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안전] 기후위기는 이미 도시의 일상이다

'기후변화'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쓰인 지도 오래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말만으로는 지금의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졌다. 이제 기후는 '변화'가 아니라 '위기'이며, 때로는 '재난'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용어의 변화는 현실의 변화를 뜻한다.
2020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나섰고, 2022년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기후위기는 법적 근거와 책임 아래 다뤄야 할 행정의 의제가 되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며, 이미 현실의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자연재난 통계에 따르면 인명피해는 폭염에, 재산피해는 호우에 집중됐다. 이제 폭염과 폭우는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다뤄져야 한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의 평균기온은 지속해 상승하고 있으며, 초여름과 초가을에도 이상고온이 나타나면서 폭염은 한여름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위험도 분명하다.
인천 시민 조사에서 폭염이 여름철 가장 위험한 재난으로 꼽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폭염의 심각성은 단순한 기온 상승에만 있지 않다. 도시 안에 열이 축적되는 구조가 피해를 더욱 키우기 때문이다. 녹지 부족과 과밀한 건축, 환기와 단열에 취약한 주거환경은 열이 쉽게 축적되고 오래 머물게 하며, 그 부담은 고령자와 주거 취약계층에 더 크게 돌아간다.
폭우 피해도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강우량 자체만이 아니다. 핵심은 도시가 그 비를 감당할 여건을 갖추고 있는가에 있다. 개발이 진행될수록 땅은 물을 흡수하는 힘을 잃고, 빗물은 취약한 공간으로 몰린다. 반지하 주택과 저지대 골목, 지하차도 같은 공간은 집중호우 때마다 도시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폭우 피해 역시 자연현상만이 아니라, 불투수면의 확대와 노후한 배수체계, 취약 주거지의 밀집 등 오랜 시간 축적된 도시의 조건에 의해 커진다.
인천시는 무더위쉼터를 확대하고, 상습침수지역 45곳에 180개의 침수감지센서를 설치했으며, 23개 지하차도에는 90억 원 규모의 진입차단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필요한 조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이미 형성된 위험에 대응하는 사후 조치에 가깝다. 폭염과 폭우의 피해를 키우는 구조적 원인을 개선하지 않는 한, 기후재난은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폭염과 폭우는 모두 도시가 오랜 시간 쌓아온 불균형의 결과다. 녹지와 배수, 주거와 인프라의 격차는 두 재난의 피해를 키우는 대표적 요인이다. 기후재난은 기후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계획과 토지이용, 인프라 투자, 복지정책이 오랜 시간 만들어낸 복합위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기후재난 대응은 재난관리 부서를 넘어, 도시 행정 전반이 함께 답해야 할 핵심 정책 과제로 격상되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편적 대응의 확대가 아니라 정책 방향의 전환이다. 폭염 대응은 단기 보호조치의 보강을 넘어 도시숲과 그늘, 바람길, 건물 단열 개선 등을 통해 도시 열환경을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폭우 대응 역시 배수시설 확충을 넘어 물순환 회복과 저지대 토지이용 관리로 확장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취약계층은 사후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이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기준이 되어야 한다.
재난의 출발은 자연일 수 있다. 그러나 피해의 크기와 깊이는 결국 도시가 결정한다. 기후재난 대응의 본질은 날씨와 싸우는 데 있지 않다.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다시 묻는 데 있다. 폭염과 폭우는 도시가 책임 있게 다뤄야 할 구조적 위험이며, 시민의 생명과 존엄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해야 할 정책 과제다.
/조성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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