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초한 전월세대란[뉴스와 시각]

권도경 기자 2026. 5. 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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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학회 발표에 따르면 1991년 이후 35년간 나온 부동산정책은 274건이다.

전세 수급 불균형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임대차 2법' 여파로 전세대란이 일어났던 2021년 이후 최악이다.

이 대통령은 전월세대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현 정부는 "다주택자 매물을 무주택자가 사면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는 논리로 임대차 대책엔 적극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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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경 산업부 차장

얼마 전 한 학회 발표에 따르면 1991년 이후 35년간 나온 부동산정책은 274건이다. 결과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은 ‘대책’을 찾았다. 정부가 시장을 억누르는 효과는 3∼6개월에 그쳤다. 규제가 세질수록 집값은 치솟았다. 공급 부족, 인구구조 변화, 수도권 쏠림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집값을 잡는 데 매달렸기 때문이다.

집값에만 정책 역량을 쏟다 보면 부작용은 반드시 수반된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이재명 정부의 규제는 2년 만에 강남 집값을 꺾었다. 하지만 전월세대란이 터졌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밝힌 1월 23일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은 25% 늘어난 반면, 전월세 매물은 각각 29% 줄었다. 전세 수급 불균형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임대차 2법’ 여파로 전세대란이 일어났던 2021년 이후 최악이다. 그나마 잠시 잡혔던 강남 집값도 9주 만에 반등하기 시작했다. 매매가와 전월세가 동반 상승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월세대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현 정부는 “다주택자 매물을 무주택자가 사면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는 논리로 임대차 대책엔 적극적이지 않았다. 서울은 임차가구 비중이 53%인 도시다. 시장은 단순치 않다. 전월세대란은 ‘공급 가뭄’ 와중에 실거주 강화와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린 탓이다.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대다수 무주택자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금지와 대출 규제에 묶여 집 살 돈을 쉽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 실종, 월세 전환, 매물 잠김, 증여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은 규제가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이제 전월세 수요는 외곽지로 옮겨가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4일 “15억 원 이하는 젊은 세대의 실수요라 걱정할 일은 아니다”고 했는데, 이는 안이한 인식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금으로선 매매가와 전월세 상승 요인밖에 없다. 2029년까지 ‘입주 가뭄’은 상수다. 2030년까지 6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메시지로는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없다. 시중 유동성도 너무 많이 풀려 있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건자재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물가, 주가 등이 치솟는데 등록금처럼 동결하지 않는 이상 집값만 붙잡아둘 순 없다. 서울은 이미 외곽지까지 집값 상승세가 퍼진 상태다. 보유세 인상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는 전월세 가격에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5년 전 서울 잠실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살던 지인은 급등한 전셋값을 버티지 못해, 경기 양주시로 떠났다. ‘전세 난민’이 된 그는 문 정부 지지를 철회했다. 28차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한 패인이 됐다. 현 정부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총동원할 수 있는 정부’다. 그러나 정책 방향성이 틀린다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당장은 시간이 필요한 공급보다 단기 효과가 뛰어난 규제를 가하는 게 쉬울지 모른다. 주거 안정을 돕는다면서도 전세 씨를 말리는 ‘정책 엇박자’만 낸다면 힘없는 서민만 다치게 된다. 시장을 짓누른 대가는 예상보다 혹독할 수 있다.

권도경 산업부 차장

권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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