아 시내 카스텔로 공원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한국관에서는 최빛나 예술감독이 기획한 국가관 전시를 처음 국내외 취재진, 미술계 전문가들에게 공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최 기획자와 작품을 낸 최고은·노혜리 작가가 나와 ‘(한국의)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란 역사적 주제 아래 한국관 건물 안팎으로 펼쳐진 출품작 앞에서 하나하나 설명했다.

먼저 눈길을 모은 건 한국관 공간 내부를 관통하며 뻗은 최고은 작가의 설치물이었다. 수도설비용 동 파이프를 활용해 한국관 내외부를 관통하는 것은 물론 이웃한 일본관의 공간과도 연결시킨 ‘메르디앙’(Meridian)이란 제목의 작품이다. 여러 파이프가 건물과 사이 공간을 통과하는 것을 주된 콘셉트로 내세우면서 역사적 공간을 오가는 기운의 순환과 치유의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 노혜리 작가의 ‘베어링’(Bearing)은 4천여개의 오간자 직물(얇고 빳빳하며 속이 비치는 직물) 조각들로 공간을 채워 애도, 기억, 전망, 생활 등 8개 스테이션을 엮은 것이 특징이다. 각 스테이션마다 일종의 보조 작가 격인 ‘펠로’들의 작품을 초청했다. 특히 ‘애도’ 스테이션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설치 작품 ‘더 퓨너럴’(The Funeral·장례식)이 나와 주목받았다. 농부 김후주, 작가 겸 가수 이랑, 사진작가 황예지, 예술가 크리스티앙 니얌페타 등 다른 펠로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올해 비엔날레 본전시는 카메룬 태생의 큐레이터 코요 쿠오(1967∼2025)가 첫 아프리카 출신 여성 총감독으로 선임됐으나 지난해 전시 준비 도중 지병인 암으로 숨져 이후 그와 논의해온 큐레이터 자문단이 준비를 마무리했다. 생전 쿠오가 제안했던 전시 주제는 ‘단조로’(In Minor Keys). 음악의 단조 선율에 바탕한 것으로 인간의 미세한 감각과 감정, 정서를 파고드는 개념이다. 전시 또한 기존 비엔날레의 작품 물량주의나 정치사회적인 거대 서사를 피하고 속삭임, 리듬 등 감각적 산물을 중시하면서 현 시대의 상황과 인간의 내면을 되짚어보는 작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본전시에는 지난 2024년보다 200명 이상 규모가 축소된 111명(팀)이 참여한다. 한국 작가로는 제주에서 바다와 여성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며 작업해온 유학파 작가 요이(39)가 참여하며, 2001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참여했던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60)와 갈라 포라스-김(39) 작가도 참여한다.

시내 곳곳에서는 비엔날레 재단의 공식 승인을 받은 병행 전시도 31건이 마련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 현대미술판을 오가며 활동해온 그림 대가 이우환의 탄생 90주년 기획전이 미국 디아뮤지엄의 기획으로 산마르코아트센터에서 대대적으로 열려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1895년 이탈리아 국왕 부부의 결혼 25주년을 맞아 예술도시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서구 각국 대표 작가 경연 형식으로 출범했다. 그 뒤 시상제와 국가관·본전시 양립체제라는 독특한 틀거지를 창안해 유지하면서 130년 지난 지금은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집약하는 최고 권위의 국제미술제로 우뚝 섰다. 이번 비엔날레 공식 개막일은 9일이며, 이날부터 일반 관객이 관람할 수 있다. 11월22일까지 시내 카스텔로 공원의 국가관 단지와 옛 조선소 아르세날레 본전시장, 시내 곳곳의 특설 공간 등에서 99개 나라의 국가관 전시와 본전시 공식 참여 작가 111명, 훨씬 많은 비공식 참여 작가(팀)들의 작품 전시와 담론 마당이 펼쳐질 예정이다.

베네치아/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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