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로 묶고 속옷에 숨기고...잔혹한 야생동물 밀거래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이자 멸종위기종인 코모도왕도마뱀의 어린 개체를 플라스틱 통에 숨겨 빼돌리던 불법 거래 조직이 인도네시아에서 적발됐다. 야생동물 밀거래는 마약·인신매매·무기 거래와 함께 거론되는 대표적인 국제 범죄다. 각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수법이 치밀해지고 온라인 거래까지 늘면서 황당하고 잔혹한 사례들이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에서 코모도왕도마뱀 밀거래 조직이 적발됐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새끼 도마뱀을 플라스틱 통에 넣어 숨긴 뒤 해외로 빼돌리려 했다.
현지 수사에 따르면 이 조직은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에서 태국으로 야생동물을 몰래 옮겼다. 이 가운데 코모도왕도마뱀 새끼 17마리도 포함돼 있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대부분 국립공원 안에서 보호받고 있지만, 약 700마리는 보호구역 밖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조직은 포타(Pota) 지역의 보호구역 밖을 주요 포획지로 삼았다.
태국 암시장에서는 코모도왕도마뱀 새끼 한 마리가 최대 5억 루피아(약 4천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는 온라인에서도 이뤄졌다. 수사 과정에서 '동물 애호가' 페이스북 계정을 가장해 밀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코모도왕도마뱀 말고도 천산갑 비늘, 희귀 유대류, 파충류 등도 함께 적발됐다.
구조된 도마뱀들은 현재 동자바 지역 야생동물 재활센터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재판이 끝나면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낼 예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도마뱀...전 세계 3,400마리만 남아
코모도왕도마뱀은 인도네시아 일부 섬에만 사는 대형 파충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으로 알려져 있다. 몸길이는 최대 3m에 이르며, 무게는 보통 70kg 안팎이다. 큰 개체는 100kg 이상까지 자란다.
강한 턱 힘·날카로운 이빨·독을 이용해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큰 동물도 사냥하는 최상위 포식자다.
하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종을 멸종위기(EN)로 분류하고 있다. 전 세계 야생 개체 수는 약 3,400마리로 추정된다. 서식지 훼손, 기후위기, 불법 포획 등이 주요 위협으로 꼽힌다.
코모도왕도마뱀은 희귀성과 상징성 때문에 불법 거래 시장에서 꾸준히 표적이 된다. 애완용이나 전시용으로 수요가 높다.
하지만 이 종은 인도네시아에서 포획과 반출이 금지된 보호종이다.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종 국제거래규제협약(CITES) 부록Ⅰ에 해당해 상업적 거래가 전면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어린 개체를 중심으로 한 밀거래는 이어지고 있다. 크기가 작고 상대적으로 공격성이 낮아 운반이 쉽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2024년 인천공항세관은 코모도왕도마뱀 등 외래생물 1,865마리를 밀수한 일당 14명을 검거했다. 특히 코모도왕도마뱀은 국내 반입이 처음 적발된 사례였다.
이들은 22년 7월부터 24년 5월까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동물을 들여왔다. 특히 하의 속옷, 컵라면 용기, 담뱃갑 등에 숨겨 반입해 논란이 됐다.

신발·속옷에도 숨겨...기상천외한 야생동물 밀거래
야생동물 밀거래에서 새, 파충류, 영장류 등 살아있는 개체를 밀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은 지난해 9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한 달 동안 134개국에서 국제 단속(Operation Thunder 2025)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약 3만 마리의 불법 거래 야생동물이 압수됐다. 여기에는 살아있는 개체뿐 아니라 신체 부위, 보호 식물, 불법 벌목 목재 등도 포함됐다. 불법 야생동물 범죄 규모는 연간 최소 200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밀거래 과정에서 동물들은 작은 용기나 차량 내부, 옷 속에 숨겨진 채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학대가 이뤄지고, 상당수가 숨지거나 크게 다친다.
속옷이나 신발에 숨기는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2025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국경에서는 한 남성이 멸종위기종인 주황이마앵무(orange-fronted parakeet) 2마리를 속옷 안쪽에 넣어 멕시코에서 들여오려다 붙잡혔다.

영장류도 예외가 아니다. 2025년 5월 콜롬비아 메데인 인근 호세마리아코르도바 국제공항에서는 생후 두 달도 되지 않은 아기 원숭이 6마리를 속옷에 숨긴 채 옮기려던 외국인 남녀가 붙잡혔다. 발견된 원숭이 중 2마리는 숨졌고, 살아남은 개체들도 탈수와 영양실조, 스트레스 증상을 보였다.


멸종위기종국제거래규제협약(CITES)에 따라 야생동물의 상업적 거래는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집행은 각국의 법과 단속 역량에 달려 있어 한계도 뚜렷하다. 현재 세관·경찰·야생동물 관리기관 간 협력을 통해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가 간 집행 수준 차이와 규제 사각지대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여기에 SNS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까지 늘면서 불법 거래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