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물머리에 버려지고 못 찾은 동생…살해범의 사실상 수족이었다
가해자, 피해자와 동거하며 상습 폭행
피해자 배달일 수입도 가해자 통장에
피해자 사망 뒤 유족에게 문자 발송도
소방당국, 남한강 일대서 시신 수색 중

올 초 동거하던 동갑내기 지인을 살해한 뒤 남한강 두물머리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피해자를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고 경제적 착취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은 피해자가 가해자와 공동생활을 하면서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아래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본다. 사건 발생 후 넉 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피해자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시신 없는 살인 사건’으로 7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첫 공판이 열린다.
5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성모씨는 1월 14일 오후 3시 34분쯤 피해자 A씨와 함께 거주했던 서울 강북구 아파트에서 A씨를 살해했다. A씨가 배달 업무용 오토바이 주유비 등을 요구하자 격분해 A씨를 폭행한 뒤 양팔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추정된다. 성씨는 같은 날 오후 11시쯤 렌터카로 A씨 시신을 경기 양평군 용담대교 인근으로 옮겨 남한강에 유기했다.
성씨와 A씨는 약 2년 전부터 오토바이 배달 대행일을 하며 친밀하게 지내온 사이였다. 성씨는 판단력이 부족하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A씨를 수시로 폭행하고 협박했다. 공소장에는 범행 이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성씨가 A씨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머리를 펜스에 부딪히게 하는 등 최소 세 차례 상해를 입힌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성씨가 범행 이후 피해자 휴대폰과 주민등록증을 사용하고 무면허 운전을 한 혐의도 적시됐다.

주변인들은 성씨가 A씨의 취약점을 이용해 단순 폭행을 넘어 일상을 통제하고 경제적으로 착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배달업체를 통해 배달 내역 및 입금 자료를 확인한 결과, A씨가 받아야 할 배달 수입이 성씨 통장으로 입금됐다. 배달업체 측이 A씨 대신 성씨에게 입금하는 게 맞는지 물어보자, 성씨가 ‘A씨 통장이 압류돼 있어 본인 계좌로 돈을 보내면 A씨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성씨가 ‘오죽했으면 얘(A씨) 어머니가 나에게 맡겼겠나. 얘 통장으로 가면 돈을 모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유족이 확인한 피해 금액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올 1월까지 최소 396만 원에 이른다. 배달업체 측 자료는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도 제출됐다.
유족들은 성씨가 A씨 가족과도 가깝게 지냈으나, 점차 A씨를 볼모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월에는 성씨가 A씨 어머니에게 직접 연락해, 사회적 능력이 떨어지는 A씨를 돌보느라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150만 원을 받아갔다. A씨가 도박을 한다고 거짓말을 해 A씨와 가족 간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A씨 형은 “사회생활에 아픔이 있던 동생은 성씨의 사실상 수족이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성씨가 A씨를 살해한 뒤 A씨 행세를 하며 가족을 농락했다고도 말했다. 1월 18일 A씨 어머니는 아들로부터 “저 출근해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같은 날 오후 5시쯤에는 “친구와 해외에 나가 일을 하고 오겠다”는 문자도 왔다. 공소장에 나온 피해자 사망일로부터 이미 나흘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유족들은 성씨가 가짜 메시지로 A씨 사망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A씨 어머니는 1월 22일 “아들과 연락이 안 된다”며 걱정하는 문자를 성씨에게 보냈으나, 성씨는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전날인 21일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 신고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해 같은 날 성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시신이 유기된 남한강 일대가 한파로 얼어붙은 탓에 수색이 어려웠고 지금도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다. 양평소방서 관계자는 “현재까지 약 90회 수색을 실시했으며 현재 용담대교부터 남한강, 팔당댐 일대까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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