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사이드] 색동원 재판 쟁점 부상… 발달장애인 진술 신빙성 기준은

이유경 기자 2026. 5. 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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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건물./뉴스1

중증 발달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은 어디까지 ‘증거’로 인정될 수 있을까. 인천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피고인 측은 “반복·유도 질문으로 만들어진 진술”이라며 신빙성을 부정하고, 검찰은 “장애 특성을 고려하면 핵심은 일관된다”고 맞선다. ‘매끄럽지 않은 진술’과 ‘믿기 어려운 진술’의 경계가 어디인지, 이번 재판이 그 기준을 가를 시험대가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엄기표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성폭력처벌법·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색동원 전 시설장 김모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김씨는 입소 장애인 3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입소자를 드럼스틱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 측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오는 15일 색동원 현장검증을 진행한 뒤 피해자 진술과 공소사실의 관계를 따져볼 예정이다.

◇‘유도’인가 ‘확인’인가… 질문 방식도 판단 대상

쟁점은 크게 세가지다. 수사 과정에서 질문이 ‘유도’였는지, 진술 내용에 ‘직접 경험의 흔적’이 있는지, 그리고 전체 진술이 ‘일관성’을 유지하는지다.

김씨 측은 수사기관이 피해자들에게 답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질문했다고 주장한다. 지적장애인은 질문자의 의도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어, 질문 방식 자체가 진술 신빙성 판단의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단답형이나 확인 질문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 전체를 배척하지는 않는다. 피해자가 먼저 한 말을 확인하는 과정인지, 수사기관이 특정 답을 제시한 뒤 이를 따라가게 했는지를 구분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은 2023년 장애인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선행 진술을 확인하기 위한 단답형 질문은 유도신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민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지적장애인 피해자 조사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스스로 풀어낼 수 있도록 개방형 질문이 원칙”이라며 “외부 영향 없이 진술이 형성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쟁점은 질문의 형식이 아니라,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과정 전반에 있다.

◇말이 두서없어도 ‘직접 겪은 흔적’ 있으면 인정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은 시간 순서가 뒤섞이거나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내용이 섞여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곧바로 신빙성 부족으로 보지 않는다. 지적 능력과 언어 능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표현 방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2023년 6월 장애인 유사성행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다소 두서없고 주변 정보가 섞여 있더라도 이를 장애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반복 훈련이나 외부 개입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구체적 묘사와 감정 표현이 담겨 있다면, 직접 경험에서 비롯된 진술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말을 매끄럽게 했는지가 아니라, 진술 안에 ‘경험의 흔적’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정민 법률사무소 지율 S&C 대표변호사는 “지적장애인은 날짜나 장소 등 세부 사항을 정확히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며 “법정에서의 진술 태도, 실제 경험을 반영한 내용인지, 특징적인 진술이 일관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고 했다.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 시설 '색동원' 내 입소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을 받는 원장 김모씨./뉴스1

◇대법원도 “장애 특성 고려해야”

대법원 역시 지적장애인 피해자 진술을 성급히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17년 1월 장애인 유사성행위 사건에서 피해자가 부정형 질문에 반대로 답하는 등 일부 불일치가 있더라도, 질문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정도가 수용 가능한 범위라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을 무조건 신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원은 ▲주요 내용의 일관성 ▲외부 영향 가능성 ▲다른 증거와의 모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결국 법원은 진술의 표현 방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경험의 흔적과 핵심 내용의 일관성을 기준으로 신빙성을 판단한다.

◇현장검증도 변수… “물리적 가능성 따진다”

이번 사건에서는 현장검증 결과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진술의 신빙성과 별개로, 그 내용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역시 판단 대상이기 때문이다.

김씨 측은 색동원의 구조와 생활교사의 상시 관리 상황을 고려할 때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더라도, 그 내용이 실제 공간 구조나 동선과 명백히 맞지 않는다면 법원은 추가 검토를 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현장 구조가 진술과 충돌하지 않는다면 피고인 측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형사재판에서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지는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결정된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 질문 방식, 장애 특성, 현장 구조, 다른 증거와의 관계를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 색동원 사건은 장애인 피해자의 ‘매끄럽지 않은 진술’과 ‘믿기 어려운 진술’ 사이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그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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