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기술 가져다 쓰는 건 내 방식 아니다”

이상우 기자 2026. 5.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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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대한민국 수출액은 292억 달러였다.

화려한 성장세에 비해 기술적 뿌리는 얕았다.

정주영 회장이 기술 자립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다.

법률신문이 단독 입수해 공개하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사장단 회의록〉 곳곳에 독자 기술 확보를 향한 정 회장의 집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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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거인의 유산 ⑧ 기술 자립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사장단 회의록 최초 공개
1980년대 초 코엑스 전시장을 둘러보는 정 회장. 《건설자 정주영》 83쪽.

1984년 대한민국 수출액은 292억 달러였다. 1964년의 1억 달러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수직 상승이었다. 화려한 성장세에 비해 기술적 뿌리는 얕았다. 

수출용 선박의 부품 절반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었다. 정주영 회장이 기술 자립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다. 법률신문이 단독 입수해 공개하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사장단 회의록〉 곳곳에 독자 기술 확보를 향한 정 회장의 집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주영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애착이 지대했다. 국가 경제를 통째로 견인하는 '산업의 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1980년 동아방송(DBS) 인터뷰에서 정 회장이 말했다. "자동차를 완벽하게 생산하면 그 나라의 기계공업은 항공기든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로 자동차를 선택한 거죠."

정 회장은 1970년대 초 미국 포드사와 합작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독자 모델 '포니'를 내놓는 계기가 됐다. 정 회장은 1981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해외 유명 자동차 기업이 설계하고 우리는 일부 부품만 제작하면 한국은 설계 능력을 갖추지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기술을 사 오더라도 반드시 자체 설계를 통해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기술 자립으로 얻은 자신감은 전자 산업으로 확장됐다. 1983년 일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정 회장이 말했다. "저는 요즘 전자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서 우리 힘으로 기술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타인이 개발한 기술을 그냥 받아쓰는 건 제 방식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는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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