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김동문 "우버컵은 시작"…박주봉과 30년 인연이 만든 '이기는 구조'

김종석 기자 2026. 5. 6.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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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한 우승 아니다”…세대교체·시스템 경쟁력 확인
- 안세영 원톱 넘어 김가은·복식까지 확장된 전력 구조
- 김동문 체제, 선수 권익·후원 마케팅·재정 안정 동시 과제
- 박주봉 감독 2년 연장 유력…시선은 2028 LA 올림픽으로
2026 우버컵 정상에 오른 뒤 귀국한 박주봉 대표팀 감독과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이 인천공항에서 반갑게 만났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이화우 사무처장 제공

 필자는 1996년 배드민턴 담당 기자로 첫 해외 출장을 갔습니다. 그해 5월 홍콩에서 열린 토마스컵(세계남자단체전)과 우버컵(세계여자단체전)이 그 무대였습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남녀 모두 준결승에서 패해 공동 3위의 성적에 머물렀습니다. 남자 대표팀에는 박주봉이 최고참 선배였으며 대학생 김동문은 막내급이었습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도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러 박주봉(62)과 김동문(51)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재회했습니다. 한국이 덴마크에서 끝난 우버컵에서 우승한 뒤 귀국한 자리였습니다. 박주봉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안세영, 김가은 등 선수들과 함께 금의환향했습니다. 김동문은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으로 한국 선수단을 맞이했습니다.

 선수 시절 세계 최강으로 이름을 날린 박주봉과 김동문. 두 사람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결승에서 맞붙은 인연도 있습니다. 길영아와 짝을 이룬 김동문이 나경민과 파트너가 된 박주봉을 꺾었습니다. 앞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 금메달을 목에 건 박주봉은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 김동문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은퇴 후 박주봉은 2004년 잠시 한국 대표팀 코치를 맡아 김동문-하태권 조의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돕기도 했습니다.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과 박주봉 한국 대표팀 감독이 귀국 후 선수들과 우버컵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오랜 인연을 지닌 박주봉과 김동문은 위기에 빠졌던 한국 배드민턴을 살리기 위해 선후배를 뛰어넘어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김동문은 지난해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에 오른 뒤 조직 정상화를 이끌며 대선배 박주봉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해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핵심 과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거둔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2026 우버컵 우승을 바라보는 김동문 협회장의 시선은 분명했습니다. 결과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구조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김 회장은 "이번 우버컵 우승은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가 있다"라며 "선수 개인의 역량을 넘어 우리 여자 배드민턴 전체 시스템과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값진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안세영 원톱'에서 '팀 구조'로 확장된 흐름을 보여준 무대였습니다. 안세영이 1단식에서 확실한 첫 승리를 책임졌고, 김가은이 2단식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를 꺾으며 흐름을 뒤집었습니다. 여기에 복식까지 이어지는 전력 구조가 완성되면서 한국은 단체전에서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갖췄습니다.

 김 회장은 이러한 변화를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는 흐름"으로 봤습니다. 동시에 박주봉 감독의 역할도 강조했습니다. "명장 박주봉 감독의 전략과 운영이 큰 몫을 했다"라는 평가입니다.

 이번 우승은 김동문 체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김 회장 부임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선수 권익과 협회 재정의 균형을 동시에 찾으려는 시도입니다. 협회는 국가대표 선수 개인용품 후원 계약을 공식 허용하며 선수 선택권을 넓혔습니다. 동시에 협회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재정 안정 확보에 나섰습니다.

 김 회장은 "국가대표 선수 개인 스폰서 허용 후 대한배드민턴협회 역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재무적인 안정을 꾀하고 있다. 대표팀 유니폼 로고 노출에 따른 후원 유치에도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선수들의 협조도 필요한 대목"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은 활발하게 후원업체 영입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실제 성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협회는 애터미, 콜마비앤에이치와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 협약을 체결하며 유니폼 로고 노출과 선수단 컨디셔닝 지원까지 연계한 새로운 후원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박주봉 감독도 협회의 재정 안정이 대표팀 전력 향상의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박 감독은 일본 대표팀 사령탑 시절 필자에게 "일본 대표팀은 국제대회에 나가면 선수단 식사를 지원할 스태프까지 참가한다. 일본배드민턴협회를 후원하는 기업과 단체가 많아서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박주봉 감독은 스폰서 관련 행사라면 적극적으로 대한배드민턴협회 측의 요청에 협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타 선수 출신 회장이 현장의 언어를 이해하면서도, 교수와 행정가 경험을 바탕으로 협회의 구조를 손보는 과정입니다. 김동문 체제의 핵심은 선수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면서도 협회가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김동문 회장

다만 김 회장은 이번 우승을 '출발점'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번 우승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표현에는 현재의 성과를 유지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세계 배드민턴의 흐름을 중요한 변수로 짚었습니다. 김 회장은 "세계 배드민턴은 점점 더 빠르고 강해지고 있다"라며 "체계적인 선수 육성, 국제 경쟁력 강화, 부상 관리 등 과제를 더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남은 일정도 분명합니다.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입니다. 단체전과 개인전을 함께 치르는 대회 특성상 선수단 운영 능력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안세영에게 집중된 부담을 어떻게 분산하고, 복식 조합을 얼마나 유연하게 가져가느냐가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경기 방식 변화입니다. 배드민턴계에서는 15점 3게임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대표팀 내에서 훈련 방식과 경기 전술 등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할 것"이라며 "조만간 국내 대회에 15점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협회는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돕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속도가 빨라질수록 초반 집중력과 전술 대응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박주봉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이 우버컵 우승 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박주봉 감독 체제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표팀 지도자 계약 기간 2년 규정에 따라 올 연말 임기가 끝나지만 협회는 재계약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목표 시점은 2028년 LA 올림픽까지입니다. 이번 우버컵에서 확인된 단체전 운영 능력과 시스템 구축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판단입니다.

 결국 이번 우버컵은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방향을 보여준 대회였습니다. 한국 배드민턴은 코트 안에서는 '이길 수 있는 구조'를 확인했고, 코트 밖에서는 선수 권익과 후원 구조를 동시에 진화시키는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구조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입니다. 김동문 회장의 말처럼 우버컵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우버컵 우승과 안세영, 김원호-서승재의 활약, 박주봉 감독 체제의 성과로 가능성은 이미 확인됐습니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그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더 단단한 시스템으로 확장해야 할 무대가 될 전망입니다. 물론 김동문 회장과 박주봉 감독의 시선은 이미 LA 올림픽을 향하고 있겠지만.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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