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서 유래’ 크루즈 덮친 ‘한타바이러스’ 뭐길래? [나우,어스]
“백신·치료제 없어 치사율 높은 편”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한탄강 유엔군서 첫 발견
한탄강 이름 따 한타바이러스 명명, 본격 연구 시작
미주 변종은 폐 증상 중심으로 더 치명적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카보베르데 연안에 정박 중인 유람선 MV 혼디우스호. 이 배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승객 3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2명이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확인됐다.[게티이미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6/ned/20260506154735084ripu.png)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추정되는 집단 발병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병에 걸린 크루즈선이 카보베르데 해안에 정박한 채 남아 있는 가운데, 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생 자체는 드물지만 치료법과 백신이 없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타바이러스는쥐 등 설치류를 매개로 전파되는 인수(人獸)공통감염병이다. 감염된 동물의 배설물, 소변, 타액 등에 오염된 먼지를 사람이 흡입하면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사례는 많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 계열 중 하나로 꼽힌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사브라 클라인 교수는 “일부는 구대륙 한타바이러스이고, 다른 일부는 신대륙 한타바이러스”라며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매개 설치류와 질병의 심각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변종은 아시아 변종보다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한타바이러스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 클라인 교수는 “질병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치료법 개발을 위한 자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타바이러스가 학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950년대 한국전쟁이다. 1951년 한탄강 유역에 주둔하던 유엔군 병사들 사이에서 신장에 영향을 미치는 출혈열이 확산됐고, 1954년까지 약 3000명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 지역 이름을 따 ‘한타바이러스’라는 명칭이 붙었으며, 이를 계기로 관련 병리 연구가 본격화됐다. 이후 동시베리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1930년대 중국 동북부 등 과거 사례들도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소급 확인됐다.
1993년에는 미국에서 새로운 변종이 확인됐다. 애리조나, 콜로라도, 뉴멕시코, 유타가 만나는 ‘포 코너스’ 지역에서 원인 불명의 질병으로 최소 15명이 사망했는데, 조사 결과 사슴쥐에서 유래한 ‘신놈브레 바이러스’로 밝혀졌다. 이 바이러스는 폐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는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을 유발하며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 지역에서는 다른 변종도 확인됐다. 2002년 칠레에서는 ‘안데스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는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한타바이러스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전파는 매우 드문 경우”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아르헨티나 남부 에푸옌 지역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에서도 제한적인 사람 간 전파가 확인됐다.
일상 환경에서도 감염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는 캠핑객들이 설치류 배설물에 오염된 먼지를 흡입하면서 최소 10명이 감염되고 3명이 사망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설치류와 접촉할 경우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발생한 크루즈선 집단 감염 사례는 기존과 다른 양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서양을 항해 중이던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는 현재까지 확진 2명과 의심 5명 등 총 7명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70세와 69세 네덜란드인 부부와 독일 국적자 1명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는 이번 사례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WHO 전염병 대응 국장은 “매우 밀접한 접촉자들 사이에서 사람 간 전파가 있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타바이러스가 주로 설치류를 통해 전파된다는 기존 인식과 다른 평가다.
다만 최초 감염자가 승선 이전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최초 사망자인 네덜란드인 부부는 남미를 여행한 뒤 탑승한 것으로 확인돼 감염원이 선내가 아닌 외부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약 150명의 승객은 하선하지 못한 채 선내에 머물고 있으며, 카보베르데 정부는 공중보건 우려를 이유로 입항을 불허하고 의료진만 투입한 상태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로의 이동 방안도 검토됐지만 현지 당국이 수용에 난색을 보이면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WHO는 선내에서 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혀 감염 경로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WHO는 “현재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 수준은 낮다”며 과도한 공포를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한타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치류가 전 세계에 분포하는 만큼 바이러스 역시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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