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이 여당이잖유" "이장우가 일 많이 했슈"…알쏭달쏭 대전 민심

대전=지선우 기자 2026. 5. 6.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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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지방선거 격전지 표심⑤ 대전]
지난 2일 오후 대전 중구에 위치한 대전역 인근 포장마차 거리. /사진=지선우 기자
"대전역은 대전의 얼굴인데 개발이 안 된 지 수십년이여. 이장우나 허태정이 (대전시장) 했을 때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슈."(대전역 앞 60대 포장마차 사장 이모씨)

지난 2일 저녁 7시쯤 찾은 대전 동구 대전역 앞. 골목엔 폐건물이 즐비했다. 대전역은 1980년대 원도심의 중심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 시청이 서구 둔산동으로 이전한 뒤로는 시간이 멈춘 듯했다.

또 다른 포장마차 사장은 6·3 지방선거 대전시장 후보 이야기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번 선거에 나온 둘 다 시장을 했는데 그동안 뭐했는지 모르겠다"며 "누가 되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전역 인근에서 떡볶이를 팔던 60대 상인은 "대전역 근처에 살고 있는데 양쪽 다 했던 사람이 또 나왔다"며 "낙후된 대전역 근처를 바꿀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고 했다.

6·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전의 공기는 '정치 무관심'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이번 선거는 민선 7기를 지낸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현직 민선 8기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의 전·현직 리턴매치다. 4년 전 2.39%포인트(P) 차이로 석패했던 허 후보는 시장직 탈환을, 이 후보는 민선 8기 성과와 사업 연속성을 앞세워 재선을 노린다.

대전시민들은 대전시장 선거에 대체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전 서구 꽃집에서 일하는 30대 여성은 "대전시장에 누가 나오느냐"고 되물었다. 유성온천역 인근 음식점에서 일하는 20대 대학생도 "친구들 사이에서 대전시장 선거 이야기는 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왼쪽),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오른쪽). /사진=뉴스1·머니투데이
현재 여론조사에선 허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KBS대전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허 후보는 47%, 이 후보는 31%로 집계됐다. 다만 '샤이 보수층'(숨은 보수 지지층)과 무당층의 움직임이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대전·세종·충청 지역의 무당층 비율은 29%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이번 대전시장 선거는 전·현직 맞대결인 만큼 재임 당시 성과와 실정을 둘러싸고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허 후보는 정권 안정론과 계엄·탄핵 정국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해선 탄핵 반대 집회 참석, 12·3 비상계엄 당시 모호한 입장, 시민사회와의 갈등 등을 근거로 비판하고 있다.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곽모씨(55·여)는 "민주당이 여당이기에 시정을 이끄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허 후보가 대전의 시스템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지했다. 허 후보는 두 차례 유성구청장과 대전시장 경험이 있는 만큼 지역 내에선 안정적인 행정 운영을 기대하는 지지층이 있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했다가 중단된 '대전충남통합특별시' 구상의 실현을 위해 집권 여당 후보를 밀어줘야 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대전 동구에 거주하는 민모씨(50대·여)는 "대전충남의 통합 무산으로 4년간 20조원 보조금을 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대전 유성구 장대동 유성시장 모습. /사진=지선우 기자
이 후보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유성복합터미널, 산업단지 등 지연됐던 지역 현안을 밀어붙인 추진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허 후보를 향해선 "민선 7기 시정은 무능했다"며 당시 추진됐던 트램 사업이 지연된 문제 등을 거론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 머크 등을 대전시에 유치한 성과를 강조하며 허 후보와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대전시민들은 그의 '추진력'에 공감을 나타냈다. 유성시장 인근에서 만난 세차장 사장 70대 박모씨는 "그래도 이장우가 추진하면 됐다. 이번에도 뽑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정치적 기반인 대전 동구 민심도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이 후보는 2006년 동구청장에 당선된 뒤 2012년과 2016년 동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전 동구 중앙시장에서 만난 70대 건어물 상인은 "장우가 일 많이 했다"며 "비만 오면 시장이 물어 넘쳤는데 가림막도 다 장우가 했슈"라고 말했다.

한편 보수층 내부의 복잡한 기류도 감지됐다. 유성시장 인근에서 만난 보안업 종사자 최모씨(52·남)는 "나도 보수이긴 한데 계엄에 찬성할 수는 없다"며 "이 후보가 윤어게인(다시 윤석열) 메시지를 이어간다면 투표 자체를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온천역 인근에서 만난 30대 남성 구모씨 역시 "지금 국민의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번에는 투표하러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대전 동구에 위치한 중앙시장 입구. /사진=지선우 기자
한편 KBS대전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대전시민 800명을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응답률은 17.1%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3.3%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전=지선우 기자 sunwooda@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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