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는 인권]

김지림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2026. 5. 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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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슬람사원 즉각 철거하라!"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건설 중인 이슬람사원 근방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1년 전 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대한민국에 '인종차별 또는 외국인 혐오 발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슬람 사원 갈등에 대해서는 1년 내 후속 보고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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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슬람사원 즉각 철거하라!"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건설 중인 이슬람사원 근방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대한민국 인종차별 현황 심의에서 이 현수막이 소환됐다. 한국의 인종차별 실태를 점검하는 이 자리에서 대구 이슬람사원 건설 갈등은 대표적인 인종차별 사례로 지목되며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대한민국 정부 대표단은 '해당 지역에는 현재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광고물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부 대표단이 답변을 한 바로 그 순간에도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인근에는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슬람사원 즉각 철거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구청의 허가를 받아 게시되어 있었다. 이 사실을 확인한 유엔 위원은 그 자리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이 현수막에 담긴 메시지가 유해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를 물었고, 정부 대표단은 끝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인종차별적 혐오표현'을 둘러싼 유엔과 대한민국 정부의 인식 차이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2020년 경북대에 재학 중인 무슬림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이슬람 사원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 제기와 구청의 공사중지명령 이후 갈등은 장기화되었고 사원 건설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었다. 무슬림 이주민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현수막이 공사현장 주변에 게시되었고, 무슬림이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금기시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삼겹살 축제를 하거나 돼지 사체를 공사 현장에 전시하는 행위가 이어졌다. 공사를 반대하기 위해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행위들이 반복된 것이다.
2022년 9월. 대구 북구청 앞에서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단순한 종교에 대한 차별을 넘어 인종화된 무슬림 집단에 대한 인종차별로 해석해 왔다. 그리고 무슬림 인구가 많은 유럽에서는 돼지머리를 사원에 투척하는 행위가 전형적인 혐오표현이자 증오범죄의 맥락에서 다루어진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인종차별이나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정의도, 이를 예방하거나 규제하기 위한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이슬람 사원 건설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발생한 행위들의 위법성이나 규제 필요성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슬람 사원 즉각 철거하라!"는 현수막이 경북대에 재학 중인 무슬림 학생과 그 가족들을 한국인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위협적 존재로 상정하고 있음에도, 행정기관의 허가 아래 게시될 수 있었던 이유다.

1년 전 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대한민국에 '인종차별 또는 외국인 혐오 발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슬람 사원 갈등에 대해서는 1년 내 후속 보고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6년 5월까지 갈등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유엔에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사원은 완공되지 않았고, 인종차별이나 혐오표현에 대한 정의와 규제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과연 무엇을 보고할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도 우리는 1년 전 제네바에서 던져졌던 그 질문, 한국은 인종차별적 혐오표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그대로 서 있는지도 모른다.

김지림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