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아끼려고 걷다가...” 광주 여고생, 악마를 만났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2026. 5. 6. 15: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탁방서 혈흔 지운 20대 살인범, 우발 아닌 ‘계획 범죄’ 가능성
부모 “구급대원 꿈꾸던 착한 딸인데”... 사건 현장엔 추모 국화꽃
6일 광주광역시 월계동 대로변 가로수 아래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이 놓여 있다. 전날 이곳에서 고교생 A양이 생면부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진창일 기자

생면부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A(17)양의 빈소가 차려진 6일 광주광역시의 한 장례식장. 어머니는 앳된 딸의 영정 앞에서 주저앉아 “왜 나만 두고 갔느냐”며 통곡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딸의 죽음이 믿기지 않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중학생 동생은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았다.

A양은 전날 오전 0시 11분쯤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로변에서 장모(24)씨가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장씨를 살인 등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장씨는 A양을 도우러 온 B(17)군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사건 당시 택시비를 아끼려고 약 4㎞ 거리를 걸어서 귀가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빈소에서 만난 A양 가족의 지인은 “평소 연락하면 학원이나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던 아이였다”며 “구급대원이 되고 싶다며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애답지 않게 착해서 부모 속 안 썩이고 활발한 아이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양이 쓰러졌던 범행 현장에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과 음료수가 놓여 있다.

피의자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살을 고민하던 중 전혀 모르는 사이인 A양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우발적 범행을 주장한 것이다.

귀갓길 흉기 피습으로 숨진 여고생 A 양의 빈소가 마련된 6일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 유족들이 근조화환 옆을 지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경찰은 “장씨가 범행 전 자신의 차량을 몰고 사건 현장 일대를 서행하다가 홀로 걸어가는 A양을 지나친 뒤 다시 돌아와 흉기를 휘둘렀다”며 계획 범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장씨는 도주 과정에서 자신의 차량을 버린 뒤 택시를 갈아타면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 했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도 버렸다. 세탁방에 들러서 옷에 묻은 혈흔도 씻어냈다.

경찰은 감시 카메라 영상을 토대로 장씨의 동선을 추적해 범행으로부터 약 11시간 만인 지난 5일 오전 11시 24분쯤 범행 현장과 약 1㎞ 떨어진 장씨의 집 부근에서 그를 체포했다. 경찰은 장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장씨에 대한 신상 공개 절차도 착수했다. ‘특정 중대 범죄 피의자 등 신상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중대한 피해, 수단의 잔인성,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공공의 이익 등 요건을 충족하면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심의위원회가 신상 공개 의견을 제시하면 관할 경찰서장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며 “이후 피의자에게 신상 공개를 통보하고 5일 이상 유예 기간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중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7일쯤 열릴 전망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