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출퇴근도 있는데 ‘무조건 합숙’이라니···법원 “대체역 강제 복무조항, 위헌 소지”
법원, ‘대체역법’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첫 제청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또는 보충역의 복무를 대신해 병역을 이행하는 대체역(대체복무요원)에게 신체등급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합숙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출퇴근이 가능한 다른 군대체복무와 비교할 때 평등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예외 없이 합숙을 규정한 대체역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판해 달라고 요청했다.
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대체복무요원이 신체등급과 무관하게 합숙 복무토록 명시한 ‘대체역법 제21조 제2항’은 위헌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대체복무제도가 2020년 시행된 이후 대체역법을 두고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앞으로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게 된다.
A씨는 2020년 10월 대체역심사위원회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아 대체역으로 편입됐다. 대체역은 교도소에서 36개월간 합숙 근무하도록 규정돼있다. A씨는 이후 질병을 이유로 대체역 소집을 연기한 뒤 치료를 받았다. 2024년과 지난해 11월 등 세차례 재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지난해 5월 병무청과 법무부에 ‘신체검사 4급인 사회복무요원에게 적용되는 규정을 자신에게도 준용해 출퇴근 방식 등의 복무를 할 수 있게 조치해 달라’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했다. 현역 입영대상자 가운데 4급을 받은 이들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출퇴근이 가능하다. 병무청과 법무부는 A씨의 민원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병무청과 법무부의 민원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또 신체등급 4급도 예외 없이 합숙하도록 규정한 대체역법 제21조 제2항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달라고 신청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법원이 심리하는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를 두고 헌재에 판단을 요청하는 제도이다.
재판부는 A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신체등급 4급을 받은 이들에게도 신체적 특성과 건강상의 이유를 고려하지 않고 합숙만을 강제하는 것은 “비례 원칙에 반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 이행문제를 전향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또 “대체복무에서도 신체적 특성 등을 고려해 복무 형태의 차이를 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복무기간 36개월의 일부 동안 출퇴근하는 방법을 거론하며 “인간의 존엄 및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병역 부담의 형평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대체역법 제16조 및 제18조를 대상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부분은 각하했다. 해당 조항은 36개월 동안 교도소에서만 복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A씨가 병무청 및 법무부에 제기한 민원 내용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이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5월 현행 대체복무 제도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서 5대4로 합헌 결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당사자들은 이후에도 대체복무가 징벌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지속해서 헌재에 청구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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