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의 동행] 슬픔, 기쁨, 아름다운 세상

김영인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2026. 5. 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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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인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최근 남매 듀오 악뮤(AKMU)가 발표한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노래가 내 감성을 툭 건드렸다. 기쁨을 얻기 위해 애써 노력 해온 내게 슬픔도 품어주면 예쁜 감정이 될 수 있다는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슬픔을 겁내지 말고 당당히 마주할 때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따뜻한 위로도 얻었다. 슬픔이 소중한 건 아마도, 밝게 웃지 않아도 삶이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한 게 아닐까?

슬픔은 상실이나 분리, 실패나 좌절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서적 반응을 의미한다. 하지만 슬픔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다. 슬픔은 자신의 성찰을 유도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개인의 적응 기제이다. 나아가 슬픔은 공감을 통해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고, 고통을 공유하여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즉, 슬픔은 개인에게는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는 거울이자, 공동체에게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엔 슬픔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이다. 2025년 기준으로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로 집계되어 OECD 평균인 14.8%보다 약 2.6배 높다. 경제적 빈곤에 질병과 외로움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오늘 하루에도 10명 이상의 노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가난했던 나라를 온몸으로 일으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어르신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관심과 안전망으로부터 저 멀리 떨어져 있다.

한국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는 사이, 지방소멸은 눈앞의 참혹한 현실이 되었다. 저출생·고령화·청년 유출의 삼중고로부터 자유로운 비수도권 지역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경상북도의 경우, 2025년(잠정치) 기준 출생아 1만426명, 사망자 2만5298명을 기록해 역삼각형 인구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또, 인구 감소의 구조적 위기 속에 지난 5년간 경북 도내 15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줄어든 교실과 아이 울음이 멈춘 마을에선 공동체의 미래도 조용히 옅어지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도 고통의 신음과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는 80억 인구가 충분히 먹고 남을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 인구의 9.1%인 약 6억7300만 명이 만성기아에 처해있고, 매일 약 2만5000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하고 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는 내전으로 12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다이아몬드가 넘치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5세 미만 어린이 4명 중 1명이 기아로 숨지고 있다. 불평등한 세계의 고통은 언제나 가장 힘없는 이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 모든 슬픔은 어디에서 왔을까? 개인과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스며있는 슬픔은 결국 구조의 문제이다. 따라서 구조의 문제를 직접 다루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치란 본디 슬픔을 돌보는 일이 아니던가? 강한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들의 슬픔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치유하는 것이 정치의 본분이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 정치만이 기쁨을 만들 수 있다.

슬픔과 기쁨은 서로를 밀어내는 감정이 아니다. 슬픔을 알기에 기쁨이 빛나고, 기쁨을 나눌 때 슬픔이 견딜 만해진다. 두 감정이 공존할 때 비로소 아름다움이 생기는 것이다. 당신 곁에 소리 없이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그 슬픔 쪽으로 한 발 내딛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작지만 가장 확실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