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이란戰으로 벼랑끝 몰린 중국 경제...에너지·원가·수출 삼중 압박 ‘부메랑’

유진우 기자 2026. 5. 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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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웃던 中
호르무즈 운항 차질에 ‘조용한 비명’
과잉 생산 물량 털어낼 곳 없어져
채텀하우스 “수출 상대국이 안 사면 中도 끝장”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군사행동에 나선 지 석 달째에 접어들면서 저가·대량생산으로 굴러가는 중국식 성장 모델의 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전쟁 초기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동안 중국은 제재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이란산 원유를 사들여 전쟁의 숨은 승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중국의 막대한 비축유는 고갈되는 반면, 에너지 수급과 제조업 원가 상승·수출 시장 확보 난항 등 동시에 다각적으로 압박을 받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남부 광둥성 포산의 한 게시판에 붙은 구인 광고를 살펴보는 남성. /연합뉴스

5일 영국 텔레그래프와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이 확보한 에너지 수입선은 한계에 몰렸다. 중국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의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시장정보업체 케플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한 해 원유·정제유·LNG·LPG 수입량 절반에 가까운 49.4%를 중동에서 들여왔다. 에너지 수입량 절반이 호르무즈 해상 통로에 묶인 구조다. 전쟁 이후 5월 이 비중은 31%까지 떨어졌다. 중국은 중동 대신 러시아와 브라질에서 더 멀리, 더 비싸게 원유를 사다 쓰고 있다.

정제유 공급 사정은 더 열악하다. 정제유는 원유를 정유공장에서 한 번 거른 뒤 나오는 디젤, 항공유, 나프타 같은 완제품을 통칭한다. 트럭과 화물선을 굴리는 디젤, 비행기를 띄우는 항공유,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원료가 되는 나프타 모두 정제유로 구분한다. 중국 내 정제유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1%에서 올해 5월 1% 미만으로 사실상 공급이 끊겼다. 원유는 거대한 지하 동굴에 비축할 수 있어도 정제유는 그렇지 않다. 휘발성이 강하고 변질 속도가 빨라 대규모 비축 인프라가 마땅치 않다. LNG·LPG 중동 물량도 1~5월 사이 43% 줄었다.

중국 기업들은 원유 공급처 다변화와 중동산 정제유 공급 중단으로 원가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3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0.5% 올라 4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 벤 캐번더 전무이사는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화학 처리 과정이나 석유 제품 공급망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원료 접근성이 끊임없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산업계가 느끼는 진짜 아픈 손가락은 석유화학 원료다.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자동차 부품, 배터리 소재처럼 중국 제조업 곳곳에 들어가는 기초 원료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를 통해 나온다. 글로벌 화학시장 정보업체 ICIS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아시아 주요 석유화학 국가 나프타 수입량 8660만 톤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54%에 이른다.

텔레그래프는 중국 SNS 즈후(知乎)에 올라온 한 중국 플라스틱 가공업체 현장 사례를 인용해 “원료로 쓰는 석유 파생물 가격이 전쟁 이전에 비해 두 배로 뛰었고 이마저 하루 세 번씩 바뀐다”고 전했다.

보통 기업은 원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린다. 현재 중국 소비 경기는 가격 상승을 받아낼 만큼 좋지 않다. 3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5.7% 늘었지만 같은 달 소매판매는 1.7% 증가에 그쳤다. 1분기 누적 소매판매 증가율도 2.4%에 머물렀다. 소비 경기 판독기로 쓰이는 4월 자동차 판매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5% 넘게 줄었다. 1분기 가계 저축률은 37.8%로 코로나 시기를 빼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 내 소비 심리는 2021년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이전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를 빼면 주택 가격은 지금도 하락세다. 가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중국에서 집값 하락은 곧 소비 여력 위축으로 이어진다. 전쟁 직전이었던 올해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2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거품 붕괴 전 100을 밑돈 적이 없던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청년 실업률도 여전히 17%를 웃돌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를 예로 들면, 올해 비야디는 1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55% 급감하며 3년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재고는 16% 늘었다. 비야디가 1분기 판 자동차 45%는 해외 수출 물량이었다. 내수에서 흡수하지 못한 생산을 해외로 밀어내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난해 1조1890억 달러(약 1745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야디처럼 무너진 내수 대신 수출에 기대는 중국 기업이 늘어난 덕이라는 전제를 붙였다. 비축유와 석탄, 재생에너지 덕에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에너지 충격을 덜 받은 점도 수출 경쟁력을 떠받쳤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호르무즈발 충격파가 중국만 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중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중동발 에너지 부족 사태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월 아시아 전체 원유 수입은 전년 대비 30% 급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 개발도상국 성장률 전망치를 5.1%에서 4.7%로 낮췄다. 중국산 가전, 전기차, 공산품을 주로 사주던 동남아·중동·신흥국 구매력이 동시에 깎였다는 의미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데이비드 루빈 연구원은 “교역국이 중국 물건을 많이 사려 하지 않으면 중국도 많이 팔지 못한다”고 말했다. 컨설팅사 로디움그룹은 “과잉 투자와 과잉 생산에 따른 디플레가 깊어지고 공장 폐쇄가 줄을 이을 것”이라며 “서방 소비자가 구매를 끊는 순간 그들(중국)은 끝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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