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 줄고 갚을 돈늘고”…주담대에 서민지갑 ‘텅텅’

주형연 2026. 5. 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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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리시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 30대 맞벌이 정모 씨 부부는 전세 대신 소형 아파트 매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환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소득 증가 속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주담대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현금흐름 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담대 증가세를 실수요 중심의 주택 거래 회복 기대와 금리 정점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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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늘고 신용대출 줄고…가계부채 ‘주택 쏠림’ 심화
원리금 상환 부담 확대에 소비 위축…체감경기 악화
자산 늘었지만 현금흐름은 악화…서민 지갑 더 얇아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경기도 구리시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 30대 맞벌이 정모 씨 부부는 전세 대신 소형 아파트 매수를 선택했다. 전세 가격 상승 부담과 향후 집값 반등 기대가 이유였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환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부부의 월 상환액은 기존 전세대출 이자보다 2배 이상 늘었고 그 결과 여유 자금이 크게 줄었다.

정 씨는 “내 집이 생겼다는 안정감은 있지만 생활은 오히려 더 빠듯해졌다”며 “결혼 초 계획했던 여행이나 소비는 대부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비상금 확보를 위해 적금 규모까지 축소했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가계부채 구조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주담대는 빠르게 늘고 신용대출은 줄어들면서 가계의 자금 운용이 소비 중심에서 상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산은 늘었지만 현금흐름은 위축되는 구조 속에,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말 주담대 잔액은 612조2443억원으로 3월 말보다 1조9104억원 늘었다. 이는 작년 8월(3조7012억원 증가)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주담대 잔액은 올해 1월 1조4836억원 감소했다가 2월 5967억원 증가했다. 이어 3월 3872억원 줄었고 4월 들어 다시 늘었다. 반면 개인신용대출은 지난 3월 3475억원 증가에서 4월 3182억원 감소세로 전환했다.

표면적으로는 부동산 거래 회복과 대출 수요 확대가 맞물린 결과지만, 소비자 체감 경기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 증가 속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주담대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현금흐름 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담대 증가세를 실수요 중심의 주택 거래 회복 기대와 금리 정점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면서 “지금이 대출 타이밍”이라는 판단이 확산됐고 일부 대출 규제 완화 역시 수요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소비 위축으로 직결되고 있다. 주담대는 장기·고정 상환 구조를 갖는 만큼 매월 일정 금액이 빠져나가는 고정지출로 작용한다. 이에 외식·여행·내구재 구매 등 선택적 소비가 줄어들고 필수 소비 중심의 지출 구조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질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신용대출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주담대 비중이 커지면서 자금이 부동산에 묶이고, 단기 대응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경기 충격 발생 시 가계의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변수는 금리와 소득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경우 이자 부담은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추가적인 대출 확대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실질소득 증가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가계의 상환 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된 상황에서 현금흐름 관리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며 “대출 규모보다 상환 가능성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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