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바이오 노조, AI·로봇 도입 때 허락받으라 요구

곽수근 기자 2026. 5. 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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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파업 후 ‘준법 투쟁’ 이어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전면파업을 시작한지 나흘째인 4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 노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측과 노조는 이날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비공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부터 5일간 전면 파업을 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회사 측에 새로운 기계나 기술을 도입할 경우 노조 동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 단체협약에 이런 내용의 명문화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무인(無人) 공장인 다크 팩토리는 AI(인공지능), 로봇,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물류·에너지 관리까지 스스로 운영되는 자율 제조 체계를 말한다. 올 초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공장 투입과 관련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투입할 수 없다”고 반발한 데 이어, 이번 삼성바이오 노조의 단체협약은 다크 팩토리 관련 조항을 명문화하려는 시도여서 다른 기업 노사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바이오 노조는 사측에 제시한 단체협약안에 ‘노사 공동으로 경영협의회 구성을 요구하고, 신기계·기술 도입 또는 작업 공정 개선에 관한 사항은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거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이미 다크 팩토리 TF(태스크포스)를 꾸린 상황이어서 대응 차원에서 포함한 것”이라고 했다. 사측은 “다크 팩토리 TF는 없다”고 했다.

◇임원 인사 미리 알리라는 삼바 노조… 재계 “경영진 고유 권한 과도한 개입”

지난 1일부터 닷새 동안 전면 파업한 삼성바이오 노조는 고용노동부 중재로 지난 4일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11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을 한 노조는 임금 14.3% 인상,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주요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면 총 임금 인상률이 21.3%에 달한다며 임금 6.2%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그래픽=양인성

◇임원 임면 계획, M&A 의결권도 요구

표면적으로 노사가 임금 인상과 성과급 규모를 놓고 줄다리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체협약안의 세부 내용을 놓고 입장 차이가 큰 상황이다. 특히 인수·합병(M&A), 임원 인사, 신규 채용 등 경영 사안에 대해 노조가 과도하게 개입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노사 양측에 확인한 단협안에는 ‘회사 임원의 임면과 보직 변경 계획과 결과를 노조에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경영진 고유 권한에 속하는 임원 인사를 미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본지에 “임원 인사는 조합원 근로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 있어 노조 사전 통지를 의무화하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단협안에는 또 ‘회사가 분할·분사·합병·매각할 경우 6개월 전에 노조에 통보하고 노사 동수로 구성한 고용안정위원회 의결을 반드시 거친다’는 내용이 있다. ‘합병 등 계약서를 체결할 때는 사전에 노조에 공개하고 계약 체결 과정에 노조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인수·합병 의결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작년 미국 록빌 공장을 인수할 때 조합원들은 전혀 몰랐다”며 “인수·합병은 회사 재원, 조합원 변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파업 장기화 가능성

노조는 이번 단협안 요구가 경영권 침해가 아니라 작년 인사 문건 유출로 무너진 노사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작년 11월 회사 인사팀 공용 폴더가 내부망에 노출되면서 직원들의 연봉·인사고과·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 정보와 노조 활동 관리 정황이 담긴 문건이 유출돼 파장이 일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파업에서 사측은 피해가 크다고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실제 교섭장에서는 수정안이나 실질적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5일 전면 파업을 종료하고, 6일부터 현장에 복귀해 이른바 ‘무기한 준법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파업에 참여한 2800여 명이 복귀 후에도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형태로 단체행동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사측은 이번 5일간 파업으로 항암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등 일부 생산 물량을 중단해 약 1500억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6일 노사 양측 대표교섭위원이 일대일 면담을 하고, 오는 8일에는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회의를 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 노사가 절충안에 접근하지 못하면 추가로 전면 파업을 하는 등 분쟁이 길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회사 매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매출 1조5680억원에서 2025년 4조5570억원으로 늘며 4년간 연평균 30% 성장했다. 2025년 영업이익도 2조69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바이오 의약품 공정에서 노조 파업으로 생산 지연과 납기 차질이 발생하면, 실질적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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