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는 살아 돌아왔지만, 마크는 돌아오지 못했다 [생명과 공존]

2026. 5. 6.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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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지난 한 달 사이, 동물 두 마리의 소식을 차례로 듣게 되었다.

한 마리는 대전의 동물원에서 땅을 파고 나간 늑대 늑구였고, 또 한 마리는 거제의 수족관에서 숨을 거둔 큰돌고래 마크였다.

해양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가 그해 4월 기록한 모니터링 영상에는 임신 9개월 무렵의 마크가 돌고래쇼에 동원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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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지난 4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거제씨월드 돌고래 폐사를 규탄하며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폐사한 큰돌고래 ‘마크’를 비롯해 개장 이후 16마리가 숨졌다며 사육 중단과 방류를 촉구했다. 뉴스1

지난 한 달 사이, 동물 두 마리의 소식을 차례로 듣게 되었다. 한 마리는 대전의 동물원에서 땅을 파고 나간 늑대 늑구였고, 또 한 마리는 거제의 수족관에서 숨을 거둔 큰돌고래 마크였다. 늑구가 탈출했던 9일을 한국 사회는 함께 걸었다.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뉴스와 SNS를 채웠고, 결국 그 마음이 늑구를 살려냈다. 같은 봄, 거제에서 떠난 마크의 부고가 뒤늦은 4월 말에야 알려졌다.

마크는 야생에서 잡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를 거쳐 거제로 왔다. 2014년 4월, 거제씨월드가 큰돌고래 16마리와 벨루가 4마리를 들여와 문을 연 해다. 그곳에서 열두 해를 보낸 마크는 올 1월 21일 숨을 거뒀다. 17살이었다. 야생 큰돌고래의 평균 수명이 30년에서 40년 사이라고 하니, 살 수 있었을 시간의 절반쯤에서 그의 생이 끝난 셈이다.

2023년 여름, 마크는 새끼 마일로를 낳았다. 해양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가 그해 4월 기록한 모니터링 영상에는 임신 9개월 무렵의 마크가 돌고래쇼에 동원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출산 뒤에도 새끼와 함께 '돌핀 투어' 프로그램에 투입됐다. 어미와 새끼가 함께 등장하는 체험은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부검 소견은 만성 폐렴과 심낭염이었다. 가슴지느러미에 생긴 염증이 폐까지 번지면서 기능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임상수의사로 일하다 보면, 부검 소견서 안에서 진단명보다 더 많은 것을 읽게 될 때가 있다. 좁은 수조, 무리 생활을 하지 못하는 환경, 맞지 않는 수온, 만성적인 스트레스 -한 동물이 살아온 조건들이 거기 새겨져 있다. 사육 고래류 복지를 다룬 최근 국제 연구도, 어떤 고래종도 갇힌 환경에서 야생만큼 살지 못한다고 결론짓는다.

늑구도, 마크도 갇혀 있었다. 늑구가 땅을 파고 동물원 밖으로 나간 것은, 그 우리가 동물에게 안전한 환경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 일이기도 했다. 다만 두 동물이 살던 자리의 형태는 달랐다. 늑구의 우리에는 흙이 있었고, 마크의 수조에는 콘크리트와 물뿐이었다. 늑대는 흙을 파고 우리를 떠날 수 있었지만, 돌고래에게는 그럴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갇힌 돌고래에게는 자해, 정형행동, 식욕 저하, 만성질환이 나타난다. 수의학에서 오래 보고되어 온 증상들이다. 그러나 이 신호들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마크의 죽음이 1월에 일어났지만 4월 말에야 한국일보 보도로 알려졌다.

거제씨월드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체험 영업이 어려워지자 시설 운영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설이 닫히는 것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다. 마크가 낳은 마일로를 포함해, 남은 큰돌고래와 벨루가 9마리의 자리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야생 방류는 대부분의 개체에게 이미 가능하지 않고, 한국에는 현재 고래류를 위한 바다쉼터가 없다. 바다쉼터를 만든다해도 아무 바다에 당장 만들수 있는건 아니다. 당장이 급하다. 국내 수족관의 신규 보입 금지라는 개정된 수족관법으로 국내의 다른 곳으로 이송이 어렵지만, 오히려 거제의 경우는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하여 당장 더 나은 환경의 수족관으로라도 옮기는 것이 이들을 살릴 길일 수 있다. 아홉 마리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함께 책임질지가, 이제 우리 앞에 남은 질문이다.

거제씨월드 개장 이후 죽은 16마리의 돌고래에게는 모두 이름이 있었다. 줄라이, 노바, 에이프릴, 마크, 그리고 우리가 다 부르지 못한 이름들. 그 곁에는 마일로를 비롯해 아직 살아 있는 9마리가 있다. 한 마리의 늑대를 함께 걱정해 준 마음이, 아홉 마리의 돌고래에게도 닿을 수 있을까. 그 이름들을 한번 불러본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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