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학인재 포상 예산 21억→16억…“심사위원 교통비 지급도 어려워”

서지혜 기자 2026. 5.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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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예산에 시상식도 옹색
‘최고과기인상’ 등 상징성 크지만
값싼 꽃다발·메달 찾아 전국 발품
‘우수과학도상’은 1인당 1만원 수준
“말로만 인재육성…존중 문화 시급”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2025년 12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5 우수과학자포상 통합시상식’ 에서 한국과학상, 한국공학상, 젊은과학자상,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올해의 최석정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올해 과학의 날 전국 초등학교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보낸 상장과 메달 한 세트가 도착했다. 과기정통부가 전국 초등학교에서 선발한 ‘과학 꿈나무’에게 수여하는 ‘우수과학도상’이다. 우수과학도상은 과학적 탐구심과 창의성이 뛰어난 어린이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자는 취지로 운영되는 부총리상이다. 전국 초등학교에서 학교별로 한 명 안팎을 추천받는 만큼 수상 규모도 큰 편이다.

상을 받는 어린이로선 큰 기쁨이지만 이 상을 준비한 공무원 A씨는 올해 유난히 진땀을 흘렸다. 전국 초등학교에 보낼 ‘적절한’ 메달을 찾느라 사방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우수과학도상에 배정된 예산이 6700만 원에 불과해 어린이 한 명당 1만 1000원 내에서 부상품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를 감안하면 상장과 메달 제작, 포장·발송 비용까지 감당하기에는 빠듯한 수준이다. 포상 사업을 공동 진행하는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메달 한 개당 6000원대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해 내년에는 상장도 더 저렴하게 제작하는 업체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정부가 운영 중인 ‘우수과학자포상’의 예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4일 정부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가 1987년부터 운영해온 ‘우수과학자포상’ 사업 예산은 올해 16억 2200만 원이다. 해당 예산은 2019년 21억 400만 원이었으나 2021년 17억 800만 원으로 낮아졌고 2024년부터는 16억 2200만 원에 머물러 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예산 감소 폭은 더 크다.

우수과학자포상 사업은 1987년 한국과학상 제정을 출발점으로 40년간 이어져온 대표적인 과학기술인 예우 제도다. 현재는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대한민국과학상·공학상, 대한민국과학기술인상, 대한민국젊은과학자상, 올해의여성과학기술인상, 대한민국엔지니어상, IR52장영실상, 올해의과학교사상, 우수과학도상, 올해의최석정상 등 10개 포상으로 구성돼 있다. 젊은 연구자부터 중견·원로 과학기술인, 산업 현장의 엔지니어, 여성 과학기술인, 과학교사, 어린이 과학 인재까지 과학기술 생애 주기 전반을 포괄하는 제도인 만큼 과학계에서 의미와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40년간 운영돼온 과학기술인 포상 제도는 쥐꼬리 예산 탓에 최소한의 운영에 그치고 있다. 올해 전체 예산 16억 2200만 원 가운데 12억 7500만 원은 수상자 개인에게 지급되는 현금성 시상금으로 배정됐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 1명에게는 3억 원, 대한민국과학상·공학상 수상자 4명에게는 각각 7000만 원, 대한민국젊은과학자상 수상자 4명에게는 각각 5000만 원, 대한민국과학기술인상 수상자 12명에게는 각각 1000만 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나머지 포상의 시상금과 트로피·메달 등 부상품을 포함하면 수상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비용은 13억 8200만 원가량으로 집계된다.

시상금을 제외하고 나면 포상의 공정성과 권위를 높이는 데 쓸 수 있는 예산은 거의 남지 않는다. 후보자 추천, 전문가 심사, 종합 심사, 시상식 등 행사 운영 등에 투입할 수 있는 돈은 2억 40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포상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일부 심사위원에게는 20만 원 안팎의 심사비를 지급하고 있고 먼 거리를 이동해 심사를 하러 왔는데도 교통비는 따로 드리지 못한다”며 “공정한 심사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발굴하고 섭외해야 하지만 충분한 대가 지급이 어려워 심사위원 수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상자의 성취를 기리고 포상의 품격을 높여야 할 시상식도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시상식을 준비한 한 공무원은 “한번은 직원이 테이블보 없이 행사를 치르면 안 되겠느냐고 쭈뼛거리며 묻더라”며 “직원이 꽃다발 단가를 맞추기 위해 꽃 시장을 직접 돌고 온 직후였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연구자가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우수 인재가 과학기술 분야에 남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의대 쏠림과 해외 인재 유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인에 대한 예우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예우 강화를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석사 월 80만 원, 박사 월 110만 원 이상의 연구생활비를 보장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를 도입했고 올해는 이공계 박사우수장학금을 신설해 박사과정생 1000명 안팎에게 연 75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외 우수 과학자를 유치하는 ‘브레인 투 코리아’ 사업도 확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계속 내놓기보다는 기존 포상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연구자가 스스로를 명예롭게 여기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예우하지 않으면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도 어렵고 과학자들의 유출을 막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과학기술계는 재정 당국에 포상 관련 예산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인 포상을 연구개발(R&D) 투자라기보다 행사·운영성 예산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 증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상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과학자에게 상을 주는 일은 단순히 시상금을 전달하는 행사가 아니라 그 성과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기록하는 과정”이라며 “포상과 예우도 우수 인재를 과학기술 분야에 남게 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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