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미치게” 하고 “조류 학살”한다? [해상풍력 팩트체크①]
“풍력 터빈이 고래를 미치게 만든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상풍력 건설 시 지반조사를 위해 사용하는 음파탐지 소음이 고래를 혼란에 빠뜨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신규 해상풍력 사업 허가를 보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풍력을 두고 ‘새들을 죽이는 못생긴 것’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블레이드(날개)에 많은 새들이 부딪혀 죽는다는 이러한 경고는 아이러니하게도 해양성 조류를 보호하고자 하는 ‘기후 시민’들의 주장과 동일하기도 하다. 이들은 철새 서식지에 건설되는 풍력발전은 친환경 에너지의 상징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무탄소 전원인 해상풍력의 확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반가운 변화이지만 시민사회 일부에서는 해상풍력 건설에 따른 해양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갈등은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생한다.
한국도 그렇다. 2025년 4월 해양수산부는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핵심 서식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주변 해역을 첫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약 130여 마리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 어선 조업과 연안 해루질(밤에 얕은 바다에서 어패류 등을 채취하는 일)을 제한했다. 하지만 보호구역에서 약 8.7km가량 떨어진 곳에 과거 한 차례 무산되었던 ‘대정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재추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풍력발전소 건설 예정지가 돌고래의 주요 이동 경로라는 비판이 나왔다. 돌고래는 대표적인 해양포유류로, 특히 먹이 탐지와 개체 간 의사소통 모두 음파가 기반이기에 소음에 매우 민감한 개체다. 고정식 해상풍력 기초 구조물은 해저에 대형 기둥을 타격해 고정하는 방식으로 세워지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타격음은 수중에서 먼 곳까지 전파된다.
해상풍력 사업이 해양 생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많은 부분 미지수로 남아있다. 예컨대, ‘돌고래를 미치게 한다’는 앞서의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현재까지 해상풍력 조사를 위한 소음이 고래 폐사를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대형 고래의 죽음과 해상풍력 사업 사이에 알려진 (명확히 드러난) 연관성도 없다”라고 말하며 “데이터를 계속 수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폐사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돌고래의 삶의 질은 항타 소음뿐만 아니라 바다의 다양한 변수에 의해 부정적 영향에 노출되기도 한다. NOAA는 고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해상풍력보다 어업 활동, 선박에 따른 피해,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과 먹이 분포 변화라는 점을 짚는다. 각각은 개별 요인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복합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영향만을 ‘도려내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에서 수행한 연구를 통해서도 과학적 실증 연구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의 지원을 받아 해양음향공학 전문가인 최지웅 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교수가 수행한 연구의 결과를 살펴보자. 해당 연구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주변 수중에 음향 시스템(수중의 소리를 녹음하는 ‘수중청음기’와 이를 저장하는 ‘저장장치’)을 매어놓고 수중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녹음해 그 중 해양포유류가 발생시키는 신호만 탐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주변 해역 음향 조사를 통해 상괭이의 출현을, 제주한림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주변 해역 음향조사를 통해 남방큰돌고래의 출현을 조사하고자 했으나 음향 신호가 탐지되지 않아 출현 평가가 어렵다는 것이 여러 해에 걸쳐 수행한 연구 결과이다. 결론은 ‘지속적이며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항타 소음, 국지적 개체 감소를 일으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연구방식을 도입해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분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해상풍력 선진국인 덴마크에서도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에 따른 돌고래 개체군의 누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해역에서 돌고래는 여러 EU 지침에 의해 엄격하게 보호받고 있다. 각국 정부는 해상에 ‘인위적인 요소’를 도입함에 앞서 돌고래 생태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돌고래는 해저 생태계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종이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제이콥 나베 닐센(Jacob Nabe-Nielsen) 덴마크 오르후스 생태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모델(DEPONS 모델)을 이용해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쇠돌고래의 개체군 규모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위성 추적 데이터와 항공 조사 데이터를 사용해 돌고래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컴퓨터 모델을 개발해 개별 동물의 이동 경로, 먹이 섭취 방식, 생존과 번식 등을 시뮬레이션으로 비교·분석했다. 또한 풍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쇠돌고래가 얼마나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고 도망치는지, 그리고 대형 선박에 얼마나 놀라는지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시뮬레이션도 진행했다. 연구진은 돌고래 컴퓨터 모델을 통해 해상풍력 발전소 배치, 선박 운항량 조정, 먹이량 변화 등 북해의 현실을 모방한 다양한 요인을 적용시켜 고유한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팀은 해상풍력발전 건설 시 발생하는 소음으로 쇠돌고래가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서식지를 ‘회피’하는지 살폈다. 연구 결과, 건설 소음이 국지적으로 개체 수를 감소하게 하지만, 건설 주기와 건설 방식 등에 따라서 비교적 빠르게 이들이 서식지로 되돌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모델에 따르면 쇠돌고래 개체군은 일정 기간 겁을 먹고 떠나더라도 풍력발전소 건설은 쇠돌고래의 생존과 번식, 쇠락이라는 ‘에너지 균형’에 미미한 영향만 미치며 전체 개체 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20일, 덴마크 로스킬데에 위치한 오르후스 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제이콥 교수는 말했다. “몇 년 전 연구에서 말뚝 박기 소음이 돌고래 개체군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했는데, 소음 발생 지점으로부터 약 20~25km 떨어진 지점부터 약 10km 지점까지 소음원에 가까워질수록 개체수가 급감했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서식지에서는 돌고래에게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음 발생 주기를 조절함으로써 돌고래가 서식지를 완전히 이탈하지 않게 할 수도 있어 이런 경우 항타 작업이 끝난 이후 비교적 빨리 복귀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제이콥 교수는 소음 저감 장치의 도입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에어버블 커튼 같은 소음저감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돌고래의 서식지 이탈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비용이 들지만, 독일·네덜란드·덴마크에서는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할 때 에어버블 커튼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 항타 전 ‘물개 퇴치기(Seal scarer)’같은 장치를 사용해 기분 나쁜 소리를 내어 돌고래 등 해양포유류를 미리 쫓아내는 방법도 있지만, 동물을 겁주어 쫓아내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올해 2월에는 덴마크 에너지청(DEA)이 모든 덴마크 해역 내 풍력단지의 영향을 조사한 ‘스크리닝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했다. 해상풍력 건설이 해양 생물에게 미치는 공간적 영향과 보호대책을 담은 연구 결과가 모든 국민들에게 공개된 것이다. 제이콥 교수가 속한 연구팀은 덴마크령 북해와 덴마크-스웨덴 해역에 서식하는 쇠돌고래, 점박이물범, 회색물범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 결과를 도출해 스크리닝 프로젝트 결과에 담았다. 연구팀은 돌고래와 물개 개체군 유지에 특정 구역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급을 매기고(예컨대 덴마크 서해안 일부 구역은 돌고래에게 ‘매우 민감한 구역’으로 분류됐다) 건설 단계의 항타 소음이 쇠돌고래의 행동 변화에 미치는 범위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최대 15~20km 범위 내에서 개체 밀도가 일시적으로 급감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연구팀은 돌고래와 공생하기 위한 정책도 제시했다.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할 때 쇠돌고래의 번식기와 이동기에 맞춰 건설 시기를 조정하거나 개체 밀도가 높은 구역은 단지 배치에서 제외 혹은 규모를 축소하라는 것이다. 또 에어버블 커튼 같은 소음 저감 장치 사용을 의무화하고 개체군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2025년 8월 〈Nature Reviews Biodiversity〉에 발표된 영국 플리머스 해양연구소 소속 스티븐 왓슨(Stephen Watson) 박사의 ‘해상풍력발전소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 평가, 모니터링 및 완화(Assessing, monitoring and mitigating the effects of offshore wind farms on biodiversity)’에서는 흡입식·진동식 항타 방법을 사용하거나, 풍력 단지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여 조류와 포유류가 지나다닐 수 있는 ‘생태 통로’를 확보하도록 설계하는 것 역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즉, 적절한 ‘회피(Avoidance)’, 피해 ‘최소화(Minimization)’ 조치가 시행될 경우,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이 돌고래 개체군 전체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덴마크 기업 오스테드(Ørsted)는 타이완 장화현 해안으로부터 35km 떨어진 장화 2기 해상 풍력단지에서 ‘석션 버켓(Suction bucket)’이라는 흡입식 공법을 시도했다. ‘석션 버켓’ 공법이란, 대형 강관 파일(버켓)을 해저면에 거치한 후 펌프를 이용해 파일 내부의 물을 흡입하여 수압차를 활용해 구조물을 고정하는 방법이다. 말뚝을 박는 항타 작업과 달리 수압차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항타로 인한 진동과 소음을 거의 없앨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같은 ‘회피’와 ‘최소화’ 전략은 2024년 10월 발표된 OCEaN의 ‘해상풍력 및 전력망 인프라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의 회피와 최소화 전략(Avoidance and Minimisation of Environmental Impacts from Offshore Wind and Grid Infrastructure)’ 보고서에서 핵심적인 환경 영향 저감의 방법으로 언급되는 전략이기도 하다. OCEaN은 유럽 해상풍력 관련 NGO, 풍력 산업체, TSO(송전 운영자) 등이 기후·생물 다양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한 연합체이다. 보고서에서는 환경 영향 저감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①회피(Avoidance) ②최소화(Minimization) ③복원(Restoration) ④상쇄(Offsetting)를 제안한다. ‘회피’는 생태적으로 민감한 구역에는 풍력 단지를 짓지 않도록 사전에 계획하는 것이다. ‘최소화’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음 저감 기술을 적용하거나 조류 이동이 많은 시간대나 특정 기상 조건에서 터빈 속도를 늦추는 등 능동적 제어를 하는 방법이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해양포유류에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위협이다. 하지만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것 자체가 해양포유류를 절멸시키는 것은 아니다. 더 자연친화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공존의 방법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해상풍력 건설 단계, 조류에 부정적 영향 83%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이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주요 개체는 ‘해양성 조류’다. 2024년 〈Ocean and Coastal Managemnet〉 저널에 영국 플리머스 해양연구소 및 에너지 연구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이끈 ‘환경시스템서비스에 해상풍력발전이 미치는 국제적 영향(The global impact of offshore wind farms on ecosystem services)’ 논문이 발표됐다. 해당 논문은 동료 검토(해당 분야 동료 전문가들로부터 익명의 평가를 받은 논문)를 거친 132개 논문에서 추출한 314개의 연구 자료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314개 증거 자료 중 조류에 대한 데이터는 60여 개로, 어류 다음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를 통합해 분석한 결과,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단계’에서 조류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83%)을 받는다. 이 시기를 지나 ‘운영 단계’에 들어서면 부정적 영향이 62%로 다소 줄어들지만 조류는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전 수명주기에 걸쳐 가장 일관되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집단이다. 대표적인 위험은 ▴비행 중 회전하는 풍력 터빈 날개에 부딪혀 사망하는 ‘충돌 위험’ ▴풍력단지 구조물과 회전 날개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인해 기존 서식지를 포기하게 되는 ‘서식지 상실’ ▴거대 풍력단지가 이동 경로상에 위치해 이를 우회하고자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어 번식 성공률과 생존율이 줄어드는 ‘장벽 효과’다. 영국 〈가디언〉는 해상풍력 터빈 한 대당 연간 철새 4~18마리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모든 해양성 조류가 동일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2018년 〈환경관리저널〉에 발표된 엠마 C. 켈시 미국 지질조사국 서부생태연구센터 야생동물 생물학자의 연구는 미국 태평양 연안 대륙붕 해역의 해양조류에 대한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영향을 분석했다. 81개 종에 대한 충돌 및 이동 취약성을 계산한 이 연구에 따르면 종에 따라 ‘회피 그룹’과 ‘유인 그룹’으로 나뉘는데 ‘유인 그룹’에 속하는 일부 갈매기류나 가마우지류는 터빈 기초 구조물을 휴식처로 활용하거나 주변의 풍부해진 먹이 자원을 이용하기 위해 단지로 유입되기도 했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이 인공어초 역할을 해 어류가 풍부해져 먹이가 많아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는 충돌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연구의 결론은, ‘일부 종은 시간이 지나면 풍력단지에 적응해 복귀할 것’이라는 가설의 증거가 미미하며 한번 단지를 피하기 시작한 민감 종들은 건설이 완료된 후에도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단지 경계로부터 일정 거리(수 km)까지 조류의 밀도가 감소하는 현상이 확인되기도 했다.
‘장벽 효과’를 직접 확인한 연구도 있다. 2021~2022년 중국·타이완·한국 연구진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여름 철새 ‘저어새’의 바다 횡단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를 함께 진행했다. 2024년 〈Ecology〉에 실린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출발해 타이완으로 향하던 저어새가 장쑤성 난퉁시 루둥현 앞바다에 있는 해상 풍력단지를 통과하지 못하고 출발지로 선회하는 모습이 수차례 관찰됐다. 세 차례 실패 끝에 바다 횡단을 포기한 한 실험체는 결국 겨울을 나지 못하고 한반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연구진은 풍력단지가 철새의 이동 경로를 방해하면서 철새가 횡단을 포기하게끔 유인한다면서, 풍력단지가 철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과소평가돼 있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조성될 예정인 한국의 서해안은 철새들의 중간기착지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 기후 해양전문가들은 해양 생물 서식지, 주요 철새 도래지 등 생태적 가치가 높은 민감 지역을 보호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3월 시행될 해상풍력특별법(해풍법)은 정부가 생물다양성을 고려해 예비지구를 선정하고, 최종 발전지구를 확정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25년 12월 발표된 해풍법 시행령안은 보호지역을 배제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입지정보망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자 하는 해풍법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전세계에 약 100마리 가량이 남아있어 ‘신비의 철새’로 불리는 멸종위기종 뿔제비갈매기가 2024년 5월, 전남 영광군 육산도 인근 섬에서 추가로 확인된 사실이 지난해 뒤늦게 밝혀졌다. 산란기가 지나도 뿔제비갈매기 부부가 보이지 않아 기착지인 육산도 인근을 연구자들이 뒤지다 근처 무인도에서 발견한 것이다. 무인도 인근에서 160M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지으려던 발전업체는 고민에 빠졌다. 결국 발전업체는 발전단지 규모를 축소하거나 건설 예정지를 변경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며 뿔제비갈매기 번식에 영향을 주지 않는 대안을 찾는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전했다. 이처럼 ‘환경 리스크’는 프로젝트를 지연시켜 발전사에게도 ‘비용 리스크’를 낳는다. 정부가 명확한 환경성 평가 기준을 마련해 입지를 제안하고, 철새의 번식과 이동경로 등 모니터링 자료를 사업자와 투명하게 공유해야 하는 이유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이 인공어초가 되다
해상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텅 빈 퇴적층에 생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있다. 캐서린 르그랑(Catherine Legrand) 스웨덴 린네우스 대학교 및 옌셰핑 대학교 생물학 및 환경과학부 교수는 독일의 에너지기업인 RWE와 2021년부터 스웨덴 카라함(Kårehamn)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MUOP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MUOP(Multi Use of Offshore Platform)란 벨기에·네덜란드·독일·포르투갈 등 유럽 전역에서 해상풍력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해양 생태계도 지원할 수 있는 전략적 모델이다. 1월22일 〈시사IN〉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나눈 르그랑 교수는 MUOP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발트해는 오염이 매우 심하고 남획 때문에 물고기도 많이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바다에 만들어진 해상풍력 구조물과 인프라를 활용해 단순히 나쁜 영향을 보상하는 것을 넘어 긍정적 효과를 이끌 수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활용해 인공어초를 설치하고, 산란장, 치어의 서식지 기능을 하는 ‘자연 보호구역’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시작된 배경이다.
“풍력단지는 원래 텅 빈 퇴적층에 지어졌다. 그런데 풍력단지가 생기면서 갑자기 생명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조류가 보이고, 홍합이 보이고, 다양한 물고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공 어초나 풍력 터빈에 해조류가 정착해 자라면 부영양화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생물들이 늘어나면서 해안 생태계가 회복 탄력성을 갖게 된다. 즉,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통해 ‘생태적 편익’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르그랑 교수는 인공어초로 설계된 콘크리트 큐브 사진을 보여주었다. “큐브는 홍합이나 해조류가 더 잘 달라붙고 정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런 ‘좋은’ 콘크리트 큐브를 만들기 위해 석재 회사와도 협업을 한다. 생태적 영향을 확인하고자 정밀한 생물다양성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eDNA(environment DNA·바닷물 속에 떠다니는 생물 DNA조각으로 이를 통해 잠수 조사나 어획 조사만으로 놓칠 수 있는 종도 비침습적으로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음) 업체와도 협업한다.”
앞서 살펴본 ‘해상풍력발전소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 평가, 모니터링 및 완화(Assessing, monitoring and mitigating the effects of offshore wind farms on biodiversity)’에서는 해상풍력발전이 해양 생물들의 복합 서식지로 탈바꿈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터빈 기초물을 매끄러운 콘크리트가 아닌 거친 질감으로 바꾸고 거기에 미세한 홈을 만들어 해조류와 패류 유생이 쉽게 달라붙을 수 있게 하거나, 다양한 크기의 구멍을 만들어 작은 물고기·게·바다가재 등이 숨을 수 있는 생태적 쉼터를 만드는 등 ‘자연 포용적 설계(NDI·Nature-Inclusive Design)’를 함으로써 생태적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2021년 오스테드가 타이완에서 진행한 ‘리코랄(Recoral) 프로젝트’도 이러한 MUOP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리코랄 프로젝트는 오스테드가 타이완 농업부 산하의 어업자원연구소와 함께 산호 유체가 해류를 타고 풍력단지에 도착했을 때, 유체가 고정구조물을 서식지 삼아 성장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산호의 유전자 풀을 풍부하게 하려는 시도다. 2022년 첫 시도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발견하지 못했고, 2025년에 이뤄진 두 번째 시도에서는 실험실에서 1년 이상 자라난 건강한 산호 유체를 실험체로 사용했다고 오스테드 측은 설명했다.
캐서린 르그랑 교수는 북해에서의 MUOP 프로젝트 관측 결과를 “모든 해역에, 모든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적용할 수 있다는 오류를 일으켜선 안 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연구의 결과는 해당 지역의 조건을 반영한 결과이지 모든 곳에서 생물다양성이 늘어난다고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생물다양성은 종, 지역, 생애 단계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경향은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한국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어민들이 바다의 농부(Sea Farmers)가 되도록 돕고 있다. 농부들은 기후, 환경에 맞는 농법을 적용하면서 그 땅에 적합한 작물을 키운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바다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종의 해조류를 키우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은 언제나 위험하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단비뉴스〉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김다은·문준영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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