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에 7천원…수입 확대에도 안잡히는 계란값 왜?
장바구니 물가 비상, 공급 부족에 가격 급등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 계란 한 판 가격표에 선명하게 찍힌 '7,280원'이라는 숫자를 본 소비자들은 이내 발길을 돌리거나 한참을 망설이는 모습이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까지 확산되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1인 1판 제한 판매'라는 생소한 안내문까지 등장하며, 과거 물가 파동의 기억을 소환시키고 있다.
◇ 장기간 고공행진하는 계란값 배경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특란 30구 기준 계란1판 값 지난해 5월에 약 4년 만에 7000원을 돌파한 이후, 6000원 후반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다가 최근 다시 7000원대를 넘어 7100원선을 넘보고 있다.
2월 설 직후 정부의 대대적인 할인 지원으로 6000원대까지 일시 하락했으나, 지원 종료 및 수급 불안이 겹치며 3개월 만에 다시 10% 이상 급등하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계란 1판에 7000원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소비자들에게 강한 물가 압박으로 작용되고 있다.
오랜기간 계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복합적인 공급과 유통문제가 얽혀있다.
우선,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닭 기관지염 등 전염병의 확산으로 산란계 마릿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병아리 수급 지연과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한 산란율 저하가 맞물리며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여기에 동물복지 기준 강화에 따라 사육 밀도 제한(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체적인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한 몫 했다.
아울러 유통 과정의 마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생산지 가격 상승 폭보다 소비자 가격 상승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유통 단계에서의 과도한 마진이나 담합 의심을 제기하며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 에그플레이션 공포에 자영업자 '한숨'
계란값 상승의 불길은 가계를 넘어 외식업계와 자영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단순한 원재료비 상승을 넘어 경영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계란 소비량이 많은 제과·제빵 업종과 분식점, 브런치 카페 등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원가 비중이 높은 계란 가격이 치솟자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은 극에 달했다. 서울의 한 제과점 업주는 "식용류와 밀가루, 설탕 등 대부분의 원재료값이 오른 가운데 계란까지 금값이 되니 빵 하나를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
견디다 못한 일부 식당은 기본 반찬으로 제공하던 계란말이나 계란후라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아예 계란이 들어가는 메뉴의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메뉴 축소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
자영업 뿐 아니라 가계도 비상이다. 대체 불가능한 '완전식품'이자 가장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계란값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식단 구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 수입산 계란 늘리지만 역부족
최근 계란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초부터 대규모 수입란 도입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 중심으로 미국산과 태국산 신선란이 판매되고 있다.
태국산 신선란은 최근 4월 중순부터 약 224만 개가 추가로 도입되었는데 태국산은 상대적으로 물류 비용이 낮아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산 계란 1판이 7000원을 넘어선 반면 수입산은 보통 4000원 후반에서 5000원대 후반대에 형성돼 국내산 보다 20~30% 가량 저렴한 편이다. 가격이 월등히 저렴한 만큼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홈플러스에서 판매된 태국산 계랸은 1차 도입 물량인 4만6000판이 출시 직후 대부분의 매장이 오픈런 현상을 일으키며 빠르게 소진됐다. 정부는 5월 초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물량을 도입 할 예정이다. 저렴한 가격에 인기가 높아 1인당 2판으로 구매 제한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별로 조기 품절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란 도입 확대와 더불어 유통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하지만 산란계 마릿수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계란 가격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향후 수급 정상화 시점과 유통 구조 개선 여부가 가격 안정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