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조사인데 결과는 딴판···여론조사 ‘숫자’에 속지 않는 법

민서영 기자 2026. 5. 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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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인 5일 제주 함덕해수욕장에 설치된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참여 홍보시설물. 연합뉴스

한국리서치는 KBS대구 의뢰로 지난달 27~29일 대구 거주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대구시장 지지 후보를 묻는 말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38.4%,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31.2%를 기록했다. 반면 한길리서치가 매일신문 의뢰로 지난달 27~28일 대구 거주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해 같은 날 공개한 결과는 달랐다. 추 후보 46.1%, 김 후보 42.6%로 집계됐다. 유권자는 어떤 조사를 믿어야 할까.

6·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조사 방식과 표본, 시점에 유의해 결과를 읽어야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5일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여론조사 읽는 법을 짚어봤다.

같은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같은 시기에 실시한 조사라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전문가들은 우선 전화면접과 자동응답(ARS) 등 조사방식 차이를 꼽았다. KBS대구 조사는 조사원이 전화를 거는 무선전화면접 100%, 매일신문 조사는 자동화된 음성 안내를 듣고 버튼을 눌러 답하는 무선ARS 100%로 실시됐다. ARS는 기계음만 듣고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릴 가능성이 커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모른다’고 답했을 때 재질문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도층 표심은 덜 반영되고, 정치 고관여자들의 표심이 더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조사원과 직접 상대하지 않는 ARS 방식이 샤이 유권자 표심을 잘 드러낸다는 시각도 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분위기가 강한 현 상황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전화면접원을 의식해 위축된 대답을 하는 ‘침묵의 나선’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ARS는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 눈치를 덜 보고 응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5일 대구 수성구 어린이세상에서 열린 어린이 큰잔치에서 어린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항 설계 차이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지지 후보를 묻기 전 지지 정당을 먼저 물으면 정당에 따른 선호 경향이 더 반영될 수 있다. KBS대구 조사는 ‘대구시장으로 누구를 지지할지’를 곧바로 물었고, 매일신문 조사는 ‘지지하는 당’을 물은 뒤 후보를 물었다. 대구처럼 보수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설계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문항의 세부적인 문구도 변수다. 후보 ‘지지’가 아닌 ‘투표’ 또는 ‘적합’을 묻는 방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다른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하는 경우도 있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문항이 더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표본 수도 눈여겨봐야 한다. 공직선거법과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따른 표본 최소 수준은 전국 정당 지지도는 1000명, 광역단체장은 800명, 지역구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은 500명이다. 다만 표본을 단순히 늘린다고 정확도가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표본을 지나치게 늘리면 오히려 표본을 추출하는 과정이 길어져 발생하는 비표본오차가 커진다”며 “총 오차를 감안해 표본 수를 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면 물리적인 조사 기간이 일주일을 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같은 조사라도 응답 시점이 크게 달라지면서 결과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커진다.

언론에서 간혹 쓰는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다’는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 엄 소장은 “오차범위 내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다고 얘기하는 게 더 정확하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건 바닥 민심을 왜곡하는 의도적 기술”이라며 “오차범위 이내 우세라는 표현을 쓸 수 없게 제도를 개선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5일 대구 수성구 어린이세상에서 열린 어린이 큰잔치에서 어린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리 변수를 통제한 여론조사라도 그 결과가 실제 투표 결과와 동일할 순 없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여론조사는 인구 비례로 가중치를 두지만, 투표는 참여 의지와 형편이 다르고 연령대별·지역별 투표율도 달라 여론의 대표성이 투표 결과와 부합한다고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여론조사를 절대 지표가 아닌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엄 소장은 “여론조사는 데이터가 아닌 사람들의 생각을 수치로 정량화하는 기법일 뿐”이라며 “이를 전제로 두고 여론조사는 추세나 맥락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KBS대구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이며 응답률은 20.5%다. 매일신문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6.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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