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미만 기간제 수당’ 민간확대땐 2조7000억~4조 부담… 中企·소상공인 ‘비명’[Who, What, Why]
1개월 고용때도 38만원 수당
민간 단기고용 268만명 추산
부처 한해예산보다 더 큰 비용
퇴직금 회피 쪼개기 계약 근절
장기계약으로 유인 효과 기대
단기근로자 대부분 中企 집중
비용부담에 고사위기 몰릴수도

정부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를 대상으로 공정수당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민간 부문까지 확대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2조 7000억~4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경영계는 이 같은 비용 부담 가중을 이유로, 노동계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제도적으로 고착화하는 부작용 등을 이유로 각각 민간부문 공정수당 확대에 부정적인 기류가 높아 향후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6일 문화일보가 국가데이터처 등의 통계를 근거로 민간부문 공정수당 도입 시 추가 비용 부담 폭을 추산한 결과 2조 7000억~4조 원 규모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공정수당제가 민간부문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민간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중 공정수당제의 대상이 되는 1년 미만 기간제 계약직 근로자 수는 268만 명이다.
공정수당은 근속기간별로 나눠지는 반면 근속기간별 실제 분포 통계는 공개되지 않아, 민간부문 1년 미만 근로자 268만 명이 △1~2개월 △3~4개월 △5~6개월 △7~8개월 △9~10개월 △11~12개월 구간에 각각 44만 6000여 명씩 균등분포한다고 가정하고 근무기간별 공정수당 액수를 계산하면 3조 8648억 원 또는 4조 원 가량의 인건비 부담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는 이론상 최대치에 가까운 추정치인 만큼, 공정수당제가 이미 도입돼 있던 경기도에서 2000~3000명 규모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할 때 매년 20억~30억 원가량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의 사례를 바탕으로 단순계산했을 때 1인당 100만 원가량의 예산이 드는 만큼, 268만 명 규모의 민간 부문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적용하면 2조 7000억 원 가량의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2조 7000억 원~4조 원 규모의 비용부담은 통일부(1조2447억 원)나 외교부(3조6152억 원)의 올 한 해 예산보다 큰 규모다.
노동계에서도 마냥 민간부문의 공정수당 도입이 달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대체로 “불안정한 고용안정성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정수당은 비정규직 제도를 구조적으로 고착하는 시혜적 정책”이라며 공정수당 정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공정수당 제도 도입을 발표하긴 했지만, 민간부문에서 공정수당 도입을 걱정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민간부문으로의 확대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1일 노동절 축사를 통해 “고용형태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권리의 크기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선 지난달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동일 조건에서는 비정규직의 보수가 더 많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동부는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1년 미만 기간제 공정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수당제는 공공부문의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근로 계약 기간에 따라 기준 금액(생활임금 평균·최저 임금의 118%)의 10~8.5% 수당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과 퇴직금 회피를 위한 364일·11개월 등 ‘쪼개기 계약’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단기계약일 때 더 높은 보상률을 적용해 노동자의 고용불안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장기 계약을 유도하겠단 취지다.
정부안에 따르면 2027년 기준 △1~2개월 10%(38만2000원) △3~4개월 9.5%(84만6000원) △5~6개월 9%(126만 원) △7~8개월 8.5%(162만2000원) △9~10개월 8.5%(205만5000원) △11~12개월 8.5%(248만8000원)가 지급된다. 다만 이는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내년 공정수당 액수로, 최저임금이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 받는 금액은 해마다 변동된다. 노동부는 내년 예산안에 공정수당 몫을 반영하고 내년 중 계약이 만료되는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부터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단기 비정규직을 쓸 때 공정수당이라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의 유인책이 생긴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들은 대부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영세 소상공인에 집중돼 있는 마당에 몇 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건비 부담이 이들에게 집중될 경우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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