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입사 11개월 만에 떠난 30살 연구원… 아버지 "노사는 성과급 다툼만"

신혜정 2026. 5.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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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꿈 많던 아들 치엽이는 입사한지 11개월 10일만에 극단의 선택을 했습니다. 2024년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1위를 빼앗긴 삼성전자는 전 직원을 압박했고 아들은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고 김치엽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연구원의 아버지 김영구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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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세상 떠난 반도체 연구원 유족
"높은 성과에 가려진 노동 구조 문제
노조는 연대 않고 회사는 사과 없어"
고 김치엽 삼성전자 연구원의 아버지 김영구(왼쪽 다섯 번째)씨와 시민단체 반올림 등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산재 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삼성전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꿈 많던 아들 치엽이는 입사한지 11개월 10일만에 극단의 선택을 했습니다. 2024년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1위를 빼앗긴 삼성전자는 전 직원을 압박했고 아들은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고 김치엽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연구원의 아버지 김영구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3월 26일 자신이 거주하던 경기 화성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김씨가 마주한 건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유족은 이날 근로복지공단에 김 연구원 사건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으로 산재 신청을 했다. 유족과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이번 산재 신청을 통해 삼성전자의 높은 성과에 가려진 압박적 노동 구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과 배분을 둘러싸고 삼성전자 노사간 첨예한 갈등이 계속되지만, 정작 근본적인 이야기가 보상 문제에 가려졌다”는 게 반올림의 지적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성과급 배분을 둘러싸고 파업을 준비 중인 노조 역시 김 연구원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반올림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연대에 나섰지만 노조 측은 보이지 않았다. 현 노조들이 연대에 적극적이 않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 연구원 사건에 대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는 “노조에 신고되지 않은 내용이라 사안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고 김치엽 삼성전자 연구원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 참가자가 김씨가 생전 남긴 메시지를 기록한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신혜정 기자

유족을 대리하는 이성민 노무사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김 연구원의 정신건강은 급격히 악화했고, 그가 남긴 메모나 SNS 기록, 검색과 진료 기록을 종합하면 그의 주요 스트레스는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일관되게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이 사망 전 ‘과로 온몸 저림’, ‘회사에서 잘릴 것 같을 때’ 등을 검색하고 사내 마음건강클리닉에서 우울과 업무 스트레스 관련 검사를 받은 기록이 입증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아버지 김영구씨는 “아들의 사망 후 삼성전자로부터 사과나 해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김 연구원의 위태로운 상황을 알고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유족이 지난달 삼성전자에서 받은 답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김 연구원 사망 당일을 포함해 근태관리차 최소 4회 그의 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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