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인메이? 바이인메이! 반도체 이익과 금리 인하가 맞물리면 코스피 8500까지

권순우 기자 2026. 5. 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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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이미 역사적 고점을 다시 쓰는 구간에 들어섰지만 시장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과 유가와 금리 부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상승이 정당한가.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답을 기업 이익에서 찾았다. 지수는 결국 기업 이익의 함수이며 지금 한국 증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익이 공격적으로 늘어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월 장세를 불편한 상승으로 규정했다. 시장은 좋았다. 지수는 올랐다. 하지만 전쟁과 유가와 물가와 금리와 환율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음 편하게 따라가기 어려운 상승이었다. 악재가 사라져서 오른 것이 아니라 악재가 남아 있는데도 기업 이익이 그것을 밀어낸 장세였기 때문이다.

핵심은 코스피 상단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하반기 전망에서 코스피 상단을 8500까지 올려 잡았다. 기본 시나리오는 7500이다. 이 숫자는 보수적 전제를 깔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하는 경우. 또 반도체 밸류에이션에 프리미엄을 크게 주지 않는 경우다. 그럼에도 7500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연준이 한 차례라도 금리를 인하하고 한국 반도체의 밸류에이션이 미국 마이크론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 코스피 8500도 충분히 가능한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망이 성립하는 첫 번째 조건은 기업 이익이다. 황 센터장은 지수는 기업 이익의 함수라고 했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어느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는 결국 기업이 얼마나 돈을 버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한국 증시는 이익이 강하게 늘어나는 국면에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이익의 증가가 지수 레벨을 설명하고 있다. 과거처럼 기대만으로 오르는 시장이 아니라 실제 이익 개선이 동반되는 시장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두 번째 조건은 반도체 수급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르면서 구매자들이 가격 저항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가격이 계속 오르면 고객사가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구매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하나증권의 분석은 다르다. 기존 디램과 레거시 메모리 수요가 20% 정도 사라져도 공급 부족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공급이 그만큼 빠듯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엔비디아 베라루빈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붙는다. 베라루빈에는 저전력 디램이 들어간다. 모바일용 디램 수요가 새롭게 늘어날 수 있다. 고성능 AI 반도체가 HBM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에서 다양한 메모리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하반기에도 메모리 수급은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 2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세 번째 조건은 금리다. 황 센터장은 시장의 가장 큰 하방 변수로 전쟁 지속과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물가 재상승을 꼽았다. 전쟁이 확대되고 유가가 올라가고 이 충격이 글로벌 물가에 반영되면 금리는 다시 오를 수 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외국인 수급이 흔들리면 코스피에는 좋지 않은 그림이 된다. 특히 미국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한국 증시의 상승 탄력도 약해질 수 있다.

다만 황 센터장은 이것을 최악의 가정으로 봤다. 유가 상승과 물가 부담은 분명하지만 고용 지표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미국 ISM 제조업 고용 지표 등은 금리 인하가 가능했던 과거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연준은 물가와 고용이라는 두 축을 함께 본다. 물가가 불편하더라도 고용 둔화 신호가 분명해지면 금리 인하 논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하나증권의 공식 전망도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다.

네 번째 조건은 주도주의 지속성이다. 황 센터장은 상승장에서 주도주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지수가 신고가를 계속 경신하는 국면에서는 주도주의 펀더멘탈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강하기 때문에 상승이 이어진다. 현재 그 주도주는 반도체다. 주도주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의 중심이 곧바로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기는 어렵다. 오히려 반도체를 기본 축으로 가져가면서 주변 섹터를 공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 주변 섹터로는 전력기기와 AI 인프라와 조선과 방산과 신재생 관련 화학이 제시됐다. 전력기기는 AI 데이터센터 확장과 전력망 투자 확대의 직접 수혜를 받는 영역이다. AI 인프라는 반도체와 서버와 네트워크와 전력 설비를 모두 포괄한다. 조선은 최근 수주 흐름이 강하고 방산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구조적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화학은 전통적인 경기민감 업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신재생 소재라는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5월 증시의 계절성도 예전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는 5월에 팔고 떠나라는 셀 인 메이 격언이 있다. 그러나 황 센터장은 올해는 이 공식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셀 인 메이는 계절성과 수급에서 나온 경험칙이다. 하지만 지금은 실적이 그 계절성을 덮고 있다. 반도체 이익이 올라가고 시장 전체의 이익 전망이 상향되는 상황에서는 과거의 계절적 패턴만으로 시장을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전쟁 리스크라는 불씨가 남아 있는 만큼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정책도 변수다. 황 센터장은 정책을 깊게 논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관련 제도들이 실제로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 이익만으로도 현재 지수는 설명 가능하지만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으려면 시장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코스닥 활성화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퇴직연금 시장의 주식시장 유입과 부동산 자금의 자본시장 이동 같은 변화가 맞물리면 한국 증시는 지금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

투자 전략은 명확했다. 이벤트가 많고 변동성이 큰 시기일수록 가장 안전한 주식은 주도주다. 주도주를 포트폴리오의 중심에 두고 전력기기와 AI 인프라와 조선과 방산 같은 업종에서 이익률이 개선되는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테마를 좇는 것이 아니라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기업을 골라야 한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펀더멘탈이 가장 강한 방어막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고 믿어서도 안 된다. 지수는 기업 이익의 함수이고 지금은 그 이익이 올라가는 구간이다. 주도주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만 전쟁과 유가와 금리라는 불씨는 계속 확인해야 한다. 코스피 8500은 가능성의 숫자이지만 그 숫자를 현실로 만들 조건은 결국 반도체 이익과 금리와 정책과 AI 수요가 함께 맞물리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