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AI, 사람보다 빠르지만… 질문도 답도 결국 인간의 몫”

이준기 2026. 5. 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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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오픈 스테이지 토크 콘서트서 ‘AI 시대 인간 역할’ 강조
한 분야 깊이 파고들며 얻은 집중·판단력은 다른 영역서도 쓰여
울산 UNIST에서 6일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이세돌(왼쪽) UNIST 특임교수와 이창호 국수가 대담하고 있다. UNIST 제공

이창호 국수·이세돌 9단


“인공지능(AI)이 사람보다 더 빠르게 답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묻고, 어떤 답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두 거장은 AI 시대 인간의 본질적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러면서 질문하는 힘과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끈기와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호 국수와 이세돌 9단은 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UNIST 오픈 스테이지1’ 토크 콘서트에서 바둑을 통해 바라본 AI 시대 인간에 대해 심도 있는 대담을 나눴다. 이 9단은 UNIST의 특임교수이기도 하다.

‘반상 위로 먼저 온 미래-이창호·이세돌이 전하는 AI 시대의 한 수’를 주제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이들은 바둑 수읽기와 복기를 바탕으로 AI 시대 인간만이 가진 판단력, 창의성, 끈기 등에 대한 의미를 각자의 바둑 철학을 통해 풀어냈다.

토크 콘서트에는 학생과 교직원,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두 바둑 기사의 바둑 철학이 기존과 다른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확장되는 것을 목격하며 ‘AI 시대 진정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두 고수는 서로 다른 바둑 기풍을 통해 세계를 제패해 왔다. 이 국수는 흔들림 없는 집중력과 정교한 형세 판단력으로, 이 교수는 2016년 알파고와 바둑 대국에서 보여줬듯이 직관과 파격, 상식을 깨는 승부사 기질로 각각 세계 바둑계를 제패했다.

한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 정확성으로, 다른 한 사람은 판을 바꾸는 창의성으로 각각 정상에 오른 셈이다.

두 바둑 거장은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AI 시대 인간은 어떤 의미와 역할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나둘씩 풀어냈다.

먼저 이 국수는 “좋은 수는 대개 흔들리는 순간에 나온다. 끝까지 생각하고 버티는 시간이 결국 실력을 만든다”고 집요함과 끈기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창의적인 수는 갑자기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수없이 부딪히고 실패한 시간이 있다”며 “남이 보지 못한 길을 보려면 먼저 자기만의 질문이 있어야 한다”고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에 기반한 자기 질문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두 기사는 AI를 승패가 아닌 해석의 영역으로 바라보며 AI가 더 많은 답을 보여줄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그 답을 이해하고 자기 판단으로 옮기는 능력이라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AI가 강하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그 답을 보고 무엇을 다시 묻고, 자기 생각으로 선택을 내리는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세돌 UNIST 특임교수가 ‘UNIST 오픈 스테이지’ 토크콘서트에서 알파고 대국 이후 AI 기술이 바둑계에 미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UNIST 제공.


이 국수도 정답을 보는 것과 그 정답에 이르는 길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며 “AI가 좋은 수를 알려줘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사람이 해야 할 몫”이라고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함을 강조했다.

바둑에서 패배한 이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두 기사의 대화는 한층 깊어졌다. 정상에 오른 두 사람에게도 패배와 슬럼프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두 기사는 “바둑에서 진다는 것은 한 판을 잃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왜 졌는지 다시 들여다보고, 어느 순간 판단이 잘못됐는지를 되짚어 봄으로써 다음 승부를 준비하는 시간이 뒤따른다”고 패배는 또 다른 시작임을 지적했다.

이 국수는 “이긴 판보다 진 판이 더 오래 남는다. 아픈 패배를 외면하지 않고 다시 보는 시간이 다음 승부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관건은 실패 뒤에 멈추느냐, 다시 수를 찾느냐”라며 “학생들이 실패를 끝이 아니라 다음 질문의 시작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6일 UNIST 오픈 스테이지 토크콘서트에서 이세돌(왼쪽) UNIST 특임교수와 이창호 국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 UNIST 제공.


두 기사는 진로와 전공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나만의 길’을 가라고 제시했다.

이 국수는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며 얻은 집중력과 판단력은 다른 영역에서도 쓰인다”라며 “전문성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질수록 넓어진다”고 말했다.

토크콘서트 기획과 사회를 맡은 김철민 GRIT인재융합학부장은 “AI시대에는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 못지않게 정답이 없는 영역을 견디고 질문을 설계하는 태도가 더 중요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UNIST는 이달 말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아영 UNIST 특임교수를 초청해 AI 시대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상을 공유하는 토크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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