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10%인데, 운동선수는 왜 많아?…‘승부사’ 기질이 강해
예나 지금이나 왼손잡이 비율 10% 그대로
오른손잡이는 협력, 왼손잡이는 경쟁 능해

인간을 포함해 팔다리가 두개 또는 네개인 대부분의 동물은 선천적으로 왼쪽과 오른쪽 팔다리 중 어느 한 쪽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들은 오른손을 더 많이 쓴다. 캥거루는 왼손을, 앵무새는 왼발을 주로 쓴다.
인간은 이 가운데서 오른손에 가장 특화된 집단이다. 왼손잡이는 전체의 약 10%다. 과거에도 그랬다. 수만년 전 동굴 벽화에 찍힌 손자국이나 도구 등의 마모 상태는 우리 조상들도 오른손잡이가 절대적으로 많았음을 말해준다.
인간의 주류가 오른손잡이인 이유에 대해선 오른손잡이 유전자가 우성이라는 유전적 요인, 좌뇌와의 연결성, 사회적 협력을 위한 통일성 등 여러 가설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왼손잡이 비율이 더 늘지도 더 줄지도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그럴듯한 설명은 전투 가설(fighting hypothesis)과 진화적 안정 전략(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가설이다.
이에 따르면 오른손잡이 위주 사회에서 왼손잡이는 그 희소성 덕분에 생존 경쟁에서 유리했다. 사람들한테 익숙한 오른손잡이들과 동작 방향이 달라 상대의 공격이나 수비를 피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왼손잡이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이런 ‘기습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10%라는 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논리다. 이 가설대로라면 오른손잡이는 협력적인 행동에, 왼손잡이(특히 남성)는 경쟁적인 행동에 능하다.

다른 사람 희생해서라도 이기려는 욕구 강해
이탈리아 키에티-페스카라대 심리학자들이 이 가설을 검증하는 두가지 실험을 한 결과를 공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선 1100명의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왼손과 오른손 중 어느쪽을 더 능숙하게 쓰는지와 경쟁심리의 다양한 측면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왼손잡이 성향이 강할수록 ‘자기계발 지향적 승부욕’은 높게 나타난 반면 ‘불안에 기반한 경쟁 회피’ 성향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승부욕이 강하다는 얘기다. 자기계발 지향적 승부욕은 단순히 남을 이기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상황을 자기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심리적 태도를 말한다.
또 왼손잡이는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라도 이기려는 초경쟁 성향(hypercompetitiveness)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손놀림은 같았지만 승부욕이 달랐다
실험 결과 흥미로운 반전이 나타났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사이에 민첩성 차이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민첩성과 경쟁심리 간에도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다. 이는 왼손잡이가 경쟁 상황에서 보여주는 우위가 남들보다 빠른 손놀림 같은 신체적 능력(하드웨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왼손잡이의 경쟁력은 신체 조건이라는 도구의 차이가 아니라, 경쟁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승부를 즐기는 심리적 기질(소프트웨어)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왼손잡이는 단순한 생물학적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경쟁 상황에서 자신에게 이점을 줄 수 있는 의미있는 특성으로 보존돼 왔다”며 “이번 연구는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불균형적 분포가 진화적 균형에 의해 유지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왼손잡이는 다른 성격 특성에서도 오른손잡이와 다른 성향을 보일까?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사이에는 5대 성격 특성(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증)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오른손잡이냐 왼손잡이냐와 우울, 불안 사이에도 아무런 관련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는 왼손잡이와 관련된 이점이 전반적인 성격 차이나 정신 건강보다는 경쟁 성향과 더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것으로 해석했다.
*논문 정보
Assessing the link among laterality, sex and competitiveness to verify the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of handedness.
https://doi.org/10.1038/s41598-026-38170-x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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