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름때 묻은 AI’ 마키나락스, 데이터로 쌓고 상장으로 증명

김종효 기자 2026. 5. 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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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넘어 ‘현장형 AI’ 선언
공장·전장 관통한 기술력 강조
Runway로 글로벌 확장 본격화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가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김종효 기자

| 서울=한스경제 김종효 기자 | "현장에서 동작하지 않는 AI는 의미가 없습니다."

6일 오전, 서울 63스퀘어에서 열린 마키나락스 IPO 기자간담회는 시작부터 방향성이 분명했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는 "피지컬 AI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하지만 그 시작은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공장과 전장"이라며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전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이 한 문장은 이날 간담회의 핵심 메시지였다. 생성형 AI 중심으로 흘러온 지난 몇 년간의 흐름과 달리 마키나락스는 '현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다음 AI 경쟁의 무대로 지목했다. 이는 기업의 기술 소개라기보다는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선언에 가까웠다.

현장 질문의 방향 역시 '기술'보다 '실제 적용'에 집중됐다. AI 기업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무엇이 이 회사를 다르게 만드는지에 대한 검증이 시작된 셈이다.

▲가능성이 아니라 숫자로 말한다

윤성호 대표는 발표 내내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모습이었다.

윤 대표는 "많은 AI 기업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실제 성과를 이야기한다"고 차별화의 선을 분명히 했다.

윤 대표가 제시한 사례는 자동차 생산라인이었다. 한 공정당 수백 대의 로봇이 돌아가는 환경에서 기존에는 숙련 인력이 매일 점검과 유지보수를 수행했다. 마키나락스는 여기에 AI를 적용했다. 1400대 로봇 각각에 AI를 붙여 각각의 설비를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시스템은 자동화를 넘어 고장 예측과 유지보수 최적화까지 수행한다.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며 효율성을 입증한 사례다. 발표장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이 아니라 결과로 설명 가능한 AI'라는 점이다.

▲*AI 경쟁의 핵심, '모델'이 아닌 '운영'

이날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AI 운영체제(OS)'였다. 마키나락스의 핵심 제품인 '런웨이'(Runway)는 단지 플랫폼이 아니라 AI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관리하는 인프라다.

윤성호 대표는 이를 "윈도우가 있어야 PC를 쓰듯, AI도 운영체제가 있어야 한다"고 직관적으로 풀어 설명했다. 이는 AI 산업의 구조를 다시 정의한다. 기존 경쟁이 모델 성능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AI를 운영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는 의미다.

주목되는 지점은 폐쇄망 환경 대응이다. 제조 공장과 국방 시스템은 외부 네트워크 연결이 제한된다. 기존 클라우드 기반 AI가 적용되기 어려운 이유다. 윤 대표는 "런웨이(Runway)는 공장 내부 서버에서도, 완전히 단절된 환경에서도 동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마키나락스의 시장 접근 방식 차이를 보여준다. 접근 자체가 어려운 영역에서 이미 실적을 쌓았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데이터가 만드는 '보이지 않는 장벽'

AI 경쟁력의 본질에 대해 윤성호 대표는 데이터 확보를 핵심으로 지목했다. "현장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성능을 만들 수 없다"는 설명이다.

마키나락스는 현재 25테라바이트 이상의 산업 운영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 데이터는 공개 데이터가 아닌, 실제 공장과 설비에서 생성된 데이터다.

이 점은 규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제조와 국방 영역은 데이터 공유가 극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초기 진입 기업이 아닌 이상 동일한 수준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이 구조는 자연스럽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윤 대표는 이에 대해 "데이터를 본 적 없는 상태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성능을 만드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마키나락스

▲숫자로 드러난 성장의 속도

재무 지표 역시 발표의 중요한 축이었다.

마키나락스는 2025년 매출 115억원, 수주 205억원을 기록하며 연평균 84% 성장률을 이어왔다. 2026년 1분기 수주액은 전년 대비 약 2.8배 증가한 75억원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매출 구조 변화다. 기존 프로젝트 중심 매출에서 AI OS 기반 라이선스 매출로 전환되면서 반복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전체 매출 상당 부분이 기존 고객 재계약에서 발생하고 있다.

윤성호 대표는 "매출의 가시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며 IPO를 앞둔 기업으로서 투자자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성장성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500억개 기계가 AI를 기다린다"

시장 전망에 대한 윤성호 대표의 시각은 공격적이었다.

윤성호 대표는 "현재 현장에서 돌아가는 기계만 500억개가 넘는다. 이 모든 것이 지능화될 것"이라며  피지컬 AI 시장의 잠재력을 단적으로 정의했다. 생성형 AI가 정보 처리 영역이라면 피지컬 AI는 실제 물리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 시장 규모와 확장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논리다.

특히 국방 분야는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으로 제시됐다.
이미 주요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했고 향후 매출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확장의 출발점은 일본이다. 윤 대표는 "일본은 한국보다 두 배 큰 제조 시장이다. 동시에 AI 도입은 상대적으로 느리다"고 일본을 겨냥한 이유를 설명했다.

마키나락스는 이미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4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들 모두 대형 제조 기업으로 초기 진입 성과로는 의미 있는 수준이다.

유럽 시장 역시 파트너십을 통해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직접 진출이 아닌 협력 모델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속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상장, 또 하나의 '검증 무대'

마키나락스의 이번 IPO는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윤 대표는 발표 말미에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마키나락스가 걸어온 방향성과 앞으로의 전략을 동시에 설명한다. 기술 데모가 아니라 실제 산업에 적용된 경험,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확장 전략이 핵심이다.

상장 이후 자본시장에서의 평가는 결국 이 '현장성'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

마키나락스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 기업의 상장 계획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AI 산업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마키나락스는 모델 중심 경쟁에서 운영과 데이터 중심 경쟁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명확히 했다. 공장과 전장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검증된 기술을 기반으로 AI의 다음 단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AI 산업이 '보여주기'에서 '증명하기'로 넘어가는 시점, 마키나락스의 행보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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