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잠기고 있는 美 뉴올리언스..."지금부터 이주 시작해야"

김나윤 2026. 5. 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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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0일 뉴올리언스의 한 거리가 침수돼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가 해수면 상승과 습지 침식으로 수십년 안에 바다에 잠길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지금부터 주민 이주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4일(현지시간) 미국 툴레인대학 연구팀은 루이지애나 남부 해안이 물리적으로 취약한 해안지역 가운데 하나라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허리케인 강화, 지반 침하, 석유·가스 산업으로 훼손된 해안 지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뉴올리언스 일대가 수십년 안에 물에 잠길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오늘날 지구 기온 상승 흐름을 약 12만5000년전의 따뜻했던 시기와 비교했다. 당시 지구 기온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고, 해수면은 크게 상승했다. 이 시기와 비교하면 루이지애나 남부는 장기적으로 해수면이 3∼7m 상승하고 해안 습지의 4분의 3이 유실될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해안선은 내륙으로 최대 100㎞ 이동하고, 뉴올리언스와 배턴루지는 사실상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올리언스는 이미 미국 도시 가운데 홍수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이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지역 인구의 99%가 심각한 홍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도시 자체가 해수면보다 낮은 분지에 자리한 데다 주변 습지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폭풍해일과 허리케인의 완충지대도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루이지애나 해안에서는 100분마다 축구장 하나 크기의 땅이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지애나주는 1930년대 이후 해안 침식으로 델라웨어주 면적에 달하는 약 5180km²의 땅을 잃었고 앞으로 50년 안에 추가로 7770km²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뉴올리언스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버텨왔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이후 제방과 수문, 펌프 등 대규모 방재시설이 구축됐지만 이마저도 임시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 습지 손실이 계속되는 한 제방을 계속 높이고 보강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루이지애나주는 지난 2023년부터 미시시피강의 퇴적물을 삼각주와 습지로 보내 해안을 복원하는 사업을 착공했지만, 지난해 공화당 소속 제프 랜드리 주지사가 이 사업을 폐기했다. 3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너무 과하고 어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다. 연구팀은 이 계획 중단이 뉴올리언스 일대를 포함한 루이지애나 해안을 사실상 포기하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석유·가스 산업의 책임을 묻는 법적 시도도 불확실해졌다. 루이지애나에서는 석유·가스 기업들이 운하 준설, 시추, 폐수 배출 등으로 습지를 훼손했다는 소송이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쉐브론이 습지 피해 복구 비용으로 7억4000만달러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 배심원 판단이 나왔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화석연료 업계가 이를 연방법원에서 다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정책 결정들이 뉴올리언스의 시간을 더 앞당기고 있다고 봤다. 논문 공동저자인 툴레인대학 기후적응 전문가 제시 키넌은 "기후변화를 오늘 멈춘다고 해도 뉴올리언스는 결국 잠길 것"이라며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주 정부는 그 선택지를 포기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뉴올리언스 제방 밖 가장 취약한 지역부터 주민 이주를 즉시 준비할 것을 제안했다. 이주 계획이 없을 경우 보험료 상승, 반복되는 홍수, 기반시설 악화로 주민들이 흩어져 떠나는 무질서한 이탈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다. 키넌 저자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사람과 산업이 단계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정치적 부담이다. 뉴올리언스는 미국 남부의 대표적 문화도시이자 재즈, 음식, 축제, 흑인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주민들의 애착도 강하다.

앨라배마대학 지리학자 완윈 샤오는 "뉴올리언스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이 깊기 때문에 이주는 정치적·감정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라면서도 "계획 이주는 매력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궁극적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우스플로리다대학 해안환경 전문가 티머시 딕슨은 "뉴올리언스가 10년 안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결정자들은 사실 한 세기 전부터 이주 계획을 생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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