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억 받아도 2000만원"…연구원 울린 '세금 폭탄'

김대영, 홍민성 2026. 5. 6. 11: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무발명보상금에 근로소득세 부과
근로소득 신고 보상금 7년간 955억원
중소기업선 '발명 인센티브' 축소 효과
기술사업화 제동 우려…"세 부담에 위축"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무발명보상금을 1억원 수령해도 실제로는 1000만~2000만원밖에 못 받습니다."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 회원인 이정환 단국대 치과대학 교수는 직무발명보상금에 부과되는 근로소득세가 이 같이 적용된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 설명처럼 연구자가 5~10년간 연구 끝에 특허를 낸 결과물이 상용화한 뒤 기업에 팔려 1억원을 받는다고 하면 3000만원은 대학 산학협력단 몫으로 돌아간다. 여기에 나머지 7000만원에 대해 근로소득세 35%가 부과된다는 것. 이 교수는 "현 시스템상으로는 교수 연봉이 보통 1억원이 된다고 하면 세율이 35% 적용되는데 보통 연구자가 2~3명일 경우 최종적으로는 2000만~300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고 했다.  

'임금' 딱지 붙은 직무발명보상금…세율 35% '폭탄'

미국·일본 등 주요국과 다른 세무당국의 과세 방식이 기술 혁신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나 연구기관에서 연구자에게 지급하는 직무발명보상금을 기술 혁신의 보상이 아니라 '임금'처럼 취급해 근로소득세를 부과해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게 골자다. 

6일 한경닷컴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지식재산처·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직무발명보상금 근로소득 신고 인원은 5만7811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신고한 직무발명보상금은 총 954억5000만원. 직무발명보상금에 처음 근로소득을 부과했던 2017년과 비교하면 인원은 두 배 이상, 금액은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기업 규모별, 소득 구간별, 기간별, 개인별로 직무발명보상금 과세 실태를 종합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무발명보상금이란 고용계약 관계에 있는 임직원이 직무 관련 발명을 한 뒤 결과물을 사용자 등에게 승계할 경우 회사나 연구기관이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실제 근로소득세 부과 대상이 된 직무발명보상금 규모는 2018~2024년 7년간 약 2598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1만2435명이 직무발명보상금을 받고 근로소득세를 납부했다.

'발명 인센티브' 축소…산업계 '기술사업화' 발목 

특히 '직무발명' 핵심 축인 연간 총급여 1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보상금 수령자들이 부담하는 근로소득세 규모가 만만치 않다. 특허법인 PCR이 작성한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연봉 1억원을 받는 연구자가 직무발명보상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받은 경우 세금으로만 3461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직무발명보상금을 근로소득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2017년 이전과 비교하면 세금 부담이 확 뛰었다.  

직무발명보상금 수령자 중 총급여 1억원 이상인 인원은 2024년 기준 3만429명으로 전체 수령자들 가운데 52.6%에 달했다. 이들이 받은 직무발명보상금은 669억3000만원으로 전체 보상금 중 70.1%나 됐다. 가장 많은 직무발명 성과를 낸 집단이 가장 무거운 세금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행 과세 체계 하에선 중소기업 연구자들의 '발명 인센티브'를 축소시키는 역효과도 발생한다. 기업 규모가 작아 보상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금 부담을 추가로 짊어져야 해서다. 연간 평균 발명신고·출원·등록 보상금은 대기업이 2579만원으로 조사된 반면, 중소기업은 349만원에 그쳤다. 직무발명 사업화나 기술이전 등으로 사용자에게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지급하는 '실시·처분 보상금'도 대기업은 619만원, 중소기업은 55만원으로 격차가 컸다. 

한 국내 제조사 직원은 "특허를 내면 보통 팀 단위로 이름을 올려 보상금을 받는데 인당 몇 십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기타소득 분류 땐 세율 낮아…"기술경쟁, 세 부담에 위축"

근로소득세는 발명자가 재직 중일 때만 부과된다. 전체 보상금 가운데 700만원까진 비과세 대상이다. 퇴직 이후 직무발명보상금을 받을 경우엔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해외 주요국에선 직무발명보상금에 근로소득을 부과하지 않는다. 미국은 직무발명보상금을 원칙적으로 양도소득 즉, 자본이득으로 본다. 일본은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근로소득세와 다른 별도 세금을 부과한다. 

PCR은 보고서를 통해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한) 현행 '근로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변경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현행 '근로소득'의 소득구분 변경이 어려울 경우엔 비과세 한도를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직무발명보상금은 연구자의 기술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인데 현행 과세 체계에서는 사실상 임금처럼 취급된다"며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연구자의 정당한 보상이 세 부담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세수 확보 논리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과세 방식이 연구개발 인센티브와 기술사업화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따져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영/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