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묻지마 범죄’에 또 여고생 참변…“사후 대책보다 범정부 차원 예방책 고민할 때”

정길훈 2026. 5. 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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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 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정길훈 앵커
■ 출연 :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신용환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EXhYxnOXZIY

◇ 정길훈: 어제 새벽 광주 도심에서 고등학생 2명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여학생이 숨지고, 여학생을 도와주려던 남학생도 흉기에 다쳤습니다. 경찰이 사건 발생 11시간 만에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24살 장 모 씨를 긴급 체포했는데요. 장 씨는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고민하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이상 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데요.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이하 이웅혁): 안녕하십니까?


◇ 정길훈: 새벽 시간대 광주 도심에서 고교생들이 흉기에 피습됐는데요. 우선 사건 개요를 한번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 이웅혁: 어린이날 새벽에 발생한 사건인데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대로에서 발생했습니다. 20대 장 모 씨가 고교생 2명에 흉기 난동을 했다고 요약할 수가 있는데 그 동기 자체가 자살을 결심하고, 사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고요. A 양에 대해서는 배회하는 과정에서 두 번 마주치고, 급소를 공격해서 살해하는 끔찍한 결과가 생겼고요. 이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들었던 B군이 이 현장에서 도움을 응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장 모 씨가 B군에도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고, B군이 도주했는데 쫓아가서 살해 미수 행위를 계속했습니다.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상을 당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요. 경찰이 이후에 CCTV를 분석해서 11시간 정도 지난 상황에서 장 모 씨 자택 주변에서 검거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장 씨는 지난달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최근에는 가족과도 연락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요. 피해자 두 고교생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장 씨 역시 고교생들과 전혀 일면식 관계가 아닌, 즉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인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정길훈: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 장 씨가 진술한 걸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고민하다가 혼자 귀가하는 여고생을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이렇게 진술했는데요. 피의자의 진술을 어떻게 보십니까?

◆ 이웅혁: 큰 틀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최근에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던, 경찰에서 정의할 때 이상 동기 범죄, 즉 무차별 공격 범죄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동기는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행동 자체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살인범의 행동을 했다. 즉 어떻게 살해하고 어떻게 도주할 것인지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드는데요. 큰 틀에서 본다면 사회 보복형 살인이라고 이렇게 진단할 수 있을 것 같고, 2~3년 전에 발생했던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 아닌지 생각되고요. 다만 이번 사건의 특이점은 자살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죠. 사실 자살과 살인은 같은 뿌리에서 생기는 범죄인데 그 방향만 다른 거죠. 자살은 나를 향한 공격 행위고, 살인은 타인을 향한 공격 행위인데 어쨌든 자살하겠다는 생각이 임계점을 지나서 살인으로 굴절됐다고 이렇게 생각되고요. 결국은 이른바 사회 보복형 살인에 관한 대안은 정신보건 기능, 사회복지 기능, 치안에 대한 면밀한 대응 등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예방할 수 있지 않은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 정길훈: 이 사건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요. 경찰 수사력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까요?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웅혁: 수사와 관련돼서는 과연 동기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본인이 이른바 사회적 연결고리가 부족하고, 낭만감 등에 근거한 자살 생각을 했다는데 그와 같은 것에 관한 증거와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수사의 초점은 일단은 개인 SNS 계정에 대한 조사, 또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면밀한 동기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수사의 초점이 될 것 같고요. 더 중요한 것은 수사적 측면뿐만이 아니고 과연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유사한 범죄가 왜 반복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부 차원 또는 사회 전체 차원의 면밀한 실태 조사가 선행돼야 하지 않는지 생각됩니다.

◇ 정길훈: 경찰이 이번 사건을 이상 동기 범죄로 규정했다고 하는데요. 이상 동기 범죄와 일반적인 강력 범죄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입니까?

◆ 이웅혁: 우리가 이상 동기라고 이렇게 명명하지만 사실상 용의자들은 나름대로 왜곡된 동기를 갖고 있지요. 다만 개념상의 차이라고 한다면 사실상 강력 범죄, 대표적인 살인 사건 같은 경우에는 면식 관계, 아는 사람 사이에서 소위 표현적 동기라고 하는, 나름대로 분노라든지 인간적인 모멸감이라든지 멸시라든지 물론 왜곡된 그런 동기이기는 합니다만, 그래서 아는 사람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데요. 이른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묻지마 범죄 또는 경찰청이 3년 전에 정의했던 이상 동기 범죄는 전혀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왜곡된 동기를 표현하게 된다. 즉 쉽게 이야기하면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는 것이 이상 동기 범죄의 특징이고, 이것이 일반적인 강력 범죄와는 구별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길훈: 이상 동기 범죄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년 전이었지요. 2024년 9월에도 순천에서 그때도 박대성이라는 사람이 혼자 귀가하던 여고생을 흉기로 찔러서 숨지게 했는데요. 이상 동기 범죄와 관련해서 경찰청이 집계한 통계는 어떻습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웅혁: 사실 우리 사회가 이와 같은 범죄에 대해서 그 관심과 대안이 상당히 부족했던 거죠. 그 이야기는 뭐냐면 통계라고 하는 것도 사실 3년 전에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집계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바꿔 이야기하면, 그 이전에는 이러한 범죄에 대한 통계조차 우리 사회가 갖고 있지 못했다는 이런 점이 아쉬운 점인데요. 어쨌든 2023년에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첫 번째 집계는 46건이 이상 동기 범죄다. 2024년도에는 42건, 최근에는 2025년도에 39건, 이렇게 통계를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데요. 이 중에서 살인 또는 살인 미수에 해당하는 범죄는 10% 정도입니다. 즉 바꿔 이야기하면 2023년도에는 살인에 의한 이상 동기 범죄는 한 5건, 또 매년 5건에서 6건 정도가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빈도 자체는 적지만, 사실상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충격이 아주 대단히 크다고 하는 점이죠. 왜냐하면 내가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러한 상당한 불안감,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일정한 보복성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보는 이런 두려움, 그래서 빈도 자체는 상당히 적다고 하더라도 강력 범죄 못지않은 강력한 불안감을, 범죄에 대한 공포감을 야기하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 아닌지 생각됩니다.

◇ 정길훈: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경찰이 2023년부터 묻지마 범죄라는 명칭 대신 이상 동기 범죄라는 명칭을 쓰고요. 또 분기별로 사건 발생 현황도 파악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이상 동기 범죄가 발생하는 요인을 뭐라고 보십니까?

◆ 이웅혁: 두 가지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일단은 그 개인적 특징과 배경을 보게 되면 일단은 사회에 부적응하게 되는 것이 개인의 특성이죠. 그래서 이와 같은 부적응의 원인을 내 탓보다는 외부로 돌리는, 사회로 돌리게 되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분노가 축적되고 이것이 폭발하게 되는, 이러한 개인적 생애사적 좌절이 누적된 것이 하나의 배경이라고 정리한다면, 이것을 야기하는 또 하나의 사회 전체 측면에서 보게 되면, 아까 용의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사는 것이 재미없다든지 또는 누구나 다 살해하고 싶었다든지, 되는 일이 없어서라는, 이전에 신림동에서 발생했던 그런 살인범의 이야기였는데요. 이 이야기는 사회 통합에 실패한, 그런 우리 사회 내의 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범죄, 즉 사회적 고립이 하나의 공통적인 요소인 거죠. 1인 가구, 이번 장 모 씨도 지금 보면 은둔형 외톨이, 또 1인 가구, 그다음에 가족과 연대감에 대한 단절, 이것이 결국은 사회적 유대감이 적게 되다 보니까 고립 속에서 결국은 이 사회에 보복형 범죄를 행하게 되는 두 번째 배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정길훈: 경찰이 이상 동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 형사기동대나 기동순찰대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현재 치안 시스템으로는 사건을 예방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 겁니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웅혁: 왜냐하면 지금 기동순찰대라든지 이런 것은 사후적인 방식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이야기는 소위 말해서 일정한 범행을 하기 전에 사회 전체의 예방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거죠. 즉 바꿔 이야기하면 실제로 도보 순찰을 경찰이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불심검문을 실제로 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법상으로는 공중 협박죄 등에, 흉기를 소지하는 경우 가중해 처벌할 수가 있도록 이런 법의 개정이 있었습니다만,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불심검문이 이뤄져야 하는데 사후적 대응만을 치중하다 보니까 사전 예방적 활동으로 이와 같은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없다. 즉 바꿔 이야기하면 맞춤형 프로그램이 없이 보여 주기 식 또는 임시방편적 사후 대증 요법만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닌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즉 서현동에서, 신림동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도 결국은 장갑차를 갖다 놓는다든지, 기동순찰대로 이렇게 범죄 억지력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실제로 이와 같은, 이른바 이상 동기 범죄자들의 특징은 소위 말해서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고, 은둔형 외톨이고, 청년 빈곤의 문제가 분노로 잘못 전이되고, 그렇다고 본다면 결국은 이것을 사전에 파악해서 이러한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그와 같은 모형이 아닌 거죠. 또 어떤 면에서 본다면 경찰이 소위 말해서 처벌 강화만으로 이러한 사회적 외톨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예를 들면 청년 빈곤 같은 경우는 노동부의 역할도 필요하고, 사회 고립의 문제는 복지부의 역할도 필요하고, 정신 건강에 있어서는 역시 지역사회 내 은둔형 외톨이를 골라내서 정신보건 건강 의료 서비스를 연계하는, 이러한 다기관이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이 현재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범죄가 발생하고 나서야 검거하는 데는 경찰이 일정한 역할을 하지만, 사전에 막지 못하는 이런 치명적인, 구조적인 흠결이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됩니다.

◇ 정길훈: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사후 대책보다는 사전 예방 대책이 더 중요하다는 그걸 강조하신 건데요. 해외에서 이상 동기 범죄를 막기 위해서 시행 중인 정책이나 제도 가운데 국내에서 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습니까?

◆ 이웅혁: 대표적으로 일본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일본도 한 30년 전에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이와 같은 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범죄가 상당히 빈발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일본에서는 '도리마 범죄'라고, 도리마란 뜻이 길거리의 마귀란 이런 뜻인데요. 더군다나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우리와 비슷한 이런 사건들이 발생했던 거죠. 세상이 싫다고 하면서 20대 청년이 흉기로 7명을 살해하고 10명 이상이 상해를 입는, 그래서 이와 같은 사건 이후에 물론 일본에서는 소위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가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면도 있었습니다만, '고립고독담당부'라는 것을 만들었던 것이죠. 그래서 고립고독담당부 장관이 결국은 이와 같은 사회적 유대를 복원하는, 즉 바꿔 이야기하면 후생노동성과 경찰의 중간에서 연계 역할을 하는 이런 프로그램 같은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되고요. 또 선진국에서도 이를테면 캐나다라든지 미국 등에서도 이른바 사회적 위험 신호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사회 안전 신고 제도 같은 것을 운영하는 거죠. 이와 같이 위험 신호를 사전에 포착해서 바로 위험성을 평가한 다음에 필요한 경우 정신 건강 또는 고립 지원을 해소할 수 있는 연결 프로그램을 작동하고, 예를 들면 개인이 겪는 갈등 상황을 중재하고 더군다나 직업 등도 알선하게 되는, 이른바 사회통합 프로그램의 시행 자체가 우리도 전향적으로 도입,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은지 생각합니다.

◇ 정길훈: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웅혁: 감사합니다.

◇ 정길훈: 지금까지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였습니다.

정길훈 기자 (skyn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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