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선박 발사체 피격 추정” 먼저 영상보도한 이란…이틀간 진상파악 무신경했다

한기호 2026. 5. 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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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 IRNA통신, 6일에야 韓선박 공격 부인
자국 입장없이 한국 언론·정부 인용한 ‘간접화법’
“트럼프 증거 제시않고 ‘이란이 공격’ 비난” 주장
트럼프 ‘韓상선만 피격’ 폭로 당일 여과없이 인용
다른 혁수대 계열 통신들 ‘한국’ 언급 자체 드물어
타브나크만 4일밤 “韓선박 발사체에 피격 화재”
이란발 후속보도 無…HMM “사고선박은 아냐”
혁수대 美·UAE 대치와 사고수역 포함 통제 집중

호르무즈 해협 아랍에미리트(UAE) 측 항구 수역에 정박 중이던 우리나라 선박이 화재에 휩싸인 지 약 이틀 만에야 이란 국영 통신(IRNA)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란이 해당 선박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IRNA 통신은 6일(현지시간) 한국의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서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1척의 화재 사고에 대해 자세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화제는 실제로는 선박의 기관실에서 발생한 것이다”며 이같은 입장을 실었다.

통신은 “한국 외교부는 이 사안과 관련해 이란, UAE, 이라크,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주재 대사관들과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화물선에 대해 이란이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또 ‘해협 위기 고조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트럼프라고 지칭했다.

통신은 전날(5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호르무즈 해상 선박 화재 점검회의’ 동향을 전하기도 했다. 사고 선박은 한국 HMM이 운항하는 파나마 국적 벌크선 ‘HMM NAMU(나무)’호다. 한국시간 4일 오후 8시40분쯤 UAE 움알쿠와인항 항계 밖 수역에 정박한 와중 사고가 발생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대변 성향 준관영 타브나크 통신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5월 4일 오후 11시 25분(이란 현지시간 오후 5시 55분) ‘아랍에미리트 인근에서 피격된 선박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한국 선박으로 추정했다. [이란 타브나크 통신 보도 영상]


4일 밤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은 ‘피격 발생 추정’으로 관계기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같은 날 오후 11시쯤 ‘피격’ 없이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HMM 나무호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한국 국적 6명·외국 국적 18명 선원 중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폭발 및 화재 발생 원인과 구체 피해 현황 등은 확인 중”이란 입장을 냈고, 청와대는 5일 점검회의 후 “국내 조사인력 파견 및 분석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원인 분석엔 수일이 걸릴 것”이라며 “정부는 두바이 현지 한국선급 지부 인력을 급파해 안전 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신중론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5일 오전 2시16분쯤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 선박 이동 작전 관련 한국 화물선을 포함한 여러 국가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며 “한국 선박 제외하고 현재까지 해협 통과하는 동안 다른 선박 피해는 없었다”, “한국도 이 작전에 동참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썼다.

한국 선박이 공격받은 사례라고 미 측에서 공언한 첫 사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미 동부 현지시간) 백악관 행사에서도 “그들은 선박의 대열에 없었고 혼자 행동하기로 한 것”이라며 “그리고 그들의 선박은 어제 박살이 났다”, “하지만 미국이 보호하던 선박들은 공격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경우 IRNA는 한국시간으로 5일 오전 3시34분쯤 보도에서 전날 미군과 해상대치 상황을 전하며 “이란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 구축함을 관찰 및 식별하고 적대적인 구축함의 이동 경로에 경고 사격을 가했다”고 했다. ‘한국 선박 피격’을 말한 트럼프 대통령의 SNS도 반박 없이 인용했다.

해운사 HMM이 운용하는 파나마 국적 ‘HMM NAMU(나무)’호. [HMM 측 제공]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한국 선박 피격을 추정한 영상을 보도한 사례도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최고지도자 친위 군사조직) 영향권인 준관영 타브나크 통신은 한국시간 사고 당일인 4일 오후 11시25분 ‘아랍에미리트 인근에서 피격된 선박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타브나크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 건너편, UAE 인근 해역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돼 화재가 발생한 한국 선박 중 한척으로 추정되는 선박의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25초 가량의 영상은 해상 상공의 비행체를 통해 촬영된 것으로 보이며, 매체의 입수 경위나 출처 자체는 명시하지 않았다.

해당 영상은 HMM 나무호와 다른 선박으로 파악됐다. HMM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해당 영상이 (다른 출처로) X(옛 트위터)에 올라온 것을 봤다. 저희 배와 너무 다르고 외관상 저렇게 화재가 나진 않았다. 영상의 배는 컨테이너선으로 보이고 저희 선박은 일반 벌크선”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이후 6일까지 선체에 ‘파공’이나 침수 징후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7일 밤까지 두바이항으로 나무호를 예인한 뒤 화재의 정확한 원인 조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서 운용하는 고속정. [이란 국영 IRNA·연합뉴스 사진]


이란 주류 보수·강경파 매체에서도 스스로 ‘한국 선박 발사체에 피격’으로 추정했지만, 그 이후부터 이날 IRNA 보도 이전까지 ‘한국 사건에 무신경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IRNA는 한국시간으로 5일 오후 5시52분 미국 CNN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박들을 페르시아만 밖으로 빼내기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을 시작한 이후 한국 선박 한척을 포함한 일부 상선들이 피격했다”고 여과 없이 보도했다.

혁명수비대 산하 타스님 통신과 파르스 통신, 또 다른 준관영 메흐르 통신 등에서도 4일부터 6일 오전까지 ‘한국’을 언급한 보도 자체가 드문 상황으로 파악된다. 한편 IRGC는 4일부터 호르무즈 해협 서쪽 방향 이란 게슘섬 서단과 UAE 움알쿠와인을 잇는 직선까지로 통제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했다.

이란군에 발이 묶인 외국 국적 선박들을 호송하는 프로젝트 프리덤에 훼방을 놓은 셈이다. IRGC는 전날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이 보도한 성명에서 “해협을 통과하는 유일하게 안전한 항로는 이란이 이전에 발표한 항로뿐”이라며 “선박이 다른 항로로 우회하는 건 위험하며 IRGC 해군의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UAE를 상대론 미사일·드론 공격 재개를 부인하며 대립 중이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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