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된 '외국인 한복 궁 투어'…전통 복식 알리기도 필요해

윤지수 인턴기자 2026. 5. 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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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대여한 관광객들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경복궁 내에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 /사진=윤지수 기자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는 관광객이 한복을 착용하고 방문하는 것은 흔한 이제 풍경이다. 한복을 착용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궁과 어우러진 일명 '인생샷'을 건지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결 쾌청해진 날씨와 함께 도심 속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거니는 경복궁 내부는 마치 몇 백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외국인 사이에서는 이미 한복을 입고 궁을 찾는 것이 하나의 관광 필수코스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보면 이들이 착용한 한복 모두가 전통적인 우리의 한복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궁을 찾는 방문객에게 인기있는 디자인은 금박 장식이 들어간 스타일이다. 화려한 만큼 기대했던 사진을 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복궁 인근에서 한복 대여 업체를 운영하는 업주는 "외국인들은 주로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자개나 금박 장식이 들어간 한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내국인은 주로 화려한 한복을 찾는 비율이나 전통 한복을 찾는 비율은 비슷하고 심플한 한복을 선호하는 분들이 전통한복을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경복궁 내에서 만난 한 외국인 관광객 역시 '디자인'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기자가 만난 나지아씨(30대·벨라루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한복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디자인"이라며 "사진이 잘 나오고 화려한 스타일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궁을 찾은 남성 역시 "한국에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대여료보다 디자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남성은 자신이 선택한 한복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며 자리에서 한바퀴 돌며 만족해하기도 했다.

화려한 한복을 고를 경우 가격적 이점도 존재한다. 화려한 금박 장식과 자개가 들어간 일명 '공주 한복'은 2만~2만5000원 수준(2시간 기준)으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오히려 전통적인 디자인의 한복보다 저렴하다. 일부 업체에서는 속치마를 별도 비용(4000원)을 받고 제공한다. 업체 관계자는 "더 예쁘고 편하게 걷기 위해 90% 이상이 비용을 내고 추가한다"고 말했다.

외국 관광객은 한복을 '경험형 콘텐츠'로 소비하는 편이다. 이들은 경복궁 내에서 뿐만 아니라 서촌, 북촌한옥마을 일대까지 한복을 입고 이동하며 사진 촬영과 관광을 동시에 즐긴다. 경복궁 인근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K드라마를 보고 이곳에 꼭 와보고 싶었는데 직접 방문해보니 더 좋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즐기는 이러한 패턴에는 K드라마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료 입장 한복, 우리의 전통과 큰 관계가 있는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경복궁은 한복 착용 시 무료 입장을 허용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한복의 '전통성'보다는 '형태'로 구분한다. 형태가 우선시 될 경우 한복을 외국인에게 알린다는 취지와는 달리 전통과는 거리가 있는 디자인과 기준이 한복 인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실제로 전통 한복이라 하더라도 일체형 한복 등 일부 형태는 무료 입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 철릭(저고리에 치마가 합쳐진 형태의 남성용 겉옷으로 두루마기에 주름이 잡힘)은 고유의 전통복장이지만 경복궁 무료 입장에 해당되지 않는다. 상하의가 분리된 한복만 무료 입장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전통과는 무관한 현대적으로 변형된 화려한 디자인의 한복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결국 '무엇이 전통적인 한복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전통 문화를 알리는 취지로 시작된 무료 입장 정책이지만 현장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 셈이다. 이는 고유의 전통과는 다른 한복이 오히려 널리 알려질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K문화의 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전통 한복을 널리 알리는 취지와 한복의 형태를 알리는 것은 분명 좋은 시도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 한복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점에서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궁에서 만난 한 여성 방문객(20대·한국)은 "한복이라는 형태를 넘어 우리의 전통 한복을 관광객에게 함께 알린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히나씨(20대·일본)도 "내가 대여한 한복이 전통 한복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경복궁 내에서나 혹은 인근에 전통 한복을 소개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물론 전통 복식에 대해서는 박물관을 통해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복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궁 인근에 이를 소개하는 공간이 있다면 궁 관광을 더욱 내실있게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복궁에서 만난 올리비아씨(20대·스페인) 역시 "나처럼 한복을 대여하는 외국 관광객에게 전통 의복을 소개하는 작은 안내관이 궁에 있다면 한국 전통 문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지수 인턴기자 sidae@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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