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시대 인간 가치 높아질 것…소수가 휘두르면 디스토피아"

이병구 기자 2026. 5. 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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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오픈스테이지 1' 토크콘서트
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열린 GRIT인재융합학부 오픈스테이지 토크콘서트 '반상 위로 먼저 온 미래 이창호·이세돌이 전하는 AI 시대의 한 수'에서 이세돌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UNIST 제공

"바둑기사를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창의적인 바둑을 두자' 였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의 바둑을 보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나 생각이 들었어요. 바둑은 고정관념을 깨라는 AI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지만 다른 분야는 상대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캐치하는 사람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는 6일 UNIST에서 열린 'UNIST 오픈스테이지 1' 토크콘서트 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시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교수는 2016년 직접 겨뤘던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 이후 더 발전한 모델인 알파고 마스터에서 '삼삼(3·3)'이라는 수를 두기 시작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삼삼은 바둑판 모서리에서부터 가로세로 각각 세 번째 줄이 교차하는 지점에 두는 수다.

이 교수는 "당시 프로들은 어렸을 때부터 삼삼에 두지 말라고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둘 수가 없었다"며 "인간의 고정관념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크콘서트와 간담회에 참석한 이창호 사범도 AI가 인간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 사범은 "AI와의 대국을 보며 당시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삼삼처럼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이 바둑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접목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새로운 사고를 하는 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호 사범이 6일 UNIST에서 열린 GRIT인재융합학부 오픈스테이지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UNIST 제공

이 사범은 "다만 AI에 너무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AI로 공부하는 후배 바둑기사들에 대해 "자기 스타일을 어느 정도 만든 상태에서 AI 도움을 받으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세돌 교수는 "AI에 생각의 주도권이 뺏기지 않는 선에서 AI를 활용해 나간다면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AI,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더라도 인간에게는 결국 인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만의 가치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AI가 불러올 최악의 미래를 상상해 달라는 질문에 "AI라는 무기를 특정 소수 집단이 쥐고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범은 "AI에 좋고 나쁜 면이 공존하기 때문에 인문학 등 기초가 닦여 있어야 그런 위험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돌 교수가 6일 UNIST에서 열린 GRIT인재융합학부 오픈스테이지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UNIST 제공

토크콘서트는 '반상 위로 먼저 온 미래: 이창호·이세돌이 전하는 AI 시대의 한 수'를 주제로 열렸다.

이 교수는 "창의적인 수는 갑자기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수없이 부딪히고 실패한 시간이 있다"며 "남이 보지 못한 길을 보려면 먼저 자기만의 질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강하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답을 보고 사람이 무엇을 다시 물을 수 있냐는 것"이라며 "자기 생각으로 선택을 내리는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범은 "정답을 보는 것과 정답에 이르는 길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며 "AI가 좋은 수를 알려줘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GRIT인재융합학부 오픈스테이지 토크콘서트 '반상 위로 먼저 온 미래 이창호·이세돌이 전하는 AI 시대의 한 수'가 열렸다. UNIST 제공

이번 행사는 UNIST가 출범한 그릿(GRIT)인재융합학부 운영 취지와 인재상을 대중에 알리는 첫 공개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UNIST는 2027학년도부터 10명 내외 신입생을 'GRIT 인재전형'으로 별도 선발한다.

GRIT인재융합학부는 학생이 학과를 먼저 고르는 대신 연구 질문과 관심 분야, 진로 목표를 스스로 정해 학업 경로를 짜는 교육 모델이다. 수업은 프로젝트 기반 탐구교육(PBI)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전담 교수가 학생의 학업·탐구 과정을 1대1로 지도한다. 과도한 학점 경쟁을 줄이고 도전적 학습을 장려하는 패스/노레코드(Pass/No Record) 평가 방식도 적용된다.

GRIT인재융합학부 졸업생은 융합이학사 또는 융합공학사 학위를 받는다. 학생이 직접 설계한 전공명이 성적증명서에 공식 표기된다.

김철민 UNIST GRIT인재융합학부장은 "학생이 스스로 던진 집요한 질문 하나가 4년간 탐구하는 전공이 되고 실패와 재도전 기록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며 "AI 시대에는 정답이 없는 영역을 견디고 질문을 설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종래 UNIST 총장은 "이번 행사는 바둑이라는 상징적 매개를 통해 인간 고유의 끈기와 창의성, 판단력이 미래 인재의 핵심 조건임을 확인한 자리"라고 밝혔다.

이달 말에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아영 UNIST 특임교수의 토크콘서트가 예정됐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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