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빈자리 화웨이가 채운다...반도체부터 AI 모델까지 자립 강화

박지민 기자 2026. 5. 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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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AI 칩 어센드 950PR이 탑재된 AI 가속기 아틀라스 350. /관찰자망

중국의 인공지능(AI) 자립이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수준까지 진화하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장비와 최신 AI 반도체 수출 통제에 나서자,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AI 반도체부터 모델, 클라우드, 응용 서비스에 이르는 전 생태계의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 올해 들어 중국산 AI 칩 성능이 개선되고, 중국산 AI 칩에 최적화된 자체 AI 모델도 잇따라 등장하면서 반도체부터 서비스에 이르는 ‘AI 자립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AI 칩 시장이 2030년까지 5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 중 76%는 중국 기업들이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딥시크, 中 자립 이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중국 AI 칩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중국 빅테크들이 수출이 통제된 엔비디아의 대체재를 찾는 가운데, 화웨이가 지난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최신 AI 프로세서 어센드 950PR 주문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화웨이는 이미 확보한 주문만 기준으로 올해 AI 칩 매출이 약 120억달러(약 17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5년 75억달러에서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 주문의 대부분은 지난 3월 양산에 들어간 950PR이며, 4분기에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950DT도 내놓을 계획이다.

화웨이 AI 칩 어센드 910. /화웨이

화웨이는 중국 내 엔비디아의 공백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중국용 H200의 수출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공급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950PR은 H200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이전 세대 중국용 칩인 H20보다는 앞선다. 화웨이는 950PR을 AI ‘학습’이 아니라 답변을 생성하는 ‘추론’ 단계에 특화시켜, 당장 급증하고 있는 중국 내 AI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국산 칩 사용을 장려하면서 화웨이 칩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처음에는 주저하던 중국 업체들도 화웨이 칩 성능이 올라오며 도입을 늘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딥시크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AI 칩을 사용하는 중국 AI 모델과 서비스도 급증하고 있다. 딥시크가 지난달 공개한 AI 모델 V4는 화웨이의 950PR 칩에서 잘 구동되도록 최적화됐다. 학습은 엔비디아 칩으로 이뤄졌지만, 실제 추론은 화웨이 칩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V4가 지금껏 공개된 중국산 AI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이자, 바이트댄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들도 화웨이 칩 구매 계약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칩이 대형 AI 모델의 실제 구동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되는 것이다. BOC 인터내셔널은 “딥시크 V4는 국내산 칩과의 호환성도 뛰어나 중국 내 AI 컴퓨팅 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美는 규제 강화로 맞불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 기조가 오히려 중국의 AI 자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규제 이전 중국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첨단 칩 수출이 통제되자 현재는 점유율이 0%에 가깝게 떨어졌고, 그 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처럼 거대한 시장 전체를 내주는 것은 전략적으로 합리적이지 않고, 이미 상당 부분 역효과를 낳았다”며 “미국 반도체 회사들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더 큰 규제로 중국의 AI·반도체 산업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미 하원은 ‘하드웨어 기술 통제에 관한 다자간 협력법(MATCH법)’을 발의했다. 주요 중국 반도체 기업의 모든 생산 시설, 자회사·계열사가 규제 대상으로, 최첨단 노광 장비인 극자외선(EUV) 장비에 더해 구세대인 심자외선(DUV) 장비까지 통제 범위를 넓히는 것이 골자다. 미 국무부는 또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 모델이 내놓은 답변을 통해 AI를 학습시키는 ‘증류’ 기법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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