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헌법서 ‘통일’ 지웠다… 대남관계 ‘별도 국가’ 명문화
대한민국 접경 영토 첫 규정… 영토 조항 신설
김정은 ‘국가수반’ 명시·핵무력 지휘권 강화
최고인민회의 소환권 삭제… 견제 장치도 폐지
전문가 “북한식 정상국가화·두 국가 노선 반영”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두 국가' 노선을 반영해 헌법에서 통일 개념을 사실상 삭제하고, 처음으로 영토 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통일부와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며 기존 사회주의헌법의 '조국통일', '북반부',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 등 표현을 삭제했다.
기존 헌법 제9조에 담겼던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내용도 빠졌다.
김일성·김정일의 업적을 강조한 서문 내용과 '김일성-김정일헌법' 표현도 삭제됐다. 대신 김정은식 통치 이념인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새롭게 반영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영토 조항 신설이다. 북한은 헌법 제2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북한이 헌법에 영토 조항을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예고했던 헌법 개정 방향이 실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를 더 이상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닌 별개의 국가 관계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헌법에 담겼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은 일각에서 우려했던 북방한계선(NLL)이나 군사분계선(MDL) 등 구체적인 경계선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한국을 '제1 적대국'으로 규정하거나 '전시 평정' 등 강경 표현도 헌법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해상 경계선이 언급되는 순간 타협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북한도 분쟁 요소를 만드는 것은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위상도 크게 강화됐다. 북한은 헌법상 국가기관 배열에서 국무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보다 앞에 배치하고 '국가수반'으로 규정했다. 최고인민회의의 국무위원장 소환권도 삭제됐다.
핵무력 지휘권도 처음으로 헌법에 명문화됐다. 개정 헌법은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핵무력 사용 권한을 관련 기구에 위임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회주의 복지 관련 표현도 상당수 삭제됐다.
기존 헌법에 있던 '무상치료', '세금 없는 나라', '실업을 모르는 사회' 등의 문구가 빠졌고, 대신 '해외군사작전 참전열사' 표현이 새롭게 포함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전사자 예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헌이 북한식 '정상국가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대남 적대 표현은 줄이고 국가 체계와 영토 개념, 국가수반 권한 등을 일반 국가 형태에 가깝게 정비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영토 조항 신설과 국가성 강조는 분명하지만 적대국·교전국 개념은 헌법에 등장하지 않았다"며 "남북 평화 공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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