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기준 불비로 법정 최저형 선고, 부산 중대재해 첫 실형 판결

1. 사안의 개요
주식회사 도담산업개발은 부산 중구 생활숙박시설 신축공사를 약 240억원에 주식회사 계담종합건설(원청)에 도급했고, 원청은 주식회사 푸름조경(하청)에 이 사건 건축공사 조경식재공사를 약 1억7천만원에 도급했다.
원청 현장소장은 2023년 1월15일 오전 6시40분경 이 사건 건축공사 및 조경공사 현장 바로 옆 인도에서 조경공사를 위해 하청 현장소장에게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중량이 약 1.45톤인 벽돌묶음을 건물 21층 옥상으로 인양하는 작업을 지시했다. 같은날 오전 8시32분경 벽돌묶음이 목재 팰릿에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적재돼 인양 중 높이 15미터 지점에서 팰릿 한쪽이 파손돼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됐고 편하중을 견디지 못한 비닐 래핑이 찢어지게 되면서 벽돌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벽돌더미에 머리를 맞은 하청 종사자인 피해자가 사망하고, 벽돌묶음 아래 부근을 지나던 피해자 2명이 각 6주와 3주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편, 원청 계담종합건설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전과는 없으나, 2023년 1월12일 건축공사 현장에서 떨어짐 사고로 근로자가 상해를 입었고, 2021년 인천 사업장에서 떨어짐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했으며, 그 외에도 20회가 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전력이 있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원청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
검찰은 원청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 의무(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3호),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 평가 기준 마련 의무(4조5호), 제3자 산업재해 예방 조치 능력 평가기준 마련 및 관리비용에 관한 기준 마련 의무(4조9호)를 각 이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나항과 같이 원․하청 현장소장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고, 하청 종사자인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원청 경영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원청 경영책임자는 공소사실을 인정했고, 법원은 징역 1년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대법원 재판예규에 따라 실형을 선고하면서 원청 경영책임자를 불구속할 수 있었으나, 선고 직후 법정 구속했다.
나. 원청 및 하청 현장소장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검찰은 하청 현장소장이 산업안전보건법 38조에 따라 부담하는 중량물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안전보건규칙 38조1항11호), 크레인 작업시의 조치의무(안전보건규칙 146조1항4호), 낙하물에 의한 위험방지 의무(안전보건규칙 14조2항)를 각 이행하지 않아 하청근로자인 피해자가 사망하고, 시민 피해자 2명이 상해를 입었다고 판단해 하청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다.
또한 검찰은 원청 현장소장이 산업안전보건법 63조에 따라 부담하는 중량물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안전보건규칙 38조1항11호), 크레인 작업시의 조치의무(안전보건규칙 146조1항4호)를 각 이행하지 않아 하청 종사자인 피해자가 사망하고, 시민 피해자 2명이 상해를 입었다고 판단해 하청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원․하청 현장소장은 공소사실을 인정했고 법원은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다. 원청 법인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혐의, 하청 법인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혐의
검찰은 양벌규정에 따라 원청 법인에 대해 하청 종사자의 사망에 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했고, 하청 법인에 대해 자기 근로자 사망에 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원․하청 법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했고, 법원은 원청 법인에 대해 벌금 1억2천만 원, 하청 법인에 대해 100만원의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라. 양형 판단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① 종사자 1명 사망, 시민 2명 상해라는 중대한 결과 발생 ② 원청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미비(사고 발생 이후로도 체계 구축 의무이행 해태) ③ 원청 다수 사고 전력(중대재해 1회 포함) ④ 사망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하지 못한 점, ⑤ 3주 상해를 입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을 참작했다.
또한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① 피고인들의 범행 인정 및 반성하는 태도 ② 6주 상해를 입은 피해자와 합의한 점 ③ 사망 피해자 유족들을 위해 1억원을 형사공탁한 점(피해자 유족들 수령거절 의사로 제한적으로 참작) ④ 원청 경영책임자가 초범이고, 하청 현장소장이 동종 범행 전과가 없는 점 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적재물 하부에 위치했던 사망한 피해자의 부주의가 이 사건 사고 발생 및 피해 확대에 일부 영향을 미친 점을 참작했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9번째 판결(2호 한국제강, 15호 엠텍, 20호 삼강에스앤씨, 28호 바론건설, 34호 신성산업, 61호 동일스위트, 68호 아리셀, 81호 금릉과동화, 103호 계담종합건설. 한편 39호 일광폴리머 사안은 2심에서 실형 선고)이고, 부산지법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최초로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한 사안이다.
대상판결은 중대재해 사건에서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법원의 판결 경향성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법정 최저형인 징역 1년보다 중형이 선고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법원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적재물 하부에 위치했던 사망한 피해자의 부주의가 이 사건 사고 발생 및 피해 확대에 일부 영향을 미친 점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했는데, 피해자의 자기위태화를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판단요소로써 고려하는 것은 책임전가의 변론을 정당화해 지양돼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판단이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죄에 관해서는 양형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으므로 적절한 양형을 위해 형이 가장 무거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죄에 관한 양형기준을 참고했다. 도대체 대법원은 언제까지 자신들이 행해야 할 직무를 유기할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9일 모든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회의에서 종합적인 산업재해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법무부는 그해 8월11일 대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는데도 대법원은 현재까지도 양형기준 마련을 지체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12월15일 대법원 양형연구회가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양형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심포지엄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토론을 들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마련에 소극적인 양형위원회 관계자들 의견을 청취하고 충격에 빠졌다. 특히 류호연 국회 법제사법정책조사관은 2025년 11월까지 선고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에서 법인 평균 벌금 선고형이 약 8천만원에 불과해 이를 기준으로 양형기준을 마련할 경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양형위원회가 비판받을 것을 우려했고, 필자는 이에 분노했다.
행정부의 수반이 협조를 요청한 사안에 대해 사법부가 비판받을 것을 우려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한가? 국민의 비판을 받지 않을 양형기준을 마련해 사법불신을 해소할 생각은 할 수 없는 것인가?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을 새로 설정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 양형위원회 전문위원회의에서 전체회의에 올릴 관련 수정안을 사전 검토했다. 이달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과실치사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선고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들의 경향성을 고려할 때, 사법부에서 입법부가 결단해 정한 법정 최소형과 유사하거나 이보다 낮은 양형기준을 마련할까 우려스럽다.
부디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이 마련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관계자들에게 이익을 얻고, 위험을 창출한 자가 책임을 지는 이익책임원칙 및 위험책임원칙이 관철되는 사회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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