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콩팥'은 안녕하십니까?...'여과율'에 담긴 뜻<메디컬캐스크>

<‘메디컬 캐스크’ 연재를 시작하며>
현대 의학이 발전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의사가 인간한테 무얼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더 유익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근거 중심 의학’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인간은 현대 의학의 시혜를 받게 됩니다.
‘근거 중심’, 여러분들이 ‘메디컬 캐스크’ 연재를 보시면서 꼭 기억해 둬야 할 단어입니다.
넘쳐나는 각종 의료 정보 속에서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 CJB가 엄선한 지역의 대표 의사들이 펼치는 ‘메디컬 캐스크’를 읽다 보면 여러분들의 의학 지식이 알맞게 숙성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매주 수요일 각 분야의 지역 대표 의사들의 기고를 싣습니다.
여러분들의 애독 부탁드립니다.
-----------------
<글=권순길 신장내과 전문의, 전 충북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
50세 직장인 A씨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고 큰 걱정에 빠졌다.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던 A씨는 검진 결과 통보 서류에 “신장질환 의심”이라고만 건조하게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장기능이 나빠진다고 하면 투석도 한다는데 크게 염려스러웠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가지고 신장내과 외래에서 담당 의사를 만나고 나서 들은 설명은 “사구체 여과율 감소”. 정상 기준이 60 이상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58.0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사구체여과율은 무엇이고 A씨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우리 신장은 몸의 노폐물을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다들 알고 계실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독자분들의 신장은 계속 혈액을 걸러 내면서 필요 없는 요소질소를 한방울 한방울 방광으로 흘려보내고 많은 양의 수분은 재흡수 (재활용)하고 조금씩 내보내고 있는데, 이렇게 신장이 혈액을 걸러내는 과정을 여과라고 부르고 그 성능을 여과율이라고 부른다.
여과율은 높은 사람은 120도 나오고, 의학적으로 90 이상을 정상으로 정의하지만, 건강검진을 본격적으로 받는 중년 이상에서 90 이상이 모두 나오지는 않고 의사들이 연구해 보니 60 mL/min 만 넘어도 신장질환 악화의 위험성이 아주 적어지므로 신장내과 의사들은 60 이상만 되면 검진에서 정상으로 판정하도록 결정하였다 (단백뇨가 나오는 분들은 예외로 하므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A씨의 경우 58이 나왔으므로 신장 기능이 나빠져 있는 것 같다.
A씨의 입사 동기이자 고교 동창인 B씨의 검사 결과는 어땠을까?
B씨의 결과는 62.0 mL/min이므로 정상으로 분류되었다.
같은 부서 신입사원 C 씨(28세)의 결과는? 96.5로 확인되었다.
C씨의 경우 워낙 젊으니까 그 정도는 당연히 나올 테지만, 동갑인 B씨와 A씨의 차이는 4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그 차이로 정상과 비정상이 나누어지는 것일까?
A씨의 담당 의사는 일시적인 이상일 수 있으니 다시 검사를 해 보자고 하여 1주일 후 재검사를 시행하였다.
재검사 결과는 여과율 76.6 mL/min이므로 안심해도 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신장이 망가졌다가 다시 회복된 것일까?
외래에서 여러 환자분들을 뵙다 보면, 이런 식으로 검진에서 사구체여과율이 떨어져 있다고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다.
A씨의 경우부터 설명해 드리자면, 이런 경우가 가장 흔한데 건강검진 당일에 금식을 오래 하여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여과율이 떨어지는 경우이다.
이처럼 신장 기능은 평소에 정상인데, 일시적인 이상이 있다가 재검사하면 정상이 확인되므로 치료는 필요가 없으며, 1년마다 신장 기능 검사만 확인하시도록 추천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검진할 때 신기능이 약하게 나오는 것일까?
A씨와는 달리 적지 않은 수의 환자분들은 재검해도 비슷하게 나온다. 58이었다가 한 달 후에 56이 나오고, 두 달 후에 다시 보면 60이 나오는 등, 비슷하게 유지되는 경우는 신장 기능이 평소에도 그 수준으로 약하게 유지된다고 해석된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A씨는 평소에 80킬로로 다니다가 그날만 58킬로로 감속해서 운전한 것이고, 신기능이 떨어진 분들은 평소에도 계속 60 정도로 달리는 (그 이상 속도를 내기는 어려운) 성능을 가졌다고 보시면 되겠다.
다음으로는 사구체여과율이 60 이하로 계속 유지되는 경우 어떤 문제가 있을까?
사실 직접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보셔도 된다.
콩팥이 나빠졌을 때 본격적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시기는 사구체 여과율이 30 미만일 때가 대부분이며 심지어는 30 미만에서도 아무 불편 없이 일상생활이 이루어진다.
그럼 왜 복잡하게 여과율을 따지는지 물을 텐데, 정기적으로 여과율을 측정하면서 어떻게하면 나빠지지 않고 유지할지, 너무 빨리 떨어지면 원인은 무엇인지 찾아서 신장을 오래 쓰도록 관리하기 위함이다.
흔히 외래에서 여과율이 떨어져 있는데 무슨 약을 먹으면 회복되는지 물어보시는데, 일반적으로 사람이 나이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는것처럼 신장기능이 여러 원인으로 서서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므로 급성이 아닌 경우 치료로 회복되기도 어렵다.
즉, 나이들면 무리하게 힘든 일을 안하시는 것 처럼, 신장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오래 지키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이런 경우 반드시 지키셔야 할 것은, 금연하시고,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특히 신장에 해가 될 수 있는 항생제와 소염 진통제는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꼭 줄여서 사용하도록 하셔야 한다.
기저질환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경우 조절이 불충분하면 신장이 악화되기 때문에 주치의와 상의하셔서 잘 관리하셔야 한다.
사구체여과율, 즉 신장기능은 정상/비정상 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우리 체력처럼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셔야 하며 나이가 들수록 점차 감소하는 것이 생리적인 과정이다.
전문의로 오래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노인어른들이 신장기능이 떨어져도 그 진행이 아주 빠르지는 않다는 것인데, 노화로 신체기능이 떨어지면서 신장이 적게 일해도 비교적 잘 유지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공장이 생산량이 적으면 노폐물 처리도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게 되기 때문인데, 오히려 중, 장년층에서 체중이 너무 과도한 분들이 신장의 일이 많아지므로 (큰 공장은 노폐물 처리 양도 많다) 자칫 신장기능이 더 빨리 나빠질 우려가 많으니 비만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셔야 하겠다.
독자 여러분 모두 가지고 계신 신장을 더 오래 쓰시도록 관심을 가지고 보호하셨으면 한다.

Copyright © CJB청주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