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성수·한남동…'콘텐츠 상권'이 뜬다

2026. 5. 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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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지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 자료를 살펴보면 핵심 상권은 자연공실률 수준(5% 미만)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10%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곳이 많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핵심 상권과 생활권 근생 시설 사이에 나타나는 격차를 '탈동조화(디커플링)'로 정의한다.

지금까지의 시장이 부동산 입지라는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와 운영 역량 같은 '소프트웨어'가 자산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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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돋보기

서울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강남과 한강 벨트에서 시작된 열기가 이제는 나머지 지역들까지 ‘갭 메우기’를 하는 모양새다. 최근 시장을 관통했던 키워드가 양극화였다면, 적어도 현시점의 서울 아파트 시장은 ‘탈(脫)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강남, 성수동, 한남동 등으로 대표되는 핵심 상권의 부동산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반면 우리에게 친숙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나 동네의 근린생활 점포는 ‘임대 문의’ 스티커만 빛바랜 채 붙어있다. 그나마도 ‘무인점포’로 운영되는 게 현실이다. 서울 지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 자료를 살펴보면 핵심 상권은 자연공실률 수준(5% 미만)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10%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곳이 많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핵심 상권과 생활권 근생 시설 사이에 나타나는 격차를 ‘탈동조화(디커플링)’로 정의한다. 과거엔 강남이 앞서가면 주변 상권이 시차를 두고 뒤따라가는 흐름을 보였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공간의 가치가 재편됐다.

첫 번째 원인은 공급의 과잉이다. 저금리 시대,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근생 시설이 공급됐다. 저금리 기조가 정점이었던 2021년 한 해에만 전국적으로 3만3000여 개의 상가 점포가 분양됐다. 2023년 대비 3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여기에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단독·다가구 주택을 근생 시설로 용도 변경한 사례가 서울에서만 연평균 3500건에 달하며 기름을 부었다. 배후 수요인 거주 인구는 줄어드는데, 정작 장사할 공간만 기형적으로 늘어난 구조적 결함이 발생한 것이다.

두 번째로 오프라인 상권의 진화가 가져온 구조적 변화다. 온라인으로 대체 가능한 일상적 소비 상권은 쇠퇴하는 반면,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상권으로 쏠림은 심화했다. 핵심 상권은 소비자가 목적성을 갖고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보유한 ‘데스티네이션 리테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판매 중심의 매장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지금은 F&B(식음료), 전시, 커뮤니티 등 체험 위주로 상품구성(MD)이 급격히 변화했다. 체험형 공간은 단순한 장소를 넘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고도의 운영 역량을 요구한다. 개별 분양주가 각자도생하는 일반 근생 시설이 전문 기획과 큐레이션 역량을 확보하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탈동조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장이 부동산 입지라는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와 운영 역량 같은 ‘소프트웨어’가 자산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반 근린생활시설은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재보다는 생활 필수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실용적 기능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투자자도 이제는 ‘목이 좋으면 임대는 나간다’는 과거의 맹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권의 트렌드를 읽고 공간을 콘텐츠화하거나 철저하게 주민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 온라인이 줄 수 없는 생활 밀착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상업용 부동산은 건물이 아니라 그 공간을 채울 콘텐츠와 시간을 사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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