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 원도심, 현장에서 답을 찾다

기호일보 2026. 5. 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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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현주 인천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엄현주 인천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개항장의 역사를 오늘의 일상으로 잇기 위해서는 개항장 문화지구를 포함한 제물포 원도심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경험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물포 원도심은 근대 역사문화자원이 축적된 장소인 동시에 주민의 생활과 상업 활동, 시민과 방문객의 이용 경험이 함께 중첩된 일상의 공간이다. 따라서 원도심의 재활성화는 건축물 보존이나 관광 콘텐츠 확충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이 공간을 살아가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강점으로 보고 어떤 문제를 체감하며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인천대학교 도시공학과 학생들과 인천시 RISE 사업 원도심 리빙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물포 원도심 일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원도심에 대한 만족도나 방문 경험을 확인하는 데 머물지 않고 주민과 방문객이 이 공간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며 어떤 문제를 체감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확인된 문제를 향후 리빙랩 방식의 실험과 개선 과제로 연결하고자 했다.

리빙랩은 '생활 속 실험실'이라는 의미로 행정이나 전문가가 미리 정한 문제를 주민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방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또 주민과 상인, 방문객, 대학, 전문가, 행정이 함께 문제를 발굴하고 작은 해결방안을 실험하며 그 결과를 정책과 사업으로 연결하는 참여형 문제 해결 방식이다. 제물포 원도심과 같이 역사문화자원, 주거지, 상권, 관광지, 교통거점이 복합적으로 얽힌 공간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특히 중요하다. 같은 공간이라도 이용 주체에 따라 장소의 의미, 체감하는 문제, 개선의 우선순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개항장·신포동 일대에 거주하거나 상업활동을 하는 주민·상인층과 그 외 방문·이용자층을 구분, 제물포 원도심을 바라보는 인식을 살펴보았다. 특히 주민과 방문객이 원도심의 강점을 어떻게 평가하고 생활 속에서 어떤 문제를 체감하며 향후 어떤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지를 조사했다. 조사는 지난 3월 27일부터 약 2주간 진행됐으며 전체 응답자 130명 중 주민·상인층은 82명, 방문·이용자층은 48명이었다.

설문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주민·상인층과 방문·이용자층 모두 '골목 및 거리 경관과 지역 분위기', '공원 및 산책 등 휴식 공간'을 제물포 원도심의 주요 강점으로 봤다는 점이다. 방문·이용자층은 '역사·문화 자원'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지만 이는 역사문화자원만을 따로 떼 평가한 것이라기보다 그 자원이 만들어내는 골목 경관과 지역 분위기, 산책과 체류의 경험을 함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민과 상인에게 제물포 원도심은 생활과 상업 활동이 오랜 시간 축적된 장소이고 방문객에게는 역사문화자원과 주민의 일상, 지역 상권이 어우러진 원도심 고유의 분위기가 결합된 매력적인 방문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개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주민과 방문객 모두 '주차 공간 부족 및 차량 통행 혼잡'을 가장 큰 문제사항으로 인식했으며 이어 주민·상인층은 '주거환경 및 노후시설'과 '상권 및 지역경제'를 중요한 과제로 꼽은 반면 방문·이용자층은 '보행환경 불편'과 '휴게공간 및 편의시설 부족'을 주요 불편으로 지적했다. 이는 제물포 원도심의 재활성화가 역사문화자원의 보존이나 관광 콘텐츠 개발만으로 완성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주민과 방문객이 체감하는 문제는 주차공간 부족, 노후 기반시설, 불편한 보행환경, 휴게·편의시설 부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제물포 원도심의 가치는 근대 역사문화자원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편안하게 걸으며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도시환경 속에서 현재적 의미를 갖는다. 주민의 생활환경과 방문객의 이용 경험이 함께 개선될 때 제물포 원도심은 과거의 유산을 넘어 오늘의 도시 속에서 다시 작동할 수 있다.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주민·상인과 방문객은 모두 제물포 원도심의 역사성과 독특한 분위기를 강점으로 보면서도 기대하는 방향은 달랐다. 주민과 상인은 지역상권과 생활환경이 함께 회복되는 일상의 공간을 방문객은 역사문화와 여가 경험이 결합된 체류 공간을 기대했다. 이는 제물포 원도심의 정체성을 하나의 방향으로만 규정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제물포 원도심의 재활성화는 지역상권, 생활환경, 역사문화, 방문 경험이 함께 작동하는 복합적 정체성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주민이 생활 속에서 불편을 느끼는 공간은 방문객에게도 오래 머물기 어려운 공간이 되고 방문객이 느끼는 불편은 결국 상권의 활력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주민 생활환경 개선과 방문환경 개선은 서로 분리된 과제가 아니다. 개항장의 역사를 오늘의 일상으로 잇기 위해서는 제물포 원도심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주체의 경험을 세밀하게 읽고 이를 생활환경 개선과 방문 경험 개선, 상권 회복의 과제로 연결해야 한다. 그럴 때 제물포 원도심은 과거의 유산을 넘어 오늘의 일상 속에서 다시 작동하는 살아 있는 원도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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