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드론도 대체 못 해”···AI로 전쟁하는 시대에 ‘자폭 돌고래’ 나온 이유 있었다

최민지 기자 2026. 5. 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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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생장드뤼즈 앞바다에 돌고래 한 마리가 포착된 모습. 생장드뤼즈|AFP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일명 ‘자폭 돌고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돌고래의 군사적 활용은 인공지능(AI)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현대전에서도 여전히 거론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이 작전에 투입할 돌고래가 없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며 이란의 돌고래 군사 활용설을 일축했다.

지난달 30일 “이란이 교착 상태 타개를 위해 잠수함, 기뢰 운반 돌고래 등 아직 쓰이지 않는 무기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다만 “우리가 자폭 돌고래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란도 일찌감치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 주일 이란 대사관은 지난 3일 공식 SNS를 통해 “전혀 정상적인 이야기라 볼 수 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똑똑한 돌고래, 냉전 시대부터 전쟁 활용

AI, 드론 등 최첨단 무기로 전쟁을 하는 시대에 자폭 돌고래가 거론되는 데엔 이유가 있다. 냉전 시대부터 실제 동물이 군사 작전에 동원돼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1959년부터 돌고래를 기뢰 탐지 등에 활용하는 ‘해양 포유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초기에는 상어나 가오리, 바다거북 같은 다양한 해양 동물을 시험했지만 지금은 큰돌고래와 캘리포니아 바다사자가 주력이다.

미 해군 산하 태평양해군정보전센터에 따르면 이들은 돌고래·바다사자가 항구나 연안은 물론 심해에서 물체를 탐지하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돌고래는 소리(음파)를 이용해 물속에서 물체의 위치나 거리를 파악한다. 바다사자는 시력이 뛰어나 혼탁한 물속에서도 물체를 찾아낸다. 인간과 달리 감압병 등이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미군은 실제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기뢰 제거 작업에 돌고래를 투입한 적이 있다. “현재로선 수중 드론도 이 동물들을 대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구소련 당시 해군도 돌고래를 군사용으로 훈련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에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러시아 해군이 설치한 돌고래 우리 시설이 위성 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란 역시 2000년 군사 목적으로 돌고래를 구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동물을 전쟁에 투입해도 될까

하지만 동물의 군사적 목적 활용을 둘러싸고는 동물권 침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임무를 인간 대신 동물에 맡긴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태평양해군정보전센터는 모든 동물이 수의사와 조련사 등 전문가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탐지 임무 외 공격 작전에는 절대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연구원이자 과거 기뢰전과 관련해 해군과 협업한 경험이 있는 스콧 사비츠 역시 CNN에 비슷한 취지로 설명했다.

“돌고래의 군사적 활용엔 기술적, 윤리적 문제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바다로 나갈 때면 언제나 자유롭게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것은 먹이를 제공받고, 바닷속에서 목표물을 찾는 놀이를 즐기며 포식자로부터 보호받기 때문입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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