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포스트 오천피 시대다. 자본시장의 대변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자산이 많은 층과 그렇지 못한 층은 퀀텀점프하는 자본시장의 성장과장에서 엄청난 격차를 보일 것이다. 개인간 자산 초격차는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어떤 길을 모색해야 변혁의 시대에 소외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자본시장 한복판에 있는 머니투데이방송(MTN)이 전문가들을 만나 인사이트를 전달한다.
"비로소 우리나라 주식에 대한 장기 투자가 가능해졌다. 지금이라도 조금씩 꾸준히 주식을 투자해야 한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6일 머니투데이방송(MTN)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은 장기투자가 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보장되지 않았는데 정부의 상법 개정 이후 정상화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의장은 "지분 1%를 보유한 주주는 1%만큼, 10% 주주는 10%만큼 보호 받고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그동안 20~30% 가진 지배주주가 자신들 유리한대로 합병하고 분할하면서 70~80% 일반주주 이익을 이익을 편취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무시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이후 3차례에 걸친 상법개정으로 지배주주의 이같은 결정에 제동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주주에 대한 채찍 뿐만 아니라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시행 등 당근을 함께 제시하면서 전체 시장을 선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은 서프라이즈"라며 "상법 개정 이후 비로서 우리나라 주식에 대한 장기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추가 상승 여력도 높다고 봤다. 이 의장은 "시대의 주도가가 탄생할 때 실적 호전주로 움직이다 이익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멀티플(기업 이익 대비 몇배로 평가 받는지) 확장이 이뤄진다"며 "지금 추세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실적 호전주로 분류돼 아직 멀티플 확장에 따른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투자자 뒤통수 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이젠 우리나라 주식을 투자해도 좋을 환경이 조성됐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 외적인 요인으로 좋은 기업의 주가가 내려갈 때를 기다려 살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채원 의장은 국내 1세대 가치투자자다. 1988년 한신증권(동원증권 전신)에 입사해 동원투신,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CIO(최고운용책임자)와 대표를 거쳐 2021년부터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을 역임, 38년간 자본시장에 몸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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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 오랜 기간 기업의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을 골라 장기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이 가치투자자에겐 어쩌면 혹독한 환경이었을 수 있는데.
▶정말 혹독한 환경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치투자를 하는게 맞는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해 7월 통과된 상법개정이 분기점이었다. 그 전에 한국시장은 장기투자 가능한 시장인지 의문 들정도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보호되지 않았다. 즉 1% 지분을 가진 주주는 1%만큼 10%를 보유한 주주는 10%만큼 보호 받고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20~30% 가진 지배주주가 회사를 합병하고 분할하면서 70~80% 일반주주 이익을 편취하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A라는 주식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1배라 너무 싸고 좋아서 들고 있었더니 어느날 갑자기 PBR 1배 넘는 고평가 주식인 계열사 B와 합병했다. A 주식의 가치가 희석이 돼 버린다. 이처럼 언제 뒤통수 맞을지 몰라 장기투자가 가능한지 의문이었다. 예를 들면 전세계가 실내 금연을 시행 중인데 우리만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셈이다. 실내 흡연을 막으려면 실내금연법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상법개정안이다.
제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운영한 펀드의 누적 수익률을 보면 1400%였다. 그동안 코스피 상승률이 100%를 밑돌았으니 성과가 괜찮았는데 2014년부터 성장주 사이클이 오고 저금리 디플레이션이 오면서 벤치마크(비교지수) 대비 부진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치명적인 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보장되는 자본주의 논리가 작동되지 않아 대표직을 사임한 것이다. 지배주주는 승계 등의 이유로 주가가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주주간 이해관계 불일치가 팽배한 혹독한 환경이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여러 방안이 추진됐다. 이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게 평가한다. 한마디로 서프라이즈다. 상법개정을 위해 7년전부터 싸워왔다. 과연 될까 의문도 많았다. 재계의 반대도 컸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정부와 여당이 2차, 3차 상법개정을 진행하는 걸 보고 놀라웠다. 후속조치도 진행중이다.
또 하나 놀라운건 그동안 채찍만 휘둘렀다는 느낌이었는데 당근까지 제시했다. 배동소득분리과세를 시행했다. 주주간 이해관계의 불일치를 어느정도 해소했다. 대주주가 배당 받으면 무조건 49.5% 최고세율 적용받는데 대주주가 자기 주식 팔면 대주주 양도세 27.5%를 낸다. 그러면 당연히 대주주는 배당을 안하고 나중에 회사를 파는 선택을 하게 된다. 배당을 늘릴 유인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배당성향이 전세계 꼴찌를 한 이유다. 이걸 배당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분리과세해 세율을 33%로 낮췄다. 대주주 양도세와 비교해 5%포인트 가량 높아 조금 부족하지만 이 정도 된 것도 기적적인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부가) 매우 잘하고 있다고 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가 지정학적 리스크였는데 지금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도 시장이 별 반응을 안 한다. 그리고 산업구조가 대외의존도가 높고 경기에 민감한데 지금은 시총 상위 기업을 보면 AI(인공지능)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 2차전지, 우주항공, 방산, 로봇, 바이오, 조선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 이젠 지정학적 리스크란 애기도 통하지 않는다.
마지막이 후진적인 거버넌스(기업지배구조)였는데 상법 개정되면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보호됐다. 우리나라 많은 지배주주는 주가가 오르면 불편한 게 있다. 승계 문제 때문인데 승계 받을 자격 없는 2,3세도 있지만 자격 있는 후계자도 있다. 지금은 징벌적 상속세로 60%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가업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 같다.
-글로벌 유수 기업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 구성이나 의사 결정 과정 등 거버넌스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있다.
▶상법개정이 돼도 인식이 변화는데 시간이 걸린다. 과거 상법개정 전에는 이사회가 회사 이익만 봤는데 지금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 일치를 생각해야 한다. 흔히 TSMC 이사회를 많이 애기한다. 이사회 구성원을 보면 유명 IT기업 경영진 3명과 전 MIT(매사추세츠공대) 총장 등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이 그 기업 CEO(최고경영자)만큼 가진 이사진이 있으니 기업에도 도움을 준다. 이사회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된다. 이런 이사진을 선임하면 회사의 장기적 발전에 기여를 한다. 집단경영체제 같은 셈이다.
-최근 한화솔루션 유상증자나 대기업의 계열사간 합병 추진 등을 보면 경영진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시장과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전 같으면 욕 좀 먹고 넘어갈 일인데 이제는 안 된다. 감독당국도 제재히지만 상법개정으로 이사진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이런 사례가 쌓이고 쌓여서 판례가 생기면 이제는 철저하게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상충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 안건이 결의된다면 지배주주한테는 어떤 문제와 일반주주에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은 점점 없어질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시장의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정 기업과 산업에 치중돼 있다는 우려도 있다. 두 기업의 전망과 앞으로 주식 시장의 흐름, 향후 주도업종 등을 예상한다면.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 선생이 쓴 <성호사설>이란 책에 '독사료성패(讀史料成敗)', 역사의 성공과 실패를 읽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역사를 연구하면서 어떤 국가가 흥하고 망했는지 원인을 3줄로 요약했다. 시시비비도 중요하지만 운이었고 운보다 중요한 건 시대의 형세였다고 했다. 주식이 내재가치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하고 시대의 형세, 즉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하는지 고민했다. 결국 세상의 변화는 인간이 하는걸 기계가 하는 것이다. 이건 변하지 않을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과거 금광을 개발하던 회사는 망하고 곡괭이, 삽, 리바이스 청바지 제조사가 돈을 벌었다. AI(인공지능)시대 최고 수혜는 반도체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작년부터 했다. 지금 미국의 빅테크가 각광을 받은 건 투자 없이도 돈을 번다는 것이었다. 자사주를 사고 배당하고 그래서 한때 미국 국채 신용등급도 높은 등급을 받을 정도였다.
그때는 당연했는데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금은 빅테크 기업이 투자를 엄청나게 한다. 1000조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 중 300조원을 한국와서 반도체 사야 하는게 아니냐고 할 정도다. 이 품귀현상은 쉽게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 반도체는 아직 멀티플이 낮다. 생산시설 증설을 해도 2~3년 걸린다. 가격이 떨어져도 수요가 늘 수 있다. 반도체 뿐만 아니고 시대 주도하는 방산, 원전, 조선은 실적이 좋다. PER(주가수익배율)은 평균 8배인데 반도체는 아직 5배 정도다. 시대의 주도주가 탄생할 때 실적 호전주로 움직이다 멀티플 높게 형성된다. 그래도 이익이 안줄면 더 갈 것이란 기대로 멀티플 확장이 이뤄진다. 반도체는 멀티플 확장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실적 호전주로 분류돼서 더 오를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