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정치인이 지역 간 격차 해소에 반대?

하승수 2026. 5. 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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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지금 국회에는 187명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달 7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만약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개헌은 좌절된다. 그런데 전망은 어둡다.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발의된 개헌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개헌안의 내용이 세 가지에 국한되어 있는 데다 차마 반대하기 어려운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첫째,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항쟁 정신을 헌법전문에 반영하자는 것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이는 과거 국민의힘 계열 정당들도 동의했던 것이다. 부마 민주항쟁 관련 특별법은 박근혜 정권 시절에 제정됐다. 5·18 민주항쟁 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영하는 것도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이 동의했던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약속했다.

둘째, 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자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지난 12·3 내란 당시에 내란 세력은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를 장악하려고 했다. 국회가 계엄 해제 결의를 하는 것만 막으면, 내란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내란 세력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도 불구하고 3시간30분 동안 계엄 해제 발표를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계엄 관련 헌법 조항을 손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발의된 개헌안에서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경우 지체 없이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국회가 승인하지 않거나 48시간 내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즉시 계엄의 효력이 상실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보완은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지역에 관계없이 균등한 삶의 질과 기회를 보장하자는 것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 지금 수도권 일극 집중의 폐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비수도권과 농어촌지역은 인구 유출과 지역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에 수도권은 뛰어오른 부동산 가격이 심각한 불평등을 낳고 있고, 높은 주거비와 긴 출퇴근 시간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삶이 팍팍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적인 방향 전환이 절실하다.

그래서 이번 개헌안에는 '국가는 모든 국민이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균등한 삶의 질과 기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역의 경제를 육성하고 생활 기반을 구축하여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촉진할 의무를 진다'라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만약 이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도 의료, 교육, 대중교통, 문화, 돌봄, 환경 등에서 수도권과 균등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에 요구할 근거가 생긴다.

이처럼 지금 발의된 개헌안에 대해서는 반대할 명분도 없고 이유도 없다. 그러니 국민의힘은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헌을 무산시키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각 정당의 대표 선거가 있고, 그 이후 2028년까지 정쟁이 격화될 것이다. 특히 야당 입장에서는 2028년 총선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선거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다. 또한 비용 문제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면 투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헌안의 내용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지방선거 이후로 개헌을 미룰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의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그동안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 논의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지만, 국민의힘은 계속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다가 막상 개헌안이 발의되니까 '나중에 논의하자'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영남권의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비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개헌안에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를 비수도권 유권자들이 용납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민심의 무서움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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