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감독당국 “3000조 사모대출 위험, 위기 때 터져나올 수 있다”

글로벌 금융 규제 틀을 짜는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지난 몇 년 사이 규모가 크게 불어난 사모 대출의 숨은 위험이 적지 않아 대응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6일 냈다. FSB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 ‘사모 대출의 취약성(Vulnerabilities in Private Credit)’에서 사모 대출의 위험을 다각도로 분석해 “지금 당장의 위험은 크지 않아 보일지 모르지만 사모 대출의 큰 규모와 범위, 사모 대출의 여러 단계에 얽혀 있는 은행 자금, 불투명한 대출자 평가 및 공시 시스템 등을 고려하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잠재적 취약점이 터져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모 대출이란 펀드를 통해 대출을 해주는 일종의 사채다. 은행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기업들이 주로 받는다. 최근엔 설비 투자 경쟁을 벌이는 빅테크 기업들까지 사모 대출을 통해 돈을 끌어다 쓰고 있다. 존 쉰들러 FSB 사무총장은 5일 간담회에서 “사모 대출은 대출자에게 대안적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게 해주고 투자자에게도 투자 다각화의 기회를 열어준다”며 “그럼에도 이 대출의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자산운용사·보험사·사모펀드 간의 복잡한 연계성, 차주의 취약성, 신용 평가의 모호성 같은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고 했다.
FSB는 글로벌 사모 대출 규모가 2024년 말 기준 2조달러(약 2910조원) 정도라고 추정했다. 2019년 이후 5년 사이 사모 대출 규모가 3배 수준으로 급증한 미국의 사모 대출 규모가 약 1조달러로 가장 컸고 유로존(유로 사용 17국), 영국 등이 뒤를 이었다.
FSB는 “사모 대출 펀드에 대한 은행들의 직접 대출은 총자산의 0.5% 정도로 낮아 보이지만 대출을 담보로 한 파생 상품이나 사모 대출에 투자한 보험사에 대한 대출 등을 더하면 규모는 훨씬 불어난다”며 “더 큰 문제는 이를 제대로 파악되기도 힘들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이 사모 대출 펀드에 빌려주기로 계약한 ‘약정 대출’ 또한 경제 충격 발생 시 은행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FSB는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은행권의 약정 대출 규모가 보수적으로 보아도 약 220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쉰들러 사무총장은 “민간 통계에 따르면 이 규모가 2700억~5000억달러로 추산되는 등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실제 규모는 더 클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무디스 보고서는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보유한 사모 대출 펀드 약정 대출 규모만 3000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차주의 신용도 저하도 문제로 지목됐다. FSB 분석 결과 사모 대출을 받는 기업들의 부채 비율(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부채 비율)은 5~6배로 일반 기업 대출의 약 4배보다 훨씬 높았다.
이자를 갚지 않고 원금에 더해 상환을 계속 미루는 이른바 ‘PIK(현물 지급)’ 대출이 급증하는 점도 위험 요소로 지목됐다. 이는 결국 상환액이 늘어나게 만드는 일종의 ‘돌려 막기’로, 당장의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 주로 쓴다. BIS 집계 결과 2021년 말 글로벌 사모 대출 잔액의 약 5% 정도였던 PIK 대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2%로 올라갔다.

최근 들어 다수의 사모 대출 펀드가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한 조기 환매 조건도 위기 발생 시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요소라고 FSB는 지적했다. 전통적인 사모 대출은 통상 만기까지 투자자가 돈을 빼지 못하는 폐쇄형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개인 투자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 조건부 조기 환매가 가능하도록 만든 펀드가 많이 나왔다. FSB는 “전체 사모 대출 중 약 20%가 만기 없는 개방형이며 이 중 75%는 월 1회 이상 환매가 가능한 조건으로 판매됐다. 이런 변화는 위기 발생 시 일시에 환매 요청이 몰리게 할 위험을 키운다”고 했다.
FSB는 “이같은 위험을 감안할 때 은행의 사모 대출 연계 정밀 점검, 복잡하게 진화 중인 사모 대출 구성 요소의 명확한 정립, 각국 규제 당국 간 감독 체계 논의, 데이터 부족 문제를 포함한 모니터링 능력 제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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