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어버이날이 두려운 청년 1인 가구] “카네이션 한 송이도 버겁다”...고물가·취업난에 '귀향' 포기하는 대구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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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대구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모(27)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씨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버티는 처지에 카네이션 한 송이 들고 가기도 민망하다"며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죄송한 마음뿐이다. 결국 이번 어버이날엔 아르바이트 대타를 뛰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고물가와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대구지역 청년 1인 가구 사이에서 어버이날이 '감사의 날'이 아닌 '부담의 날'로 변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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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임금·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부른 씁쓸한 단면
“청년 빈곤이 가족 유대감 약화로 이어져…정서적 안전망 시급”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대구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모(27)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매년 이맘때면 고향인 경북 성주를 찾았던 이씨는 올해 어버이날에 귀향을 포기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물가로 부모님께 드릴 작은 선물이나 차비조차 마련하기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버티는 처지에 카네이션 한 송이 들고 가기도 민망하다"며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죄송한 마음뿐이다. 결국 이번 어버이날엔 아르바이트 대타를 뛰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고물가와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대구지역 청년 1인 가구 사이에서 어버이날이 '감사의 날'이 아닌 '부담의 날'로 변질되고 있다. 치솟는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정작 가족을 챙길 여유를 잃어버린 청년들의 씁쓸한 단면이다. 특히 대구는 타 시·도보다 임금 수준이 낮고, 청년층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해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대구 청년 취업자 수는 13만6천 명으로, 전국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남구 대명동의 한 원룸에 거주하며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회초년생 박모(26)씨 역시 어버이날을 위해 씁쓸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씨는 최근 어버이날 선물을 사기 위해 일주일간 저녁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박씨는 "월세 45만 원에 관리비와 가스비까지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얼마 없다"며 "부모님께 현금 10만 원이라도 드리고 싶어 식비를 아꼈는데, 정작 본가에 가려니 기차표 값 3만 원이 또 걱정되더라. 결국 선물만 택배로 보내고, '일이 바빠 못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수성구에서 자취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최모(28)씨는 올해 어버이날을 앞두고 SNS 접속을 끊었다. 친구들이 올리는 '효도여행'이나 '용돈 케이크' 사진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최씨는 "누구는 부모님께 명품을 사드린다는데, 나는 여전히 용돈을 받아 쓰는 처지라 전화 한 통 드리는 것도 가슴이 답답하다"며 "어버이날 당일에는 아예 도서관에 박혀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제적 압박은 청년들의 소비 패턴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가족이 모일 때마다 반복되는 취업이나 결혼 등 잔소리를 피하고 싶은 심리에 경제적 자격지심까지 더해지면서, 아예 가족과의 만남을 회피하는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신호라고 경고한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동 자녀가 늘어난 현재는 예전과 다르게 자식 한 명에게 가해지는 경제적 부담감이 더 크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 1인 가구의 빈곤은 단순히 돈이 없는 상태를 넘어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평균 학력이 높아지면서 취업을 앞둔 청년들은 사무직 혹은 연구개발(R&D) 업무를 선호하는 상황이지만, 지자체는 그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제조업 중심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본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한다. 그래야 청년 취업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며, 취업난 해결은 가족의 정서적 유대감을 다시 신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원 기자 k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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