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법-M&A’ 발넓힌 로펌, 권력기관 출신에 로비스트 역할 맡겨

송유근 기자 2026. 5. 6.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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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로펌행 공직자 전수분석]
소송 업무 중심서 입법대응 확대
금감원-국방부 등 출신 잇단 영입… 행정절차 등에 전관 네트워크 활용
공직자 로펌행 심사 79% 통과… “기존 업무와 로비 연관성 따져야”
“요즘 대형 로펌이 맡는 업무는 자문이 60%, 송무가 40%라고 보면 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컴플라이언스(규범 준수) 업무를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최근 로펌의 업무 영역에 대해 5일 이렇게 말했다. 각종 재판이나 수사 단계에서 의뢰인을 변론하는 송무 업무보다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입법 대응 등 자문 업무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 그는 “로펌이 선호하는 인재상도 수사기관 출신 전관에서 권력기관이나 규제기관 출신 공직자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로비펌’ 움직임에 인재 영입 추세도 변화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LG CNS의 1조1994억 원 규모 유가증권시장 상장과 관련한 자문 업무를 맡았다. 상장 초기 단계부터 임직원 보상 문제까지 법률적 문제를 도맡았다. LG생활건강은 울릉도 천연 암반수를 활용한 사업이 2021년 9월 환경부 제재로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언을 받아 법제처 유권해석과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토대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당시 이 절차를 이끈 건 기획재정부와 법제처, 청와대(대통령비서실)를 두루 거친 엘리트 공무원 출신 변호사였다.
이처럼 로비스트 업무에 가까운 역할을 맡은 로펌들은 법규와 행정 절차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권력기관 출신 공직자를 대거 영입해 ‘로비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국회사무처, 대법원이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로펌행을 택한 84개 기관 출신 공직자 607명에 대해 취업 심사를 한 결과 482명(79.4%)의 취업을 허용했다. 이 중에서도 이른바 ‘핵심 권력기관’인 청와대와 국회, 감사원, 국세청,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법무부, 국방부 등 8곳 출신의 취업 허용률은 95.5%에 달했다. 특히 감사원(4명)과 국세청(9명) 출신 공직자는 100% 로펌 취업에 성공했고, 금감원은 66명 중 65명(98.5%), 국회 출신은 32명 중 30명(93.8%), 청와대 출신은 17명 중 15명(88.2%)이 로펌 취업이 허용됐다.

로펌들은 최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맞춤형 채용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처리된 시점을 전후로 고용노동부 고위공무원과 5급 사무관,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임원 출신을 영입한 로펌은 3곳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무기체계가 각광을 받으면서 ‘K방산’이 성장하자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 문제에 대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도 늘고 있다. 84개 기관 중 국방부 출신이 6번째로 많은 17명이 로펌에 재취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5년간 로펌 취업이 허용된 공직자가 많은 곳은 경찰(145명)이었지만, 금감원이 두 번째로 많았고 이어 국회, 법무부(19명), 검찰(18명), 국방부, 청와대, 외교부(13명), 공정거래위원회(12명), 국정원(10명) 순으로 나타났다. 검경 등 수사기관 출신(163명)보다 나머지 기관 출신 공직자(444명)가 2.7배나 더 많았다. 미국과 달리 로비스트가 불법인 국내에서 로펌이 법률 자문 등의 명분을 앞세워 전직 관료들의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업무 영역을 넓혀 가는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 “기존 업무와 로비 업무 연관성 살펴봐야”

전문가들은 로펌의 업무 영역이 변하고 있는 만큼 공직자 출신 취업 심사도 현실적인 잣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내용을 다루는 ‘제재심’은 금감원 출신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 출신 공무원들의 입김이 작용한다. 로펌이 이 같은 점을 노려 금감원, 금융위 출신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 제한 여부를 엄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한 소형 로펌 변호사는 “최근 5대 대형 로펌이 금감원 출신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며 “이들이 제재심에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일 텐데 금융기관 업무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취업 심사가 관대하게 이뤄지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권력기관 출신 공직자들이 퇴직 후 재취업을 염두에 두고 부적절한 활동을 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로펌의 업무 영역 변화를 고려하고 실태를 파악해 실질적인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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